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폭우로부터 가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오늘의 기분과 내일의 세계를 바꾸는 힘에 관한 이야기
《생활의 사상》 이후 7년, 철학자 서동욱 교수의 신작 에세이!
염세주의 사상가 쇼펜하우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생을 향한 그의 적나라한 응시가 ‘욕망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힘’을 주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욕망이 사라진 자리를 그대로 비워놔도 괜찮을까. 시간도 방법도 없다는 이유로 더 나은 삶에 대한 생각을 이대로 멈춰도 될까.
국내 최고의 들뢰즈 사상 연구자이자 시인과 평론가로 활동해온 서강대학교 철학과 서동욱 교수가 7년 만에 출간한 에세이. 연결될수록 고립되는 세계, 버틸수록 소진되는 일상에 던지는 철학의 위로는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준다. 우리는 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되는 생각, 날씨를 선물해주는 생각의 힘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대 방향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날씨가 만드는 사상이 아니라 날씨를 만드는 사상은 없는가? 고대 민족이 먼 옛날 마음에 담았던 ‘레인메이커’의 꿈을 철학은 간직하고 있는가? 철학은 오래전부터 날씨의 언저리를 맴돌며 거기에 손을 대고 싶어 했다. (…) 니체 역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날씨를 바꾸고자 한다. ‘떠도는 구름’으로부터 ‘청명한 하늘’로, 그러니까 구름 뒤에 숨은 인간들을 억압하는 원리들로부터 자유로. 나는 자유와 하늘의 청명함을 푸른색 종처럼 모든 것 위에 펼쳐놓았다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날씨는 바꿀 수 있다.
남들이 찾아낸 해답이 자기 자신에게도 꼭 맞던가? 얼마간 참고는 될지 몰라도 결코 자신을 위한 해답은 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해답이란 그 해답을 얻어낸 질문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활짝 핀 꽃송이를 꺾어 가지듯 해답만을 똑 따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해답이란 문제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과이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해답의 범위와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는 각자가 앓는 저만의 질병처럼 각자의 삶으로부터만 피어오른다.
AI는 문학 작품이든 미술품이든 만들어낸다. 이는 인간을 감동시킬 수 있고, 홀릴 수 있으며, ‘유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작품의 수준이 높냐 아니냐, 독창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유혹이 예술의 영역에 그칠까? 일단 유혹의 기술을 배우면 그 적용 범위는 한없이 넓어진다. AI가 유혹의 문제라는 것은, AI가 칵테일이나 요리 레시피에 대해서까지 독자적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최고의 레시피를 제공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도대체 무엇이 최고의 기준인지 우리는 결코 답하지 못한다. 관건은 AI가 무엇인가를 제시하며 인간을 유혹할 것이고, 결국 적응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산책에는 삶의 중요한 진실이 있다. 산책에는 단조로움과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달리 말하면 반복과 반복을 통해 얻는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늘 똑같은 길로 들어서지만 그것은 늘 새로운 하루이다. 이것이 일상의 구조 자체라는 것, 반복이 새로움의 조건이라는 것은 산책의 귀중한 동반자인 우리 집 강아지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매번의 산책이 세상에서의 첫날인 것처럼 구름이는 너무 신나서 걸어간다. 산책이 그렇듯 반복이 새로움이 아니라면, 일상은 그저 형벌일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친지들에게, 젊은이들에게,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가능성 자체로서 자신의 현재를 시험해보는 이들에게 더 큰 관심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제 자신의 가능성이 아닌 타인의 가능성을 돌볼 시간이 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시간을 되찾는 길이 아닌가? (…) 인간은 수전노처럼 자신만의 시간을 마지막 동전처럼 움켜잡고 홀로 죽지 않는다. 타인이 누릴 미래를 자기의 미래처럼 돌보기에 인간에게 시간은 무한한 것이다. 이웃에서 이웃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미래는 불멸의 고리를 만들며 전진한다.
프롤로그: 날씨를 선물하는 일기예보
1부 우리는 성숙할 수 있을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기생충의 예술과 철학│반복, 인생과 역사와 예술의 비밀│자기기만, 영혼의 질병│서양의 본질, 우울과 여행: 바다 이야기 1│물과 바다의 철학: 바다 이야기 2│아이네아스, 보트피플의 로마 건국: 바다 이야기 3│남녀관계는 평생의 학습을 요구한다│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희생양 없는 사회를 향하여
2부 세상을 견뎌내기 위하여
소년의 나라│바보와 천재│늑대인간│인공지능과 인공양심│문제를 만들어내는 능력│철학과 매스미디어│철학자와 계몽군주│서유기와 혹성탈출의 정치│근대와 인간 주체의 탄생│근대 이후, 하이브리드의 삶 또는 AI
3부 위안의 말
산책│염세주의│유머│사랑의 말│기차 이야기│피젯스피너와 너무 지친 인간│혼밥│바람과 허파의 철학│《홍루몽》의 시회│차이가 우리를 보호한다
4부 예술과 세월과 그 그림자
느려질 권리│환생 이야기│쓰레기의 철학│디자인, 예술로서의 장식품│경직된 세계와 예술이 알려준 자유│인생의 빛나는 한순간│나이 드는 인간을 위한 철학│레트로마니아 또는 수집가│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축제
에필로그: 쓰다듬는 손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