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는 계속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오른손에 여전히 신용카드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건가? 외국의 먼지 날리는 주차장에서 햇빛을 받으며, 알거지 신세에 살짝 취한 채로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없었던,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단 한 번도 해주지 못했던 일을 하려고 애쓰다가?
그는 거의 눈을 감은 채 신용카드를 꽉 움켜쥐었고, 그 손이 끌 모양이 되었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 제목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젠장, 이렇게 헤어질 수야 없지.
“죄송합니다…….” 탐정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속삭이듯 말했다. “……몰래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요. 해리 홀레 씨죠?”
“아.” 해리는 어느 쪽이 더 나쁜 상황이 될지 생각하며 망설였다. “내가 해리 홀레요.”
“당신과 연락하고 싶어하는 분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남자는 신음하며 몸을 옆으로 굴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 버튼을 누르고 해리에게 내밀었다. “그쪽에서 우리 전화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리는 이미 벨이 울리고 있는 휴대전화를 받아 귀에 댔다.
“여보세요?” 이상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해리는 총구를 내리는 세븐일레븐 직원을 보며 대답했다. 해리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몰라도 직원 남자는 안심했다기보다는 살짝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해리!” 전화 속 목소리가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요한 크론이에요.”
해리는 눈을 깜박였다. 노르웨이어를 들어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더라?
전화를 끊은 해리는 오래전 독일군 벙커 뒤에 세워둔 메르세데스로 걸어갔다. 다시 보닛 위 외위스테인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차량의 열린 양쪽 창문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른 모든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이 결코 차지할 수 없었던 여자들, 산산이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희미해진, 완성하지 못한 노래나 결정적 대목 없이 길게 늘어지는 농담 같은 꿈들에 관해. 그들이 선택한 삶 또는 그들을 선택한 삶에 관해. 그건 어차피 같았다. 왜냐하면 외위스테인이 말한 대로 사람은 누구나 손에 든 카드로만 카드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하네.” 두 사람이 한참 침묵을 지킨 끝에 외위스테인이 말했다.
“오래된 엔진이 열기가 좋지.” 해리가 보닛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날씨 말이야.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다시 더운 날씨가 돌아왔어. 그리고 내일은 블러드문이 뜰 거래.”
“어쩌면요.” 성민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카트리네가 말했다.
“물론 우린 절대 답을 알 수 없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럼요, 우린 모든 답을 절대 알 수 없어요.” 카트리네가 말했다.
세 사람은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따뜻한 날이라는 사실을 이미 아는 듯이 눈을 감은 채 그 자리에서 태양을 향해 잠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