고양이를 버리다
아버지의 시간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쌓아올린 단 하나의 서사
#고양이#무라카미하루키
고양이를 버리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저자
  • 2020년 10월 26일
  • 102쪽108X127mm비채
  • 978-89-349-9209-7 03830
고양이를 버리다
고양이를 버리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2020.10.26

처음으로 털어놓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간들

아버지의 시간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쌓아올린 단 하나의 서사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우리는 그걸 잊어서는 안 되리라.”_무라카미 하루키

그간 일본 문학 특유의 사소설풍 서사와는 다소 거리를 두어온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사적인 테마 즉 아버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제목 그대로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으로 시작하는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 논픽션이다. 이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존재론적 근간을 성찰하고 작가로서의 문학적 근간을 직시한다. 작가는 시종 아무리 잊고 싶은 역사라도 반드시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아버지의 역사를 논픽션이라는 이야기의 형태로 용기내어 전한다. 글 쓰는 사람의 책무로서.

번역을 맡은 김난주가 “곳곳에서 작가의 머뭇거림이 느껴졌습니다. 쉼표도 많았고, 접속사 ‘아무튼’이 몇 번이고 등장했죠”라고 작업 소감을 밝혔듯, 무수한 망설임과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글이다. 100페이지 남짓한 길지 않은 책으로 완성되었지만 이야기의 중량감과 여운은 결코 가볍지도 짧지도 않다.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문예춘추>(2019년 6월호)에 처음 공개되어 그해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기사에 수여하는 ‘문예춘추독자상’을 수상했고, 수정·가필을 거쳐 삽화와 함께 단행본으로 출간, 아마존 재팬, 기노쿠니야, 오리콘 등 각종 도서 차트 1위를 석권했다. 묘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13컷의 삽화는 타이완 출신 신예 아티스트 가오 옌의 작품이다. 

P.96-98
오래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언젠가는 문장으로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다. 가족에 대해 쓴다는 것은(적어도 내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고,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지 그 포인트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그 짐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해변에 갔던 기억이 떠올라, 그 이야기부터 쓰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문장이 술술 자연스럽게 나왔다.

내가 이 글에서 쓰고 싶었던 한 가지는, 전쟁이 한 인간—아주 평범한 이름도 없는 한 시민이다 —의 삶과 정신을 얼마나 크고 깊게 바꿔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이렇게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운명이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경로를 밟았다면, 나라는 인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라는 건 그런 것이다—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역사는 의식의 안쪽에서 또는 무의식의 안쪽에서, 온기를 지니고 살아있는 피가 되어 흐르다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쓰인 것은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아주 미소한 일부지만 그래도 한 조각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말을 ‘메시지’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역사의 한 모퉁이에 있는 이름 없는 한 이야기로서, 가능한 한 원래 형태 그대로를 제시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과거 내 옆에 있었던 몇 마리 고양이들이 그 이야기의 흐름을 뒤에서 조용히 떠받쳐주었다. _p.96-98

차례

 

고양이를 버리다 9

작가 후기 96

작가이미지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연극과를 졸업했다. 1979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87년에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은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5년 《해변의 카프카》는 아시아 작가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1Q84》 《애프터 다크》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등 장편소설과 《빵가게 재습격》 《도쿄 기담집》 《TV 피플》 등 단편소설,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T》 등의 에세이로 꾸준히 전세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 K. Kurigami
'출판사 리뷰'는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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