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연주하는 이의 마음과 감상하는 이의 마음부터 살아갈 힘을 주는 음악과 삶을 변화시키는 음악까지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 양성원과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 김민형의 음악에 관한 같은 생각,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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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경험한 만큼 음악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픈 곡을 들을 때 우리는 왜 감동하는 걸까요? 자기 인생의 어떤 에피소드가 떠오르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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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장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악보만 보고도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작곡가들은 악보만 보고도 곡이 훌륭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지식과 기술이 없는 청자에게는 연주자의 역할이 절대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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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의 연습이 종교인의 수양이나 운동선수의 훈련과 비슷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궁극적인 아름다움, 하나의 이상을 추구하고, 스스로를 갈고닦고 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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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모호해도 상관없지만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정확하게 무엇의 어떤 점이 싫은지, 어째서 싫은지 정당화할 수 없으면 혐오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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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하나에 대한 수학은 이해가 잘됩니다. 어떤 현상이며, 어떤 수학적 구조와 연산과 함수로 풀 수 있는지. (…) 화음이나 음질도 그렇고요. 하지만 하나의 음에서 하나의 곡으로까지 가는 과정은 멀고도 먼 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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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면 만남과 비대면 만남의 차이는 라이브 연주와 레코딩 연주와 차이와 비슷하다고 봐요. 오프라인에서 완전히 사라질 예술 장르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장성 있는 음악을 하는 마지막 세대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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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보다 인기 있던 작곡가들 대다수는 잊혔고 베토벤은 여전히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 우리가 수준 높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데에는 인기보다는 곡 자체에 더 몰두했던 작곡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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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저에게 무척이나 특별한 곡인데요.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한 악장을 천천히, 매우 천천히 연주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오랜 습관이 있습니다. (…) 음악이 주는 위로와 용기로 충만해지고, 마음은 훨씬 더 정화되고, 나아가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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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주자 자신이 가장 훌륭한 것을 추구해서 그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는 엘리트주의는 이런 것입니다. 최고를 지향하고 최고를 느끼게끔 하는 것입니다. 청중이 최고의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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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음악은 수학보다 대중화가 훨씬 쉬워야 할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이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실을 인지하고 활용하지 않은 채 밥벌이가 어려운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다는 건 대체로 음악계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말. 음악은 감정에 대한 끝없는 탐구_양성원
C현. 우리가 감동이라고 부르는 것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감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곡의 구조를 알지 못해도 음악을 즐길 수 있을까 작곡가를 이해해야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까 해로운 음악이 존재하는 걸까 주관적인 감동과 객관적인 감동을 구분할 수 있을까
G현. 우리가 좋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 음악은 우리를 도덕적으로 변화시키는가 나쁜 생각을 퍼뜨리는 음악이 있을까 낭만적인 음악이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는 왜 클래식 음악을 들을까
D현. 수학과 음악의 공통점과 차이점 음악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화음은 더하기일까 곱하기일까 문화적 전통이 다르면 수학도 달라질까 라이브 음악과 레코딩 음악은 정말 다를까
A현. 못다 한 이야기들 팔리는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일까 두루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천재적 재능은 언제 발현될까 연주를 위해 무엇을 갈고닦을 것인가
코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 미래의 클래식 음악
맺음말. 음악에 대한 진지하거나 가벼운 질문, 그리고 방황_김민형
저자양성원
첼리스트,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교수, 런던의 로얄아카데미오브뮤직(RAM) 초빙교수, 제4대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일곱 살에 첼로를 시작해 야노스 슈타커를 사사했다. 세계 무대에서 솔리스트 및 실내악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한국 첼로의 자존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의 예술상, 대원음악연주상, 객석예술인상을 수상했고, 201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슈벨리에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Decca, EMI 레이블에서 다수의 앨범을 발표했다.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 에든버러대학교 수리과학 석좌교수,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최초로 조기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 세계 최초의 수학 대중화 석좌교수(워릭대학교)를 역임했다. 첨단 위상수학과 고전 정수론을 융합하는 혁신적인 이론을 개발하여 세계적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고, 2012년 호암과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외를 오가며 수학 대중화를 위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수학이 필요한 순간》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어서 오세요, 이야기 수학 클럽에》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