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르주 바타유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이다. 전통적 서술과 결별한 채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한다. _미셀 푸코
에로티슴의 거장 조르주 바타유의 자전적 첫 소설!
새로 선보이는 《눈 이야기》
혹자는 말한다.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바타유의 전복적 사고 없이 탄생할 수 없었고,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는 바타유의 과잉의 탐구 없이 완성될 수 없었으며,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는 바타유의 소비에 대한 사유 없이 성립될 수 없었다.” 문학, 미술, 철학,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등 전방위적 영역에서 파란만장한 지적 자취를 남기며 프랑스 68혁명 이후 현대 지성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조르주 바타유. 그의 첫 문학적 시도이자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한 에로티슴 소설로 손꼽히는 《눈 이야기》를 비채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공감각적 언어유희와 지적 은유를 선보이는 바타유의 원문에 최대한 가깝도록 번역문을 세심히 다듬고, 편안한 독서를 고려해 가볍고도 잘 펼쳐지는 장정, 세련된 디자인으로 단장했다. 권말에는 예민한 통찰을 담은 수전 손택의 에세이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과 소설가 김태용의 감각적인 해제 <부위의 책>을 덧붙여 작품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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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우리는 자전거를 찾아냈고, 알몸에 신발만 신은 채 자전거에 올라 탄, 자극적이면서도 더러운 구경거리를 서로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야릇하게도 서로의 존재에 흡족해하면서 웃지도 않고 말도 없이 재빠르게 페달을 밟았는데, 음란함과 무기력과 부조리 속에 똑같이 고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둘은 비슷했다. _p.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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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투우에 관해서 에드먼드 경이 시몬에게 하는 얘기를 들으니, 최근까지만 해도 투우 애호가들인 몇몇 스페인 남자들이 먼저 죽은 황소의 싱싱한 불알을 석쇠에 구워달라고 투우경기장 관리인에게 주문하는 게 관습이었다고 했다. 그들은 그 불알을 자기 자리로, 그러니까 투우경기장의 맨 앞줄로 가지고 오게 해서 그다음 황소들이 죽는 걸 보며 즉시 먹어치웠다. 시몬은 이 이야기에 전례 없이 큰 흥미를 보였다. 다음 주 일요일에 열리는 그해의 중요한 개막 경기를 구경하기로 되어 있으니, 자기에게도 처음 죽인 황소의 불알을 가져다주도록 해달라고 에드먼드 경에게 부탁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석쇠에 굽지 않은, 생 불알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_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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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리는 말하자면 계속해서 육체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리는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그 도시를 구경 다녔는데, 이것이야말로 내 음경이 그녀의 음부 속에 한없이 잠겨 있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는 단지 산책하는 도중에 생기는 온갖 기회를 이용할 따름이었다. 우리가 유리한 장소를 떠난 것은 오직 또 다른 유리한 장소를 발견할 목적에서뿐이었다. 빈 박물과 진열실, 계단, 덤불이 높게 둘러진 공원 산책길, 문이 열려 있는 교회, —밤이면 인적이 끊긴 골목,— 우리는 그런 비슷한 장소를 발견할 때까지 걸었으며, 그런 장소를 발견하기만 하면 나는 즉시 그 처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려 몸을 열면서 내 음경을 단숨에 엉덩이 깊숙한 곳까지 던져넣었다. _p.97
차례
1부 이야기 009
1 고양이 눈 011
2 노르망디산 장롱 020
3 마르셀의 냄새 030
4 태양의 흑점 038
5 핏줄기 048
6 시몬 055
7 마르셀 063
8 죽은 여자의 감지 않은 눈 071
9 음란한 동물 078
10 그라네로의 눈 085
11 세비아의 태양 아래에서 095
12 시몬의 고해와 에드먼드 경의 미사 104
13 파리의 다리들 113
2부 일치들 125
부록 139
해설 |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수전 손택) 141
해제 | 부위의 책(김태용) 211
작가 연보 224
1897년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소도시 비용에서 태어나, 매독 환자에 맹인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한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성직자의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파리 국립고문서학교에 진학하여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1962년 오를레앙 도서관장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사서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사드의 적자’라 불릴 만큼 매음굴을 전전하며 에로티슴 소설을 썼고, 니체의 무신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헤겔의 종교철학에 심취하여 <도퀴망><크리티크> 등 당대 사상계를 주도한 잡지를 주재하기도 했다.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 정치,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쳤다. 무신론대전 3부작인 《내적 체험》《죄인》《니체에 관하여》, 죽음과 에로티슴을 다룬 소설 《눈 이야기》《마담 에두아르다》, 문학이론서 《문학과 악》《에로스의 눈물》, 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담은 《선사시대의 미술,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마네》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생전에는 ‘저주의 작가’로 취급받으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사후에 미셸 푸코, 필립 솔레르스, 자크 데리다 등 젊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본명뿐 아니라 로드 오슈, 루이 30세 등 다양한 필명으로 출간된 그의 모든 저작은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총 열두 권의 전집으로 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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