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였다.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신의 진노로 모습이 흉측하게 바뀌는 형벌을 받은 채 외딴섬에 숨어 사는 메두사. 풍성하고 탐스럽던 머리카락은 간데없고 머리에는 수십 마리 뱀만이 뒤끓는다. 어느 날, 메두사의 섬에 아름다운 청년 페르세우스가 찾아온다. 외로운 유배 생활에 신물이 난 메두사는 바위에 모습을 감추고 페르세우스에게 말을 건넨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둘은 비밀을 나누며 가까워지지만, 메두사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길 겁내고 페르세우스는 섬에 온 진짜 이유를 숨긴다. 메두사는 그라면 이토록 달라진 자신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너를 바라볼 정도로 어리석은 자는 화를 입을지어다’라는 아테나의 뜻 모를 저주로 주저하는데……. 메두사는 페르세우스 앞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페르세우스는 정말로 메두사를 둘러싼 끔찍한 저주의 희생자가 될까.
흉측한 소문과 오명 너머, 새롭게 탄생한 그리스신화
신화적 상상력을 배가하는 《신비한 동물 사전》 일러스트레이터 그림 수록
상대를 단숨에 돌로 바꾸는 서슬 퍼런 눈, 뱀만이 우글거리는 끔찍한 머리…… 메두사는 그리스신화를 통틀어 단연 눈에 띄는 존재다. 뇌리에 각인되는 강렬한 겉모습과 위협적인 능력 덕에 지금까지 수많은 문학, 영화, 만화, 패션, 게임에서 그를 재현해왔다. 하지만 대개 신화에서 묘사된 모습 그대로, 괴물 혹은 조연의 역할에 그쳤다. 《메두사》는 남성 서사를 중심으로 전승되어온 신화의 주체를 뒤바꿔 메두사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괴물과 영웅이라는 이분법적 선악 구조를 벗어나 인물을 다각도로 조망하며 이야기의 층위를 더함은 물론, 메두사와 그의 두 언니, 페르세우스의 어머니 등 신화 속 여성 인물의 삶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내며 오래된 정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익숙한 줄 알았던 이야기에서 전혀 다른 맥락을 길어 올려 전복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작품은 “부당하게 벌을 받은 여성의 이야기가 새로운 명암과 깊이로 재탄생했다” “가장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시 쓴 신화” 등의 찬사를 받았으며, 2023년 카네기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자유로우면서도 강렬한 터치로 완성한 그림은 소설의 신화적인 분위기를 한층 고양한다. 조앤 K. 롤링의 《신비한 동물 사전》의 작업을 맡아 세계적 명성을 얻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은 소설의 배경인 외딴섬으로 독자를 단숨에 데려다놓는다. 길의 그림은 “메두사의 감정을 증폭해 전해준다”라는 평을 받으며 소설과 나란히 2023년 카네기상 일러스트 부문 후보에 올랐다.
섬세한 여성 서사를 선보여온 밀리언셀러 저자의 최신 화제작
부당하게 벌을 받은 모든 여성에게 바치는 이 시대의 ‘메두사’ 이야기
제시 버튼은 데뷔 이래로 시공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여성 서사를 선보여왔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현실을 예견하는 ‘미니어처 하우스’의 비밀을 추적하며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여성을 그린 《미니어처리스트》, 1960년대 영국과 1930년대 에스파냐를 오가며 ‘뮤즈’라는 이름에 가려진 여성 예술가의 사랑과 욕망을 담아낸 《뮤즈》, 누군가의 자식, 연인, 어머니가 아닌 ‘나’로 존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컨페션》……. 《메두사》 역시 제시 버튼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여성 서사의 계보를 잇는다.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손쉬운 평가의 대상이 되고, 그로 인해 신들의 싸움에서 희생양이 된 메두사. 작품은 타인에 의해 추앙과 멸시의 대상이 된 여성이 내면의 힘을 회복하는 과정을 세밀한 필치로 묘사한다. 제시 버튼은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메두사 신화의 행간에는 여성의 대상화, 폭력적 남성성, 동의의 중요성 등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담론이 내포되어 있었다”라고 말하며, “지금 다시 논의되어야만 하는 무르익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신화에서와 동일하게, 외딴섬에서 펼쳐지는 메두사 이야기. 하지만 《메두사》에서 그에게는 전혀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메두사라는 이름의 어원은 ‘지배하는 자’. 비로소 자신의 삶을 지배하게 된 메두사의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다.
“가장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시 쓴 신화. 고통과 트라우마를 날카롭게 묘사하면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다. 아름답고 강렬하다.”
_매들린 밀러(《키르케》 작가)
“부당하게 벌을 받은 여성의 이야기가 새로운 명암과 깊이로 재탄생했다. 낡은 영웅 서사에 던지는 예리한 질문.”
_<커커스리뷰>
“《메두사》는 괴물이라는 이름하에 외면받아온 여성의 본모습을, 침묵을 강요당한 피해자에게 내재한 힘을 힘차고 우아하게 이끌어낸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직조된 첫 문장부터 심장을 사로잡는다.”
_메리 왓슨(작가)
“메두사와 페르세우스, 괴물과 영웅. 《메두사》는 두 인물을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해 전통적인 대립 구도를 무너뜨리고 그들에게 인간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마침내 괴물과 영웅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_<퍼블리셔스위클리>
“메두사가 머무는 섬의 풍광을 그대로 옮긴 듯한 색감, 자유롭고 강렬한 터치의 일러스트가 메두사의 감정을 증폭해 전해준다.”
_<스쿨라이브러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