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을 가져야 할까요?
최은옥 작가의 시리즈 동화 <내 멋대로 뽑기>의 새로운 주제는 어린이 초미의 관심사, 장래 희망이다. “네 꿈은 뭐야?”, “자라서 무슨 일을 하고 싶니?”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꿈에 관한 질문은 자못 간단해 보여도 어른조차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렵다. 먹고픈 것, 하고픈 것, 좋아하는 것들이 마구 생겨 날 시기에 소리 없이 피어오르는 아이들의 고민, 그중에서도 ‘꿈’이라는 소재를 생생하게 다룬 《내 멋대로 장래 희망 뽑기》가 출간되었다.
신비로운 직업 체험관
묘하게 현실적인 체험 프로그램
자유로이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있고, 나만의 공간이 주어지고, 원하는 직업을 골라 체험하는 최첨단 직업 체험관을 발견한 민우. 체험을 시작하려면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하나, 스마트 워치를 차고 ‘플레이’ 버튼을 눌러 체험을 시작한다. 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워치의 ‘점프’ 버튼을 누른다. 셋, 전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도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규칙을 숙지한 뒤 놀랍게도 ‘어른 오민우’가 되어 여러 직업을 체험하기 시작하지만, 민우의 마음에 점차 의구심이 생긴다. ‘없던 능력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거지?’, ‘VR 체험인데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네?’,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차츰 두려워지는 민우의 심리, 작가가 숨겨 둔 반전은 독자들이 이야기 끝까지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
나를 그대로 사랑하는 법
반 친구들이 지켜보니 부담스럽고,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아예 ‘꿈이 없다’고 말해 버린 민우지만, 실은 민우도 꿈이 있다. ‘327번 오민우만을 위한 직업 체험 공간’ 안에서 민우는 부담감을 훌훌 털고 의사, 축구 선수 등 바라던 꿈을 선택한다. 그리고 꿈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 돌발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내는 책임감 등 저도 몰랐던 장점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된다.
나를 인정하고 내 장점을 발견하는 일은 진정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꿈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최은옥 작가는 《내 멋대로 장래 희망 뽑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멋지다 말하는 일을 택하기보다는, ‘내 장점을 알고’, ‘내 마음이 흡족하고 기쁜’ 일을 찾는 데서 진정한 장래 희망 찾기가 시작된다고 넌지시 말한다. 환상적인 시공간 속에서의 체험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와 방긋 웃는 민우와 동원이의 대화 역시 큰 울림을 선사한다.
어린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응원하다
<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를 ‘직접 뽑는’ 등장인물을 통해 어린이 독자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이번 책 역시 모든 직업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어린이가 원하는 직업에 관해 쓰려고 한 작가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간 다녔던 강연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말하고 바란 직업을 주인공 민우가 직접 골라 체험하도록 한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 힘차게 뛰어오르는 민우의 한마디 “나는 뭐든지 될 수 있어!”는 어린이 독자에게 건네는 최은옥 작가의 진정 어린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