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빅토르 로다토 지음 │ 김지현 옮김 │ 344쪽 │ 12,000원
누구나 삶의 경계를 지나 어른이 된다.
그러나 소녀 마틸다의 내면은 너무나 은밀하기에 유독 그 벼랑은 높고 날카로우며 아스라하다.
오프라 윈프리
√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
√ 북리스트 올해의 책
√ 글로브앤드메일 올해의 책
√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 올해의 책
√ 2010 PEN-USA 소설부문
아픈날들은아파하며지나가야한다는것,‘ 위로’란힘내라는말대신그아픔을통째로함께앓는행위라는것, 죽음은 이별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소녀 마틸다의 이야기. 처음으로 경험하는 가족의 죽음과 첫 사랑, 첫이별, 첫 키스, 첫 경험… 처음으로 가득한 십대라는 시기의 불안한 감수성을 예리한 언어로 포착한 빅토르 로다토 장편소설《마틸다》가 2010년 9월 드디어 한국을 찾아온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복잡한 내면을 가진 소녀 마틸다와 똑똑하고 아름다우며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언니.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언니의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누군가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그녀를 떠밀었다는 것. 그날 이후 마틸다의 부모님은 언니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평온했던 일상은 산산이 부서진다. 도대체 누가, 왜 언니를 죽인 것일까? 죽기 전 언니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틸다는 언니의 1주기를 맞아 스스로 탐정이 되어 진실을 조사하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마을을 위협하는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9.11 이후 계속되어온 테러의 공포에 시달린다. 마틸다 또한 가족을 잃은 개인적 상실이 대규모의 테러와 만나면서 지독하게 십대적인 불안으로 폭발하고 만다. 전쟁, 테러, 폭력, 그리고 죄책감. 자신과 화해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같은 개인과 세계의 공명을 필요로 하는, 아프디 아픈일인지 모른다.
겹겹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함께’ 아파야 한다. 《마틸다》의 메시지에 주목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을 자신의 매거진에 추천도서로 선정하고 전문가의 가이드까지 실어 독자들에게 권했다. 얇지만 깊이 있는 소설《마틸다》는 쟁쟁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전미 일간지와 서평지가 뽑은‘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되었다. 일반적인 성장소설의 틀을 따르는 듯싶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문체, 문학적 상징으로 가득한 비유가 무엇보다도 참신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하는, 마틸다를 읽기 위한 여덟 가지 질문
1. 거짓말에 진실보다 더 아픈 진실이 담길 수 있을까?
2.‘ 결백함’은‘정의로움’의동의어가될수있을까?
3. 우정은 정말로, 사랑보다 안정적이며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일까?
4. 가끔 끔찍해지고 싶고,더 나빠지고 싶을 때 우리는 정말 무엇을 원하는 걸까?
5. 사랑이 지나간 자리가 두려울 때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6. 가족의 사생활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깊이 알고 있을까?
7.‘ 애도’란죽음을잊는것일까,아니면기억하는것일까?
8. 내가 보고 느끼고 알고 있는 세상은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또 가짜일까?
《마틸다》를 이루는 두 축은 죽음과 사랑이다. 소녀 마틸다의 나이는 만으로 열세 살, 언니 헬렌은 열일곱 살 생일을 앞두고 죽었다. 물론 열세 살 소녀에게 열여섯 살 언니는 하늘같은 존재다. 마틸다 역시 그랬다. 언니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도 벅찬데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소설《마틸다》가 그리는 죽음과 사랑은 더없이 섬세하고 조금은 특별하다.
“죽음이란 사람을 그렇게 만드나봐. 죽음은 거의 농담 같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지.”_본문 중에서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고 떠나갔다고 해서 이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별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서로를 마음깊이 이해하는 공감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헬렌이 죽은 후, 헬렌이 마치 없었다는 것처럼 이상행동을 보이는 부모님은 아직 헬렌과 이별하지 못한 것이다. 부모님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고, 언니의 사생활을 스토킹하며 언니의 남자친구를 조사하고 다니는 마틸다의 행동은 무사히 헬렌을 떠나보내려는 몸부림이다. 무기력해진 부모님을 슬픔의 늪에서 구하고 가족을 지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마틸다를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계기는 사랑이다. 언니가 죽기 전까지, 마틸다를 긴장시키는 건 오로지 우정이었다. 특히, 인형처럼 예쁘고 새침한 단짝친구 애나는 마틸다에게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그러나 언니가 남자친구들과 주고받은 비밀스러운 이메일을 통해 마틸다는 처음으로 사랑과 섹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세상의 모든 소년들과 그들의 몸이 궁금하고 이웃집 소년 케빈이 자꾸 눈에 밟힌다. 케빈은 마틸다보다 친구 애나에게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왔어. 달빛에는 손가락이 있었고 우리 몸에 달라붙었어. 여긴 우리가 살던 세계와 같은 곳이지만, 이젠 달라. 모조리 빛나기 시작해. 고양이가 지켜보고 있어. 기적을 보는 거야.”_본문 중에서
머리와 심장을 뚫고 나올 듯 펄떡이는 호기심, 처음 경험하는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열망, 그러나 끝내 슬픈 예감이 맞아떨어질 때의 좌절… 희곡과 시를 발표해 이미 탄탄한 문학성을 인정받은 ‘정통 문학 작가’ 빅토르 로다토는 중년 남성의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상처받으면 아프다는 것을 알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며, 거절당할 때의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는 소녀 마틸다의 캐릭터는 어떤 성장소설의 주인공보다도 매력적이고 독보적이다.
마침내 마틸다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우며 긴 방황을 마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언니의 모습을 보고, 언니와의 기억을 왜곡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과 화해한다. 절망에 빠진 부모님을 위로하고, 손을 내밀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로 이끈다. 타인과 눈을 맞추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족에 대해 진정으로 아는 것. 쉬운 것 같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이 메시지야말로 작가 빅토르 로다토가‘동정 없는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마법의 열쇠일 것이다.
지은이 빅토르 로다토 (VICTOR LODATO)
소설가이자 시인, 희곡 작가이다. 미국 룻거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에 시와 희곡을 발표, 현대 예술의 구심점인 구겐하임 후원금 수상(2002~2003)을 비롯, 희곡 <마더하우스 Motherhouse>로 헬렌메릴상을,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웨이즈버거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또한, 노벨상 수상작가인 유진 오닐 학회에서 집필작 <용을 죽여라Slay the Dragon>를 상연하였으며, 미국 국립예술진흥원 후원금과 프린세스 그레이스 재단, 로버트 체슬리 재단의 후원은 물론, 이탈리아의 보글리아스코 재단, 프랑스의 카마르고 재단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미국과 유럽 문학계에서 탁월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시와 희곡으로 전무후무한 수상 경력과 최고의 명성을 얻은 로다토는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시적이면서도 빈틈없는 문장, 재기발랄하면서도 온갖 상징으로 가득한 성장소설《마틸다》를 내놓은 것이다. 어리지만 영리하고, 날카롭지만 유쾌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마틸다. 죽은 언니의 삶을 파헤치는 한 소녀의 잔혹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문학계는 갈채를 보냈다. 북리스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글로브앤드메일 등 주요 서평지와 일간지가‘올해의 책(2002)’으로 선정했고, 오프라 윈프리는 독서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하며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상실의 아픔을 통째로 앓는 당차고 엉뚱한 소녀 마틸다를 통해 소설가로 활동의 폭을 넓힌 작가 빅토르 로다토에게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옮긴이 김지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영미문학에 관심을 가졌고, 단편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로 대산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쾅!지구에서 7만 광년》《예언》등이 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창작 및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