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펜 포크너상 동시 수상작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영화 <디 아워스> 원작 소설
자신의 시간을 살고 싶은 세 여자의 눈부시게 절박한 하루
퓰리처상, 펜 포크너상 동시 수상작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월》이 《디 아워스》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오늘의 어법에 맞게 번역문을 세심히 다듬고, 원제 ‘The Hours’를 살렸으며, 버지니아 울프의 옆모습을 실은 표지로 주제를 강하게 드러냈다.
‘평범한 여자의 하루가 소설이 될 수 있을까?’ 1923년,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쓴다. 1949년, 로라 브라운은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다. 현재, 클러리서 본은 자신을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르는 친구에게 파티를 열어주려 한다. 누군가는 안정되고 여유로운 삶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연인으로서만 존재해야 하는 이 모든 ‘시간들(the hours)’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방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누군가는 도망쳤고, 누군가는 도망치지 못했으며, 누군가는 도망치려 하는, 세 여자의 눈부시게 절박한 하루가 펼쳐진다.
책 속에서
여기가 세상이다. 바로 당신이 사는 곳. 그리고 당신은 감사한다. 애써 그러려고 한다. _47쪽
잠시 그녀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책임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서일 뿐이다. _124쪽
세상에서 남자들이 가진 지위가 모자를 선택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로 뒤엎어질 수 있다면, 영국 문학은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_130쪽
너무 많은 남자들이 예전 모습과 달라지고, 너무 많은 여자들이 여기에 대해 불평하지 못하고 변덕과 침묵, 우울증과 술로 살아간다. _165쪽
나는 비운의 사랑을 원한다. 나는 해질녘 거리를, 바람과 비를 원한다. 그리고 아무도 내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기를 원한다. _203쪽
누군가가 말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더는 필요 없다고. _226쪽
그녀는 삶을 사랑했다. 절망적일 만큼 사랑했다. _227쪽
남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그녀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정상이라고, 그녀의 슬픔은 흔히들 경험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리고 그럴 줄은 몰랐다고. _227쪽
그녀는 여자들도 규범을 따르다 보면 남자들이 가지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_239쪽
그 시간들(the hours)은 남아 있어. 하나의 시간, 그러고 나면 또 그런 시간. 그 시간들을 당신이 다 견뎌낸다고 해도 또 그런 시간이 있어. 세상에, 또 그런 시간이라니. 지긋지긋해. _293쪽
당신도 알다시피 어머니는 늘 혼자잖아. _294쪽
우리는 그녀의 슬픔이 평범한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_303쪽
우리가 도시를, 아침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그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시간들이다.
우리가 그것을 왜 그렇게 사랑하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_328쪽
1952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 대학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 대학시절 단편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세상 끝의 사랑》의 모티프가 된 <하얀 천사>는 1989년 ‘올해의 미국 단편선’에 선정되었으며, <브라더 씨>는 1999년 ‘오 헨리상 수상집’에 실렸다.
15세 무렵에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 《세월》을 변주해 1998년 커닝햄 버전의 새로운 《세월》을 발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물론 1999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 동시 수상이라는 문학적 영예를 안았다. 《세월》은 2002년 스티븐 달드리 감독,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주연의 <디 아워스>로 영화화되어 이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미국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가로 손꼽히는 커닝햄은 매일 아침 9시에 책상에 앉아 오후까지 글을 쓰는 성실한 작가이며, 집필 이외에 시민 저항 운동과 올바른 에이즈 인식 캠페인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메릴 스트립과 클레어 데인스가 주연한 영화 <저녁>의 시나리오를 비롯하여 프로빈스타운 여행 에세이 《그들 각자의 낙원》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글쓰는 틈틈이 매사추세츠의 프로빈스타운에 있는 파인아트 워크센터와 브루클린 대학에서 예술학 석사과정을 가르치고, 예일 대학에서도 창의적 글쓰기 수업을 맡는 등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