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밟기
퓰리처가 주목하는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
#모던앤클래식문학
그림자밟기 Shadow Tag 루이스 어드리크 저자 이원경 역자
  • 2014년 06월 30일
  • 320쪽125X190mm비채
  • 979-11-85014-57-9 04840
그림자밟기
그림자밟기 Shadow Tag 저자 루이스 어드리크 2014.06.30

퓰리처가 주목하는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

 

여기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가 있다. 남편은 저명한 화가이고 아내는 그의 뮤즈이자 모델인 두 사람은 아이 셋을 키우며 산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단 한 번도 그 벽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사랑함으로 사람까지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와 그의 믿음을 깰 용기도, 도망칠 용기도 내지 못해 거짓 일기를 쓰며 두 사람의 관계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여자. 거짓과 진실, 절망과 희망이 반반씩 담긴 가짜 일기와 진짜 일기의 상호 폭로이자 대화 《그림자밟기》가 출간되었다. 전미 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단편소설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된,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실패한 결혼 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전 소설이기도 하다.

P.페이지_ 61
인간의 영혼은 눈에 보인다는 것. 길은 아이린을 그리면서 그녀의 그림자를 밟았다. 그녀가 아무리 기를 써도 그의 발에 짓밟힌 그림자의 실타래를 당길 수가 없었다.
P.페이지_ 154
만약 느닷없이 위기가 닥치면, 폭탄이 미니애폴리스를향해 발사되면, 소행성이 워커 센터를 향해 날아오면, 치사율 백 퍼센트인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퍼지면, 비행기가 IDS 타워에 부딪쳐 폭발하면, 흡혈귀가 나타나면, 인디언 살인마나 부활한 나치나 핵겨울이 미국을 휩쓸면, 이중 어떤 것이라도 일어나 가족이 달아나야 한다면, 리엘은 뒤에 남겨질 것이다. 말없는 존재이므로 뒤에 남겨질 것이다.
P.페이지_ 16
당신은 꽤 오랜 수색 끝에 내 빨간 일기장을 발견했을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내려고 줄곧 그걸 읽어왔을 테고. 그리고 두 번째 일기장, 당신이 내 진짜 일기장이라고 부를 일기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일기장이야.
P.페이지_ 47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앎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사랑은 우리가 상대의 특성을 대부분 사랑하고, 상대의 변하지 않을 흠을 참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P.페이지_ 85
리엘은 미시시피 강의 아름다운 절벽 꼭대기에 묻힌 검은 새 추장과 그의 말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사람들은 주홍색 물감으로 칠한 죽은 추장의 손을 그가 좋아하던 말의 옆구리에 눌러 그 말을 영원히 소유하게 해주었다. 가장 좋은 옷을 입힌 검은 새 추장의 시신을 업고, 각종 무기와 담배를 짊어진 그 말은 자기 다리 주위에 풀과 흙더미가 쌓이는 동안 얌전히 서 있었다. 이윽고 흙이 옆구리를 덮고 이내 목까지 차오르자 꼼짝할 수 없게 된 말은 손쉽게 생매장되었다.
P.페이지_ 34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거야. 당신은 나를 소유하려고 해. 그리고 내 실수는 이거야. 당신을 사랑한 나머지 당신이 진짜로 나를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

작품 소개 - 사랑이 아닌 것으로서의 사랑

PART 1 - 일기

PART 2 - 벽

PART 3 - 고양이

PART 4 - 아이린

PART 5 - 길

그리고,리엘

작가이미지
저자 루이스 어드리크 (Louise Erdrich)

현대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이자 시인, 아동문학 작가. 1954년,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미네소타 주에서 태어났다. 다트머스 대학에서 문학 학위를 받았으며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치페와족 혼혈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어드리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핏줄을 물려받은 자신의 가족사를 소재로 독특한 작풍의 시와 소설을 써왔다. 1984년 발표한 첫 소설 《사랑의 묘약》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2009년 《비둘기 재앙》으로 퓰리처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림자밟기》 외에 열세 권의 소설과 세 권의 시집을 냈으며 어린이 문학과 논픽션도 다수 집필했다. 오 헨리 단편소설상, 세계판타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미도서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녀의 존재는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은 물론,미국 문학사에 있어서도 절대적이다.

루이스 어드리크가 열세 번째로 발표한 소설 《그림자밟기》는 자전 소설로도 크게 화제가 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의 실패한 결혼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1981년 어드리크는 다트머스 대학 시절 교수와 학생으로 만난 마이클 도리스와 결혼했지만 16년의 결혼생활 끝에 종지부를 찍고 만다. 소설 속 ‘아이린’과 ‘길’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이었으나 불안과 절망에 짓눌리는 어린 아내의 모습에는 어드리크 자신이 투영되어 있으며, 화가와 모델로서 완성해가는 부부의 공동작업은 그들의 공동 집필을 떠올리게 한다. 어드리크에게 집착하다 못해 알코올의존증에 빠지고 자살 기도까지 한 마이클 도리스는 물론 소설 속 남편 ‘길’의 원형이다. 작가는 훗날,이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무척 두려웠으며 한발 물러서서 관조하는 한편 고집스럽게 집필을 이어감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낸 성공한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에게도 이 이야기는 하나의 도전이고 실험이었던 셈이다. 현재 미네소타에 살면서 소규모 독립 서점 ‘버치바크 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서점용 보도자료

 

1. 도서명

그림자밟기(모던&클래식 시리즈) Shadow Tag

 

2. 저자 : 루이스 어드리크 Louise Erdrich

3. 정가 : 13,000원

4. 출간일 : 2014년 6월 30일

5. ISBN : 979-11-85014-57-9 / 04840

6. 쪽수 : 320쪽

7. 판형 : 125*190 (소프트양장)

8. 분류

국내도서 > 문학 > 소설 > 영미소설 > 영미 장편소설

 

9. 책 소개

퓰리처가 주목하는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

 

여기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가 있다. 남편은 저명한 화가이고 아내는 그의 뮤즈이자 모델인 두 사람은 아이 셋을 키우며 산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단 한 번도 그 벽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사랑함으로 사람까지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와 그의 믿음을 깰 용기도, 도망칠 용기도 내지 못해 거짓 일기를 쓰며 두 사람의 관계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여자. 거짓과 진실, 절망과 희망이 반반씩 담긴 가짜 일기와 진짜 일기의 상호 폭로이자 대화 《그림자밟기》가 출간되었다. 전미 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단편소설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된,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실패한 결혼 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전 소설이기도 하다.

 

10. 책 속에서

 

당신은 꽤 오랜 수색 끝에 내 빨간 일기장을 발견했을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내려고 줄곧 그걸 읽어왔을 테고.

그리고 두 번째 일기장, 당신이 내 진짜 일기장이라고 부를 일기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일기장이야. _16페이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거야. 당신은 나를 소유하려고 해. 그리고 내 실수는 이거야. 당신을 사랑한 나머지 당신이 진짜로 나를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 _34페이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앎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사랑은 우리가 상대의 특성을 대부분 사랑하고, 상대의 변하지 않을 흠을 참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_47페이지

 

인간의 영혼은 눈에 보인다는 것. 길은 아이린을 그리면서 그녀의 그림자를 밟았다. 그녀가 아무리 기를 써도 그의 발에 짓밟힌 그림자의 실타래를 당길 수가 없었다. _61페이지

 

리엘은 미시시피 강의 아름다운 절벽 꼭대기에 묻힌 검은 새 추장과 그의 말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사람들은 주홍색 물감으로 칠한 죽은 추장의 손을 그가 좋아하던 말의 옆구리에 눌러 그 말을 영원히 소유하게 해주었다.

가장 좋은 옷을 입힌 검은 새 추장의 시신을 업고, 각종 무기와 담배를 짊어진 그 말은 자기 다리 주위에 풀과 흙더미가 쌓이는 동안 얌전히 서 있었다. 이윽고 흙이 옆구리를 덮고 이내 목까지 차오르자 꼼짝할 수 없게 된 말은 손쉽게 생매장되었다. _85페이지

 

만약 느닷없이 위기가 닥치면, 폭탄이 미니애폴리스를향해 발사되면, 소행성이 워커 센터를 향해 날아오면, 치사율 백 퍼센트인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퍼지면, 비행기가 IDS 타워에 부딪쳐 폭발하면, 흡혈귀가 나타나면, 인디언 살인마나 부활한 나치나 핵겨울이 미국을 휩쓸면, 이중 어떤 것이라도 일어나 가족이 달아나야 한다면, 리엘은 뒤에 남겨질 것이다.

말없는 존재이므로 뒤에 남겨질 것이다. _154페이지

 

11. 저자 소개

루이스 어드리크

현대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이자 시인,아동문학 작가. 1954년,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미네소타 주에서 태어났다. 다트머스 대학에서 문학 학위를 받았으며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치페와족 혼혈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어드리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핏줄을 물려받은 자신의 가족사를 소재로 독특한 작풍의 시와 소설을 써왔다. 1984년 발표한 첫 소설 《사랑의 묘약》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2009년 《비둘기 재앙》으로 퓰리처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면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림자밟기》 외에 열세 권의 소설과 세 권의 시집을 냈으며 어린이 문학과 논픽션도 다수 집필했다. 오 헨리 단편소설상, 세계판타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미도서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녀의 존재는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은 물론,미국 문학사에 있어서도 절대적이다.

루이스 어드리크가 열세 번째로 발표한 소설 《그림자밟기》는 자전 소설로도 크게 화제가 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의 실패한 결혼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1981년 어드리크는 다트머스 대학 시절 교수와 학생으로 만난 마이클 도리스와 결혼했지만 16년의 결혼생활 끝에 종지부를 찍고 만다. 소설 속 ‘아이린’과 ‘길’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이었으나 불안과 절망에 짓눌리는 어린 아내의 모습에는 어드리크 자신이 투영되어 있으며, 화가와 모델로서 완성해가는 부부의 공동작업은 그들의 공동 집필을 떠올리게 한다. 어드리크에게 집착하다 못해 알코올의존증에 빠지고 자살 기도까지 한 마이클 도리스는 물론 소설 속 남편 ‘길’의 원형이다. 작가는 훗날,이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무척 두려웠으며 한발 물러서서 관조하는 한편 고집스럽게 집필을 이어감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낸 성공한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에게도 이 이야기는 하나의 도전이고 실험이었던 셈이다. 현재 미네소타에 살면서 소규모 독립 서점 ‘버치바크 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옮긴이 이원경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줄업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껏 《바이킹》 3부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와인드업 걸》《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해적의 시대》《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등의 영미권 소설을 비롯해 《삶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THE 33》 등의 논픽션, 《말 안 하기 게임》《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 등의 어린이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12. 차례

 

작품 소개 - 사랑이 아닌 것으로서의 사랑

PART 1 - 일기

PART 2 - 벽

PART 3 - 고양이

PART 4 - 아이린

PART 5 - 길

그리고,리엘

 

13. 추천사

 

절박하다. 이 책의 인물들은 누구나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절박하다. 루이스 어드리크는 그녀만의 마법으로 우리의 삶을 온통 바꾸어 놓는다. 평범함에서 절박함으로, 간절함과 어쩔 수 없는 슬픔으로. _뉴욕타임스

작가 자신의 은밀한 개인사와 가족사, 그리고 실패한 결혼을 엮어 직조한 고통스럽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_커커스리뷰

날름거리는 불꽃에 매혹되어 밤새 모닥불을 바라본 적 있는가. 이튿날 아침, 그 잔해가 남긴 거대한 허무에 깊은 슬픔을 느껴본 적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마음이 바로 그러할 것이다. _라이브러리저널

이 소설은 하나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루이스 어드리크만의 매우 우아하고 우월한 방법이다. _북페이지

압도적이다. 퇴로를 걸어닫은 채 무섭게 빠져들게 된다. 한 작가의 가장 아름답고 절박한 순간을 엿보는 기분으로. _워싱턴포스트

이 소설은 맑고 깊고 갈급히 흐르는 급류다. 독자로 하여금 한껏 휩쓸리고 걸신들린 듯 다음 페이지를 찾아 읽게 하는, 이야기의 기적이다. _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루이스 어드리크는 비극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다. _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

이 책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하나의 비밀을 마음에 맺고 살아간다는 것. _USA투데이

정복과 복종, 사랑과 유전, 그리고 상실을 한데 응축한 대가의 솜씨.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_북리스트

 

14. 출판사 서평

 

퓰리처가 주목하는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

★전미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단편소설상 ★세계판타지문학상 수상 작가★

 

여기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가 있다. 남편은 저명한 화가이고 아내는 그의 뮤즈이자 모델인 두 사람은 아이 셋을 키우며 산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단 한 번도 그 벽을 넘으려 하지 않았다. 사랑함으로 사람까지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와 그의 믿음을 깰 용기도, 도망칠 용기도 내지 못해 거짓 일기를 쓰며 두 사람의 관계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여자. 소설 《그림자밟기》는 거짓과 진실, 절망과 희망이 반반씩 담긴 가짜 일기와 진짜 일기의 상호 폭로이자 대화이다. 전미 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단편소설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된,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실패한 결혼 생활이 소설 전반에 고스란히 드러나 충격을 던진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의 문제. 당신은 나를 소유하려 해.

그리고 나의 실수. 나를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어.

그림자밟기를 하던 밤,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우리의 깊은 어둠처럼.

 

남편 ‘길’이 찾아내기를 바라며 쓴 가짜 일기장을 캐비닛에 감춰두고, 진짜 일기를 쓰러 은행 금고로 향하는 아내 ‘아이린’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금고 옆에 마련된 조그만 사실(私室)에서 그녀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첫 문장을 쓴다. ‘지금 내겐 일기장이 두 권 있다. (중략) 아마 당신은 꽤 오랜 수색 끝에 내 빨간 일기장을 발견했을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내려고 줄곧 그걸 읽어왔을 테고. / 그리고 두 번째 일기장, 당신이 내 진짜 일기장이라고 부를 일기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일기장이야.’ 사실, 아이린과 길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였고, 둘 사이에 이렇다할 문제가 있었던 적도 없었다. 다만, 사랑은 소유되는 것이 아니었고, 마음 깊은 곳의 허무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진실뿐. 집착하는 남자와 그로부터 달아나기를 꿈꾸는 여자의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시작은 두 권의 일기장이 교차되면서 서로 속고 속이는 기괴한 전개로 이어진다. ‘레드 다이어리’ 속 아이린은 은밀히 남편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는 척하지만, 은행 금고 속 ‘블루 노트북’의 아이린은 두려움과 자기 부정으로 괴로워한다. 두 개의 일기장을 급격히 오가는 과정은 심리 스릴러처럼 독자의 마음을 온통 빼앗고, 작은 반전이 숨어 있는 결말은 처연해서 아름답다.

 

“그날 이후 나는 두 권의 일기를 쓴다.”

자전적 소설로 현대 가족의 문제를 섬세하고 심도 있게 파헤친 작가적 용기!

 

《그림자밟기》는 루이스 어드리크가 열세 번째로 발표한 소설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핏줄을 물려받은 그녀는 자신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소재로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독특한 시와 소설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작가의 실패한 결혼생활의 면면이 이처럼 상세하게 담긴 작품은 소설 《그림자밟기》가 유일하다. 1981년, 어드리크는 다트머스 대학 시절 교수와 학생으로 만난 마이클 도리스와 결혼했다. 그들 또한 소설 속 ‘아이린’과 ‘길’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이었고, 16년의 결혼생활 끝에 아이린과 길처럼 헤어지고 만다. 불안과 절망에 짓눌리는 어린 아내의 모습에는 어드리크 자신이 투영되어 있으며, 어드리크에게 집착하다 못해 알코올의존증에 빠지고 자살 기도까지 한 마이클 도리스는 물론 소설 속 남편 ‘길’의 원형이다. 작가는 훗날, 이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무척 두려웠으며 한발 물러서서 관조하는 한편 고집스럽게 집필을 이어감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언뜻 견고해 보이는 사회적 테두리는 때로 아무리 밟아도 밟히지 않는 그림자처럼 연약하고 허무하다. 자신의 가족사와 개인사를 매개로 현대 사회에서의 가족의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든 작가의 진지한 용기에서 유럽 문학과 뚜렷이 구별되는 미국 문학만의 미덕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5. 작가의 한마디

나는 끈덕지게 썼다. 나도 내가 쓰는 이야기가 두려웠고 때때로 그만두고 싶었지만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쓰고 또 썼다. 내 개인사로부터 이야기를 멀리, 더 멀리 떨어뜨렸다. 그러자 마침내 그 이야기가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16. 옮긴이의 한마디

흔히 모든 소설은 결국 작가 자신의 역사라고 한다. 삶의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글은 지은이 루이스 어드리크의 자전적 소설이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아픈 기억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녀 자신도 이 소설을 쓰면서 객관적이고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기가 지난했음을 토로했다. 소설 말미에 등장하는 작은 반전은 아마도 그런 고민이 반영된 장치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주인공들이나 지은이의 삶과 사랑, 아픔을 평가하고 재단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묵묵히 지켜보면서 내 안의 것들을 곰곰이 되새겨보는 시간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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