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꿈을 향해 달려가는 10대들의 여름 이야기!
청량한 리듬으로 재생되는 열여덟의 멜로디♬
#청소년#음악#대중음악#학교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윤혜은 저자
  • 2024년 06월 26일
  • 208쪽145X210mm주니어김영사
  • 978-89-349-2518-7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저자 윤혜은 2024.06.26
추천글
이 이야기를 읽을 당신의 계절에 마법을 걸겠다. 당신이 아직 어른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는 설레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가 떠오를 것이다. 당신이 이미 어른이라면 지금까지 모르던 새 노래가 지난 계절들에 덧씌워져 청량한 리듬으로 재생될 것이다. 좋은 노래들이 그러하듯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는 우리가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온다. 시간은 야속하게 흐르며 우리들을 흘겨보고 생활기록부의 빈칸은 어서 세상의 속도에 진입하라고 등을 떠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려 하는 우리들의 뒷모습에서 눈부신 배경음악이 들려온다. -박서련(소설가)

꿈은 참 얄궂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람 마음을 온통 어지럽힌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새 학기 새 반, 부단히 쫓을수록 멀어지는 미래, 몰래 훔쳐본 친구의 속마음, 버스 뒷자리에서 나눠 듣던 노래.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는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이 온통 들끓기만 하던 10대의 일상을 꿈과 음악으로 촘촘히 엮는다. 책을 덮을 때면 상쾌한 초여름 바람 한 줄기가 마음을 스친다. 마치 당신이 여전히 꿈꾸고 있는 걸 다 안다는 듯이.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줄거리
나래는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며 단짝인 이나와 반이 떨어진 게 못내 아쉽다. 학교에선 ‘진로 계획서’를 쓰라는데, 장래희망에 뭐라 쓸지도 막막하다. 불현듯 나래는 오랫동안 가수를 준비해 온 이나와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며, 이나의 보컬 학원에 따라 들어간다.

이나와 버스 뒷자리에서 노래를 나눠 듣고, 레슨 곡을 연습하는 일상이 쌓이며 나래는 이제야 인생이 손에 잡힌다는 감각이 든다. 새 학기 새 반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한강 피크닉을 가고, 학교 축제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는 등 상쾌한 나날을 보내던 중, 문득 인생의 템포가 갑자기 너무 빨라졌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데…….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이나가 노래를 관두겠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P.50

시리우스가 우리에게서 단지 몇 광년 떨어져 있는 반면, 리겔은 멀리 1000광년 이상 떨어져 있어서 시리우스가 더 희게 보인다.’

나래는 이 문장 위로 파스텔 톤의 하늘색 형광펜을 그었다. 자신의 내일은 리겔의 속도로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나래는 아주 멀리서, 그러나 분명한 빛을 내며 다가오고 있을 제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어두웠던 마음 어딘가에서 소금 같은 별이 흩뿌려지는 것 같았다.

P.79

그래, 윤이나래도 있고 하니까 봐줬다. 오늘은 유림 정식으로!”

늦은 오후,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잔뜩 사 들고 유림이네 집 계단을 올라갔다. 부모님은 외출하신 걸까, 묻기보다 집이 비어서 유림이가 자신 있게 친구들을 데리고 왔구나, 안심했더랬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이나를 위해 라면 대신 크림떡볶이며 바나나푸딩이며 유림이 뚝딱 만들어 준 코스를 휘둥그레진 채 즐기다가, 이나가 추천한 음악 영화를 BGM 삼아 한두 명씩 졸았다. 한참 뒤에 일어나니 어느새 까만 밤이 돼 있었다.

P.132

노래가 소리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라면 이나와 자기 사이를 오가는 속도는 알맞은지 궁금했다. 나래는 우선 자신이 어떤 템포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그동안은 멈춰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리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너무 빠른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인생이 노래라면 나래는 제 삶을 쓴 작곡가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거냐고.

P.136

어른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소리지만, 나래는 노래를 시작하면서 이제야 인생이 손에 좀 잡히는 것 같았다. 주먹을 쥐면 곧장 가려질 아주 작은 크기이기는 해도, 주무르는 대로 모양이 변하는 지점토 같은 덩어리처럼 어떤 형태가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나래는 가사지에 카피를 하다 말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지금처럼, 들리는 대로 느낌을 받아 적고, 부를 수 있는 만큼 표현하는 것만으로 적당히, 다음, 다음, 그다음 레슨 곡으로 넘어가는 삶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P.147

좋아하는 걸 모아 두는 거, 난 재생 목록 말고 없던데. 이것도 간신히 채웠어.”

훅 들어온 정현의 말에 나래는 가슴이 붕 떴다 내려앉는 것 같았다. 풀어지려던 긴장이 다시 조이는 기분. 농담으로만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실상 나래도 정현과 다르지 않았다. 휴대폰을 끄면 모두 조금씩 외로워지는 이유가 정현의 말마따나 좋아하는 마음의 방 같은 게 많지 않아서인가 싶었다.

P.155

아무래도 세상이 우리한테 좀 너무하네.”

그래, 차라리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는 말이 더 괜찮게 들릴 지경이야.”

어른들이 들으면 하다 하다 꿈꾸는 것조차 미룬다고 타박하려나. 하지만 지금 우리의 대화는 꿈꾸기를 언제까지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에 더 가깝다. 각자의 현실에 실망보단 애정을 더해 가면서 봄을 건너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티저
구름다리

인트로
부드러운 이탈

트랙 1
리겔의 속도

트랙 2
노래 발언권

트랙 3
우리들의 브이로그

트랙 4
청록색 캔 음료

듀엣
소리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

트랙 5
상쾌한 파랑

인터루드 타임
비밀과 고백 사이

스페셜 트랙
구원의 바깥

트랙 6
그저 떨아져야 할 타이밍

히든 트랙
이날의 노래

트랙 7
이어 주는 말

아우트로
여름방학

작가의 말
작가이미지
저자 윤혜은

살수록 사는 운, 쓸수록 쓰는 운이 쌓인다고 믿는 사람. 좋아하는 모든 일 중에 노래 부르기를 가장 좋아한다. 시도 때도 없이 노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만 언제나 진심에 못 미친다고 느낀다. 다행히 이소설을 쓰는 동안은 그런 생각을 덜했다. 내게 오랜 시간 지망생의 마음을 심어 준 노래와 소설을 하나로 이을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나만의 별자리를 새기듯 소설을 쓰려 한다. 에세이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아무튼, 아이돌》 《매일을 쌓는 마음》을 지었고, 팟캐스트 〈일기떨기〉에서 나눈 대화를 책으로 묶은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를 함께 썼다. 망원동에서 동료 작가와 서점 작업책방 씀을 운영하고 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나래의 반짝이는 여름날
청량한 리듬으로 재생되는 열여덟의 멜로디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는 주인공 나래가 꿈을 찾아 꿈틀대는 한 계절을 투명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나래는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며 빈칸으로 남긴 진로 계획서를 보고 어서 꿈을 찾아야 한다는 서늘함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단짝인 이나를 따라 노래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 보컬 학원에 따라 들어가고 뜻밖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한다. 이 책은 선선한 기운이 숨 쉬는 초봄을 지나 바람 한 줄기가 땀을 식히는 여름이 오기까지, 나래의 설익었던 꿈이 무르익어 무성한 빛깔을 내뿜는 시간을 청량한 문체로 담아냈다.
윤혜은 작가는 나래의 반짝이는 여름날을 산뜻한 대사와 장면들로 포착해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나래가 단짝 친구들과 보내는 일상은 시트콤처럼 통통 튀는 대사로 유머러스하게 담아내 미소를 자아내는 한편, 정현과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에선 대사 사이의 진한 여백을 통해 두근거리는 떨림을 전한다. 나래가 첫 무대에 올라 강하게 음을 지르는 장면에선 울컥하는 나래의 깊은 감정을 날것 그대로 꺼내 보여 준다. 온도와 박자감이 선명한 장면들과 계절감을 온 피부로 느끼게 하는 생생한 묘사를 읽다 보면 작품 속 여름으로 빠져든 듯한 느낌을 준다.
 
한없이 벅차오르면서도 한없이 외로워지는,
복잡다단한 ‘꿈’의 진실
있으면 있는 대로 조급해지고, 없으면 없는 대로 불안해지고. 때로는 설렘을 안겨 주는 희망찬 단어 같지만 때로는 부담스러운 짐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말. ‘꿈’은 힘차게 나아갈 힘을 지닌 듯하면서도 현실에 지쳐 있을 땐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마저 버거울 정도로 무게를 지녔다.
《우리들의 플레이스트》는 설렘, 불안, 두려움 등 꿈을 둘러싼 10대들의 온갖 들끓는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꿈이 없어 느끼던 막연함, 새로운 꿈을 찾게 된 설렘, 꿈을 향해 빠르게 나아갈 수 없다는 조급함, ‘한순간 번뜩이는 나’가 될 수 없다는 체념까지. 나래는 꿈 때문에 한없이 벅차오르다가도 꿈 때문에 한없이 초라해지고 외로워지는 날을 오가며 꿈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꿈은 결코 단일하지 않고, 드높거나 거창할 필요도 없다. 나는 언제고 다시 외로워질 것이고, 그럴 때마다 아주 작은 단위의 꿈들이 다가와 혼자가 아니게 만들 테니까. (...) 나래, 이나, 유림, 소영, 정현은 이런 꿈의 진실을 나보다 먼저 발견한 아이들이다. ―〈작가의 말〉 중

꿈은 마냥 밝고 희망찬 미래를 머금은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족쇄 같은 존재도 아니다. 꿈에 대한 환상과 부담감을 걷어내 나래처럼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면,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깔을 지닌 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꿈의 실마리들이 착실히 모이고 짜여, 매직 카펫이 되어 근사한 미래로 데려가 주진 않더라도 당장 오늘 밤을 밝힐 등불 하나쯤은 되어 줄 것이다.
 
“꿈꾸기를 언제까지고 포기하지 않을 거야.”
저마다 다른 속도로 달려가는 10대들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나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속도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나래의 단짝인 이나는 나래보다 훨씬 전부터 가수가 될 준비를 해 왔지만 언젠가부터 노래할 때마다 스스로 갉아먹는 기분이 든다. 결국 음악이 더 싫어지기 전에 꿈을 찬찬히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꿈에서 뒤돌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이나의 이야기는 꿈을 꾸는 것만큼 꿈을 포기하는 선택에도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리고 이 과정이 마냥 절망으로 얼룩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을 여는 시작점이 되어 또 다른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 책에는 그 밖에도 브이로그를 찍으며 일상을 기록하고 하루하루를 건강히 가꾸고자 하는 유림, 책을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부지런히 북 토크를 다니는 문학소녀 소영, 일단 꿈을 찾는 건 미뤄 두고 공부에 집중하는 전교권 성적의 정현까지. 자기만의 리듬으로 열여덟의 여름을 부지런히 통과하는 인물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꿈을 향해 걷는 10대들에게 이 책은 걸으며 함께 들으면 좋은 플레이리스트가 되어 줄 것이다. 벅차게 뛰고 싶을 때는 격한 박자로, 숨을 고르고 싶을 때는 느릿느릿한 템포로, 다양한 리듬의 이야기를 재생해 내게 맞는 속도를 찾아 나갈 수 있다. 꿈을 향해 걷는 방향과 속도에 결국 정답은 없다.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속 5인방처럼 언제까지고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현재를 있는 힘껏 끌어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