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새삼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에세이 쓰기는 어렵다.
나는 원래 소설가여서 소설 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간단한 건 절대 아니지만, 소설 쓰기는 내 본업이니 묵묵히 해내는 것이 당연하므로 일일이 어렵네 어쩌네 하는 말은 할 수 없다.
번역도 부업으로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절반은 취미 같은 것이어서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음 가는 작품을 마음이 갈 때 마음 가는 만큼 번역한다. 그러면서 어렵네 힘드네 하는 소리를 하면 벌받을 것이다. 거기에 비해 에세이라는 것은 내 경우, 본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미도 아니어서 누구를 향해 어떤 스탠스로 무엇을 쓰면 좋을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대체 어떤 걸 쓰면 좋을까 하고 팔짱을 끼게 된다.
수년 전, 모 항공사의 기내지 일로 오리건 주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시험 삼아 “가능하면 유진의 나이키 본사에 있다는 이러저러한 전설의 조깅코스를 달려보고 싶은데” 하고 제안해보았다. 편집자가 나이키 홍보부에 문의했고 “좋습니다. 얼마든지 달리세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호! 그것만으로도 오리건에 갈 가치는 있었다.
기대에 부푼 가슴으로 나이키 본사에 갔는데, 문득 깨달은 사실! 맙소사, 내가 갖고 간 것은 뉴발란스 옷과 신발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나이키 본사의 코스를 달리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몹쓸 짓이다. 게다가 내가 달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는데.
슈트를 사러 갈 때는 슈트를 입고 간다.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가게에 들어가서 슈트를 고르는 건 결코 쉽지 않으니까. 일단 슈트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머릿속을 슈트 모드로 바꾼 뒤 슈트를 사러 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슈트를 입는 일은 이 상황일 때가 가장 많다. 즉 슈트를 사러 갈 때 입기 위해 슈트를 사는 것 같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