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명 :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2. 원제 : 小澤征爾さんと、音?について話をする
3. 저자 : 오자와 세이지× 무라카미 하루키
4. 역자 : 권영주
5. 정가 : 14,000원
6. 출간일 : 2014년 12월 10일
7. ISBN : 979-11-85014-70-8 03830
8. 쪽수 : 364쪽
9. 판형 : 134×189mm(무선커버)
10. 분류 :
국내도서 > 문학> 비소설
국내도서 > 문학 > 에세이
국내도서 > 음악 > 에세이
11. 책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기획!
불세출의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의 일여 년에 걸친 특별한 인터뷰.
일본, 하와이, 스위스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된 두 거장의 클래식 대담.
일본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와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났다! 각자 수십 년의 세월동안 음악가로서 작가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큰 산을 이룬 두 거장의 만남이다. 음악 안의 자음과 모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휘자와 글을 쓸 때 리듬을 중시한다는 소설가는, 오자와 세이지의 지휘로 사이토 기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브람스 교향곡 제1번 다단조 작품68과 오자와 세이지의 지휘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제2번 다단조 <부활> 등 다양한 음반을 함께 들으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오자와 세이지가 식도암이 발병하여 음악활동을 잠시 쉬게 된 차에 자타공인 음악 애호가이자 그의 오랜 팬인 무라카미 하루키 기획으로 성사된 반가운 인터뷰 프로젝트이다. 일여 년에 걸친 시간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나가와 현 자택이나 도쿄 작업실로 오자와 씨를 초대하기도 하고, 오자와 씨가 ‘스위스 국제음악아카데미’를 여는 스위스 레만 호수 연안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콘서트와 콘서트 사이 제네바에서 파리로 이동하는 특급열차에 몸을 실은 오자와 씨 옆좌석에 앉기도 한다. 솔직한 아마추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묻고, 담백한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가 하는 답으로 구성된 품격 있는 클래식 여행으로의 초대!
12. 책 속에서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려니 다소 주제넘은 것 같고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몇 번 대화를 거듭하는 사이에 나와 오자와 씨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능의 질량이라든지 업적의 수준, 기량의 크기, 유명한 정도 같은 요소는 일단 빼고 그저 '살아가는 방식의 경향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첫째는 우리 둘 다 일하는 것에 한없이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듯하다는 점이다. 음악과 문학, 영역은 달라도 다른 어떤 일을 할 때보다도 자기 일에 몰두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그에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깊은 만족감을 얻는다. 그 일을 통해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느냐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을 잊고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상이다.
둘째는 지금도 젊었을 때처럼 굶주린 마음을 변함없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더 깊이 추구하고 싶다, 좀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하는 게 일하는 데 있어, 또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모티프다. 오자와 씨의 언동을 보고 있노라면 좋은 의미에서(말하자면) 탐욕스러움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납득은 한다. 자부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만족하지는 않는다. 좀더 훌륭한, 좀더 심오한 것을 할 수 있을 터다 하는 감촉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시간이며 체력 같은 제약과 싸우며, 이뤄내겠다는 결의가 있다.
셋째는…… 고집이 세다는 점이다. 끈기가 있고, 터프하고, 그리고 고집스럽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누가 뭐라 하건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로 인해 자신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닥쳐도, 설령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미움 받는 한이 있더라도, 변명하지 않고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다. 원래부터 꾸밈없는 성격에 늘 농담을 입에 달고 살고, 그런 한편으로 주위를 세심하게 살피는 사람이지만, 그런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매우 확고하다. 일관되고, 흔들림이 없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경우에 따라 어느 정도 깊이 사귀기도 했지만, 이 세 가지 점에 대해 이 정도로 '그래, 정말 그렇지' 하고 자연스레 공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자와 씨는 내게 귀중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분명히 세상에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놓인다. (pp. 14-15)
??무라카미 오자와 씨는 먼저 뉴욕 필에 있다가 그뒤 베를린으로 가신 겁니까?
오자와 그래요. 베를린 뒤 뉴욕 필에서 레니의 부지휘자를 하다가, 그뒤 카라얀 선생이 다시 베를린으로 불러주셨거든. 거기서 데뷔했어요. 처음 돈 받고 지휘한 게 베를린이에요. 이시이 마키하고 보리스 블라허의 오케스트라 작품, 그리고 베토벤 심포니를 지휘했죠. 1번이었던가, 2번이었던가.
무라카미 뉴욕에는 얼마나 계셨는지요?
오자와 이 년 반. 1961년, 62년, 63년 도중까지 있었군요. 64년엔 베를린 필을 지휘하고 있었어요.
무라카미 내는 소리가 확연히 다르죠, 당시 뉴욕 필과 베를린 필은.
오자와 완전히 다르죠. 지금도 다르고. 이만큼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문화가 글로벌화된 지금도 전혀 딴판이에요.
무라카미 하지만 1960년대 초반 뉴욕 필은 소리가 특히 강하고 공격적인데요.
오자와 그래요, 요는 레니의 시대죠. 그 사람이 녹음한 말러도 얼마나 강한지. 그나저나 지금까지 이렇게 미끄러지는 연주는 들어본 적이 없군요.
무라카미 아까 들은 굴드와의 협연도 미끄러지지는 않지만 소리는 꽤 경질이었죠. 미국 청중한테는 그런 소리가 먹혔을까요?
오자와 글쎄요,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무라카미 소리가 극단적으로 다른데요.
오자와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말 있잖아요. 그런 경향이 가장 강한 게 미국 오케스트라거든.
무라카미 유럽 오케스트라는 별 차이가 없다?
오자와 베를린 필이나 빈 필은 지휘자가 바뀌어도 자기들 색을 거의 고수하죠.
무라카미 그렇지만 뉴욕 필은 번스타인이 그만두고 나서 이런저런 사람들이 상임으로 왔잖습니까. 메타라든지, (쿠르트) 마주어라든지.
오자와 불레즈도 있었고.
무라카미 그때마다 딱히 오케스트라 소리가 바뀌었다는 인상은 없는데요.
오자와 그렇죠, 바뀌었다는 느낌은 별로 없죠.
무라카미 다른 지휘자로 뉴욕 필 연주를 몇 번 들어봤는데 썩 좋지는 않더군요. 왜 그런 걸까요?
오자와 레니는 말이죠, 연습하면서 오케스트라를 확실하게 훈련하는 타입이 아니었거든.
무라카미 자기 할 일 하느라 바빠서 말입니까?
오자와 음, 글쎄요. 천재 타입이라고 할지, 오케스트라를 훈련하는 재주는 별로 없는 사람이었어요. 교육자로서는 뛰어났지만 훈련에 잘 맞는다고 할 순 없을지도 모르죠.
무라카미 그렇지만 오케스트라는 소설가의 문체 같은 것 아닙니까? 그럼 자기 문체를 확고하게 수립하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 같은데요……. 연주 레벨은 요구했을 테죠?
오자와 그야 물론 그렇죠.
무라카미 그건 아까 말씀하신 디렉션 문제와 연관되는 겁니까?
오자와 음, 그것도 있지만, 방법을 훈련하지 않았거든요.
무라카미 방법을 훈련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오자와 악기를 연주하는 법. 레니는 앙상블 방법에 관해 별로 주의를 주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카라얀 선생 쪽이 그런 걸 많이 했고.
무라카미 앙상블 방법이란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오자와 앙상블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거죠. 그런 걸 가르치지 않았다고 할지, 가르칠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천성으로 한달지, 천재적이랄지.
무라카미 눈앞에서 실제로 오케스트라가 소리를 내는데, 그에 관해 ‘넌 이렇게 해라’ ‘넌 저렇게 해라’ 하는 실무적인 지도를 못 했다는 뜻입니까?
오자와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이죠, 유능한 사람은, 아니, 프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지시를 내리거든요. 지금 이 순간엔 이 악기를 들어라, 자, 지금은 이 악기를 들어라, 하는 식으로. 그럼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딱 맞아들어요.
무라카미 단원 모두가 그때그때 한 악기를 집중해서 듣는다는 말씀이군요.
오자와 그래요. 지금은 첼로를 들어라, 지금은 오보에를 들어라, 하는 거죠. 카라얀 선생은 그걸 정말 천재적이라 할 만큼 잘했거든. 연습할 때 확실하게 말해요. 레니는 오케스트라를 그런 식으로 훈련하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었고. 불가능하다고 할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겠죠.
무라카미 그렇지만 자기가 내고 싶은 소리는 물론 머릿속에 있는 거죠?
오자와 당연히 있죠.
무라카미 그런데 지도해서 그 소리를 만들어가는 걸 할 수 없었다?
오자와 네. 그게 참 이상한 게, 레니는 아주 뛰어난 교육자란 말이죠. 예컨대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을 하게 됐다 하면 완벽하게 준비해서 아주 좋은 강연을 하거든. 워낙 유명하고 훌륭한 강연이라 책으로도 나왔는데 말이죠. 그런데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같은 걸 하느냐 하면 그게 아닌 거예요. 오케스트라에 대해선 전혀 ‘가르치는’ 태도가 아니에요.
무라카미 흠, 이상하군요.(pp. 50-52)
13. 저자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 村上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여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6년 체코의 ‘프란츠카프카상’을, 2009년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전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50편 이상의 작품이 번역 출간된 명실상부한 세계적 작가로, 2009년에는 《1Q84》로 제2의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또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등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를 비롯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더 스크랩》《시드니!》 등 개성적인 문체가 살아 있는 에세이 역시 소설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밖에 《도쿄기담집》《여자가 없는 남자들》 등 단편소설은 물론 《애프터 다크》《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떠난 순례의 해》 등 장편소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오자와 세이지 | 小澤征爾
1935년 만주 봉천(현, 중국 선양)에서 태어나 여섯 살 무렵 일본으로 이주했다. 일곱 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음악 명문인 도호 학교에 진학하여 사이토 히데오에게 사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휘를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 그해 브장송 국제청년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했고, 이듬해 버크셔 음악센터(현, 탱글우드 페스티벌) 지휘자 콩쿠르에서도 쿠세비츠키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베를린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사사했고, 1961년 레너드 번스타인이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취임했다. 시카고의 래비니아 페스티벌(1964), 샌프란시스코 심포니(1970) 등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1973년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근 삼십 년 동안 같은 오케스트라를 맡아 음악사에 진기록을 남겼다. 2002년부터 빈 국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활약했고, 사임 후 2010년 빈 필하모니 명예단원 칭호를 받았다. 2011년 식도암 수술 후 휴식기를 가졌는데, 마침맞게 무라카미 하루키와 인연이 닿아 대담집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출간, ‘고바야시히데오상’을 수상했다. 그의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1994년 탱글우드 뮤직센터에 ‘세이지 오자와 홀’이 설립되었고,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슈발리에’(1998), 일본 ‘문화훈장’(2008) 등을 수상했다. 특히 스승을 기리며 ‘사이토 기넨記念 오케스트라’를 조직, 1992년부터 매해 나가노에서 ‘오자와 세이지&사이토 기넨 페스티벌 마쓰모토’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자와 세이지 음악교실을 열어 교육에 힘쓰는가 하면 미토 예술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이 | 권영주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미쓰다 신조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비롯한 ‘도조 겐야’ 시리즈, 온다 리쿠의 《Q&A》《달의 뒷면》《유지니아》, 그밖에 하무로 린의 《저녁매미 일기》, 모리미 도미히코의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비채근간 등 다수의 일본소설은 물론 《데이먼 러니언》《어두운 거울 속에》《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세 잔의 차》 등 영미권 작품도 우리말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