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나 뽑기
민주는 늘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쁘지도, 그림을 잘 그리지도, 공부를 썩 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학예회가 열린 날, 우연히 이상한 천막에 들어각게 되고 민주는 거기서 다른 ‘나’를 뽑게 되는데...
#뽑기
내멋대로 나 뽑기 최은옥 저자 김무연 일러스트
  • 2018년 10월 24일
  • 96쪽190X260mm주니어김영사
  • 978-89-349-9386-5 73810
내멋대로 나 뽑기
내멋대로 나 뽑기 저자 최은옥 2018.10.24
민주는 곧 있을 학예회에 가고 싶지 않다. 부모님도 곧 오실 예정인데 자신은 내세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기는커녕 말을 잘 하지도 못한다. 

운동장 여기저기를 배회하던 민주는 문득 알록달록한 빈 천막을 발견하고 홀린 듯 그 안으로 들어간다. 천막 안은 온통 거울투성이에, 테이블 위에는 카드가 진열되어 있다. 어디선가 깊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목소리는 민주에게 묻는다. 

“너는 네가 마음에 안 드나 보구나. 어떤 ‘나’가 되고 싶니?” 

민주는 곰곰이 생각하다 그림 잘 그리는 보라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을 대는 순간 평소 보라가 잘하고 다니는 리본 핀이 머리에 꽂혀 있다. 밖으로 나간 민주는 자신의 그림이 대회에서 일등상을 탄 사실을 알게 된다. 외모는 그대로이지만 보라의 재능과 성격을 갖게 된 민주는 신이 난다. 그러나 그림 그리는 재능에서 만족할 수 없었던 민주는 계속 ‘나’를 다른 아이들로 바꾼다. 얼굴이 이쁜 아영이, 발표를 잘하는 세런이, 춤을 잘 추는 가회. 그러나 완벽한 능력을 가질수록 그들의 단점도 고스란히 갖게 된 민주는 친구, 가족, 심지어 반려견과도 점점 멀어진다. 

민주는 곧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잘 먹고 친구들과 사이좋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신이 그리워진다. 마지막으로 민주는 원래의 ‘나’를 뽑고 학예회로 돌아간다. 
P.49-50
“세상에! 신기해! 키도 좀 커지고 진짜 날씬해졌어!”
나는 거울 앞으로 코를 들이대고 살폈어요. 아영이 같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한 얼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아영이보다 더 예쁜 거 같아!’
어디가 달라진 건지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마음에 쏙 들었어요.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거 같았지요. 게다가 이렇게 날씬한 나라니요! 그림을 잘 그리게 됐을 때보다 공부를 잘하게 됐을 때보다 더 신이 났어요. 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요리조리 거울을 보고 있을 때였어요.
“어머, 넌 어쩜 그렇게 예쁘게 생겼니!”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아줌마가 감탄하며 말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아줌마들도 한마디씩 거들었지요. 
P.60
아이들이 우르르 앞으로 뛰어갔어요. 순식간에 나만 남겨졌지요. 난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나윤이를 가만히 바라봤어요. 나윤이는 늘 아이들에게 인기가 최고로 많았어요. 아이들이 나윤이를 흉보는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모두 나윤이를 칭찬하고, 뭐든 함께하고 싶어 했지요. 
“인기? 그런 것쯤이야!”
나는 운동장을 두리번거렸어요. 아까보다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운동장을 보니 조금 걱정됐어요. 
“설마, 없어진 건 아니겠지”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알록달록한 천막은 하얀 천막들 사이에 우뚝 그대로 서 있었어요. 마치 내가 또 찾을 줄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에요. 게다가 여전히 그 앞만 조용했지요.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쏜살같이 천막으로 뛰어갔어요. 
P.84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나는 천천히 일어서 호숫가로 다가갔어요. 돌멩이 하나를 집어 멀리 던졌지요. 내 마음처럼 어수선한 물결이 크게 일었어요. 
“엄마 아빠가 나를 모르다니…….” 
온 세상이 무너지고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어요. 나는 자꾸 차오르는 눈물을 훔쳤어요. 
“학예회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꼬인 건지 모르겠어요.
나는 물에 비친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어요. 언뜻 그림을 잘 그리는 보라 모습이 보였어요. 공부도 잘하고, 똑 부러지는 세린이도 보였고요. 예쁘고 날씬한 아영이, 연예인처럼 춤을 잘 추는 가희, 인기 많은 나윤이까지 보였지요. 
“모두 다 뽑으면 훨씬 멋진 내가 될 줄 알았는데…….”
나는 울먹울먹하며 어딘가 어색한 내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봤어요. 
“…… 이게 정말 나일까……”.
나 때문에 짜증 나!
달라진 나
최고로 멋진 날
목걸이와 반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나
말도 안 돼!
이게 정말 나일까? 
서민주, 바로 나야!
작가이미지
저자 최은옥

서울에서 태어나고 여주에서 자랐다. 2011년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2013년 비룡소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어린이 친구들이 신나고 재미있게 읽는 이야기를 쓰려고 언제나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책 읽는 강아지 몽몽》 《사라진 축구공》 《방귀 스티커》 《잔소리 붕어빵》 《그림자 길들이기》 《팥죽 호랑이와 일곱 녀석》이 있다.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
학교라는 곳에 첫 발을 디디면서 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많은 친구를 만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동시에 서서히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마냥 가족들에게 사랑 받았던 내가 아닌,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나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내 외모에 대해 판단하게 되고, 다른 친구가 가진 장점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심지어 친구들이 처한 환경과 내 환경을 비교하기도 한다. ‘비교’를 통해서 아이들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해서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물론 우월한 마음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바람직한 감정은 아니다.  이처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판타지로 풀어낸 책이 이번에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로《내 멋대로 나 뽑기》이다. 《내 멋대로 친구 뽑기》《내 멋대로 아빠 뽑기》《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로 꾸준히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최은옥 작가의 신작이다.
민주는 곧 있을 학교 학예회에서 누구보다 멋진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부모님도 오실 예정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걱정스럽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다른 친구보다 뛰어난 것도 없고 외모도 지극히 평범한 통통한 어린이일뿐이다. 그런 민주의 눈앞에 짜잔, 자신의 모습을 바꿔 줄 신기한 천막이 나타난다. 그로인해 민주의 상상은 현실이 되는데. 민주의 자신을 바꿔 나가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궁금증도 일으킨다. 그러나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초라해지고 슬퍼하는 민주를 발견하게 된다. 그 모습에서 어린이 독자들은 ‘세상에 딱 하나뿐인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귀한 기회를 갖게 된다.
김무연 작가의 귀여운 일러스트, 나를 바꿔 주는 거울 방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내 멋대로 나 뽑기》.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해 주는 선물 같은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