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다크
밤은 비로소 끝난 참이다. 다음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무라카미하루키
애프터 다크 무라카미 하루키 데뷔 25주년 기념 장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저자 권영주 역자
  • 2015년 08월 28일
  • 240쪽137X197mm양장김영사
  • 978-89-349-7162-7 03830
애프터 다크
애프터 다크 무라카미 하루키 데뷔 25주년 기념 장편소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2015.08.28

비채의 무라카미 하루키 컬렉션 여덟 번째 《애프터 다크》

잠 못 이루는 밤, 하루키 중독자를 위한 소설 한 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이래, 등단 25주년을 맞는 해에 발표한 11번째 장편소설. 까만 한밤에서부터 하얗게 날이 밝기까지 일곱 시간, 어둠과 함께 허무가 내려앉고 폭력이 뒤덮인 도시의 단면이 그려진다. 백설공주처럼 예쁜 언니 ‘에리’와 똑똑하지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동생 ‘마리’가 이야기의 씨실과 날실이다. 발표 시기적으로는 《해변의 카프카》와 《1Q84》 사이에, 볼륨으로는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스푸트니크의 연인》과 같은 장편소설 옆에 나란히 위치한다. ‘기묘한 리얼리티를 품은 걸작’ ‘인간의 삶과 사회의 실존적 가치를 그린 야심작’ ‘최고의 영상미! 글로 쓴 한 편의 영화’ 등 주제와 내용을 비롯해 스타일, 형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호평을 받았다. 특히 ‘무라카미 월드’의 대표적 특징으로 손꼽히는 ‘나’라는 화자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새로운 화자를 내세움으로써 작가 특유의 소설 지형도에서 커다란 지각변동을 예고한 작품으로도 의미가 깊다.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실험적 시도가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애프터 다크》를 쓰며 다진 근육이 제2의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소설 1Q84》를 완성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P.22-23
“신이 말한 대로 세 형제는 해안에서 커다란 바위 세 개를 발견했어. 그리고 시키는 대로 바위를 굴리면서 갔어. 아주 크고 무거운 바위라 굴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고, 하물며 비탈길에선 밀고 올라가느라 엄청 고생해야 했어. 막내 동생이 맨 처음 손들었어. ‘형들, 난 그냥 여기 있을게. 여기선 해안도 가깝겠다, 고기도 잡을 수 있어.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멀리까지 세계를 보지 못해도 상관없어.’ 막내 동생은 그렇게 말했어. 두 형은 그뒤로도 더 갔어. 그러다 산중턱에 이르러서 둘째 형이 손들었어. ‘형, 난 그냥 여기 있을게. 열매도 풍부하겠다,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멀리까지 세계를 보지 못해도 상관없어.’ 맏형은 그뒤로도 비탈길을 계속해서 올라갔어. 길은 점점 험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어. 원래부터 끈기 있는 성격이었고, 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멀리까지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있는 힘껏 계속해서 바위를 밀고 올라갔어. 몇 달 걸려서, 거의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면서 그럭저럭 높은 산꼭대기까지 밀어올리는 데 성공했어. 맏형은 멈춰서서 세계를 바라봤어. 지금은 누구보다도 세계를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었어. 거기가 맏형이 살 곳이었어. 풀도 자라지 않고 새도 날지 않는 그런 곳이었어. 수분은 얼음이랑 서리를 핥아 취할 수밖에 없었고, 먹을 것이라곤 이끼밖에 없었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어. 맏형은 세계를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하와이의 그 섬 산꼭대기엔 지금도 커다랗고 둥근 바위 하나가 동그마니 남아 있다, 그런 이야기.”
침묵.
마리는 질문한다.
“그 이야기에 교훈 같은 게 있어”
“교훈은 아마 두 개일 거야. 첫째는,” 그는 손가락 하나를 든다.
“사람은 모두 각각 다르다는 것. 형제라도 말이지. 그리고 또 하나는,” 손가락 하나를 더 든다. “뭔가를 정말로 알고 싶다면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P.71-72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요.” 마리는 말한다. “왜 호텔 이름이 ‘알파빌’이죠?”
“글쎄, 왜려나. 아마 우리 사장이 지었을 텐데. 러브호텔 이름이야 하나같이 대충 붙인다고. 결국은 남녀가 그걸 하러 오는 데니까, 침대하고 욕실만 있으면 오케이고 이름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안 써. 비스름한 것 하나만 있으면 돼. 왜 그런 걸 묻는 거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거든요, [알파빌]. 장 뤽 고다르의.”
“못 들어본 제목인데.”
“꽤 오래된 프랑스 영화예요. 1960년대.”
P.202
“그래서 생각하는 건데, 인간은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사는 게 아닐까? 그게 현실적으로 중요한 기억인지 아닌지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아. 그냥 연료야. 신문광고지가 됐든, 철학책이 됐든, 야한 화보사진이 됐든, 만 엔짜리 지폐 다발이 됐든, 불을 지필 때는 그냥 종이쪼가리잖아? 불은 ‘오오, 이건 칸트잖아’라든지 ‘이건 요미우리 신문 석간이군’이라든지 ‘가슴 끝내주네’라든지 생각하면서 타는 게 아니야. 불 입장에선 전부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해. 그거랑 같은 거야. 소중한 기억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기억도,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기억도, 전부 공평하게 그냥 연료.”

005 1-PM 11:56 보이는 것은 도시의 모습이다.

031 2-PM 11:57 방 안은 어둡다.

038 3-AM 12:25 전과 마찬가지로 ‘데니스’ 안.

059 4-AM 12:37 아사이 에리의 방.

065 5-AM 01:18 마리와 가오루가 인적 없는 뒷길을 걷고 있다. -AM 01:56 ‘스카이락.

082 6-AM 02:19 호텔 ‘알파빌’ 사무실.

097 7-AM 02:43 한 남자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일하고 있다.

106 8-AM 03:03 우리 시점은 아사이 에리의 방으로 돌아와 있다.

110 9-AM 03:07 ‘스카이락’ 안.

128 10-AM 03:25 아사이 에리가 잠들어 있다.

140 11-AM 03:42 마리와 다카하시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158 12-AM 03:58 시라카와가 일하는 사무실.

169 13-AM 04:09 인적 없는 심야의 공원에서 마리와 다카하시가 두 대의 그네에 나란히 앉아 있다.

180 14-AM 04:25 아사이 에리의 방.

185 15-AM 04:33 텔레비전 화면은 <심해 생물들>을 비추고 있다.

205 16-AM 04:52 밴드가 심야 연습에 사용하고 있는 창고 같은 지하실. -AM 05:00 시라카와의 집 부엌. -AM 05:07 호텔 ‘알파빌’의 한 방. -AM 05:09 아사이 에리의 방. -AM 05:10 ‘세븐일레븐’ 안. -AM 05:24 공원 벤치에 홀로 앉은 다카하시.

218 17-AM 05:38 마리와 다카하시가 나란히 길을 걷고 있다.

230 18-AM 06:40 아사이 에리의 방. -AM 06:43 ‘세븐일레븐’ 안. -AM 06:50 우리는 하나의 순수한 시점이 되어 거리 상공에 있다. -AM 06:52 우리 시점은 도심의 상공을 벗어나 한적한 교외 주택가 위로 이동한다.

작가이미지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연극과를 졸업했다. 1979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87년에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은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5년 《해변의 카프카》는 아시아 작가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1Q84》 《애프터 다크》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등 장편소설과 《빵가게 재습격》 《도쿄 기담집》 《TV 피플》 등 단편소설,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T》 등의 에세이로 꾸준히 전세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 K. Kurigami
'출판사 리뷰'는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