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순수하다. 브라우티건의 즐거운 사고와 기성 소설의 틀을 낱낱이 해체한 듯한 독특한 해방감이란!
_무라카미 하루키 《더 스크랩》에서
꿈속에서 살다가 꿈속에서 사라진 꿈의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선사하는 위트와 아이러니, 블랙유머와 패러디!
‘브라우티건 도서관’의 모티프가 된 도발적인 로맨스소설
커트 보네거트, 무라카미 하루키, 다니카와 슌타로, 오가와 요코, 장석주, 최승자, 김애란 등 많은 작가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들의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낚시》《워터 멜론 슈가에서》《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에 이어, 그의 네 번째 소설 《임신중절 _어떤 역사 로맨스》를 한국 독자에게 처음 선보인다.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모든 원고와 문서를 기증받아 보관하는 캘리포니아의 도서관에서 일하는 남자와 그 도서관을 찾아온 절세미녀의 연애극을 담은 이 작품은, 조금 서툰 커플의 엉뚱한 연애 이야기로 읽어도 흥미롭고, 소위 총천연색 ‘루저’들의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로 읽어도 유쾌하고, 작가가 내내 천착한 상실, 죽음, 폐허 등의 키워드로 읽어도 의미 있을 것이다. 특히, 작가가 이 작품에서 그리는 도서관 정신을 기려 훗날 ‘브라우티건 도서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브라우티건 도서관은 현재 워싱턴 주 밴쿠버에 위치해 있고, 실제로 출판되지 않은 미국의 저작물들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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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분류하는데 듀이의 십진분류법이나 다른 분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도서관 장서 원장에 등록한 다음에는, 그 책을 저자에게 돌려주어 그가 원하는 곳, 또는 그의 필이 꽂히는 서가에 직접 꽂도록 하고 있다.
책은 어디에 두어도 아무 상관 없는 것이, 아무도 그걸 빌려가기 위해 찾아오거나 도서관에 와서 읽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는 그런 도서관이 아니다. 이곳은 다른 종류의 도서관이다. _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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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자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녀가 대답했다. “당신에게는 나를 편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요.”
“내 옷 때문일 거예요. 그게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답니다. 언제나 그랬어요. 나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옷을 고를 줄 알지요.”
“난 당신 옷하고는 자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와 자고 싶어요?” 나는 물었다.
“도서관 사서하고는 같이 자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99퍼센트 나를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나머지 1퍼센트도 점차 나를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머지 1퍼센트도 나를 바라보는 것을 확인했다. _p.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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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잘 때 위에서부터 시작할지 아래에서부터 시작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특히 바이다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심각한 문제였다. 그녀가 어색하게 손을 뻗어서 내 얼굴을 감싼 채 조용히 계속해서 키스했을 때, 나는 어디서부터든지 시작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내내 나를 바라보았고, 마치 내가 활주로나 되는 것처럼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바꾸어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그녀의 얼굴은 내 손 안에 든 꽃이 되었다. 나는 키스하는 동안 손을 약간 아래로 내려 그녀의 목과 어깨를 어루만졌다.
내 손이 그녀의 가슴 경계에 도달했을 때, 나는 미래가 그녀의 마음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스웨터 아래 그녀의 유방은 아주 크고 완벽해서 처음 그것을 만졌을 때 나는 사다리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_p.63
옮긴이의 한마디
“장르소설의 패러디로 알려진 《임신중절_어떤 역사 로맨스》는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모든 원고와 문서를 기증받아 보관하는 캘리포니아의 도서관 사서와, 어느 날 그를 찾아온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과 임신,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임신중절수술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가 그리는 이 도서관의 정신을 기려서 미국 동부 버몬트 주 벌링턴의 플레처 프리 도서관에 출간되지 못한 모든 책의 원고와 문서를 기증받아 보관하는 ‘브라우티건 도서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임신중절》은 꿈속에서 살다가 꿈속에서 사라진 꿈의 작가가 쓴 무지갯빛 꿈같은 소설이다.”
_김성곤(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란 누구보다 먼저 주위 사건들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무슨 어마어마한 정치적·문화적 대변인은 결코 아닙니다만, 사회상과 문화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의식이 없는 예술이란, 돈 있고 배부른 귀족들의 사치일 뿐, 결코 인간정신의 고양이나 잃어버린 전원의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없을 겁니다.”
_리처드 브라우티건
제1권 버펄로 소녀들아, 오늘 밤에 나오지 않을래? 10
제2권 바이다 40
제3권 지하 저장소에 전화 걸기 72
제4권 티후아나 127
제5권 세 번의 임신중절수술 174
제6권 영웅 200
해설 브라우티건 도서관의 뜻을 기리며 232
1935년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에서 태어나 오리건 주 유진에서 자랐다. 1957년 비트 작가들의 본거지인 샌프란시스코로 거주지를 옮겼고, 그들과 함께 미국의 반문화 운동을 주도하며 1960년대 초반까지 세 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 미국인의 삶에 대한 세심한 통찰로 전미 젊은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던 그는, 1967년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특이한 형태의 소설을 출간해 전 세계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젊은이들은 이 소설에 담겨 있는 강렬한 반체제 정신, 기계주의와 물질주의 비판, 목가적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허무감 등에 매료되어, 마치 성서처럼 이 책을 늘 들고 다녔다고 한다. 『미국의 송어낚시』가 미국의 진보주의와 생태주의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달에 다녀온 미국의 우주인들은 자신들이 최초로 지구에 가져온 운석에 '미국의 송어낚시 쇼티'라는 이름을 붙여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했고, 한 포크록 그룹은 '미국의 송어낚시'라고 그룹 이름을 짓는 등 브라우티건의 소설은 한 세대의 정신을 움직일 정도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워터멜론 슈가에서』는 그가 196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앞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동화적 은유와 시적 표현들로 대중들에게 또 다른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임신중절: 역사적 로망스』(1971), 『호킨스 괴물: 고딕 웨스턴』(1974), 『바빌론 꿈꾸기 : 탐정소설』(1977), 『바람이 다 날려버린 건 아냐』(1982) 등을 출간하며 미국 문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84년, 브라우티건은 마흔아홉 살의 나이에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신은 그의 행방을 찾던 출판사에서 고용한 사립탐정에 의해 발견되었고 결국 정확한 사망 날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