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동 99번 요괴버스 3
부활한 흑룡을 상대하기 위한 묘묘의 목숨을 건 변신!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향한 믿음
기묘동 99번 요괴버스 3 묘묘, 흑요괴가 되다 효주 저자 은정지음 일러스트
  • 2024년 10월 07일
  • 132쪽147X210mm주니어김영사
  • 979-11-943-3007-3
기묘동 99번 요괴버스 3
기묘동 99번 요괴버스 3 묘묘, 흑요괴가 되다 저자 효주 2024.10.07
버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심각한 광경에 급히 요괴 동물의 세계에 내린 래미와 묘묘.
짙은 안개, 컴컴한 하늘, 물바다가 된 땅, 모든 게 엉망진창인 가운데 묘묘는 부활한 흑룡을 상대하려고
목숨을 건 변신을 시도하는데…….

사라진 신수와 봉인에서 풀려난 흑룡, 그리고 밝혀지는 묘묘의 외로운 과거 이야기
P.10-11
“묘묘야, 왜 그래?”
“래미야, 미안한데 우리 이번 정류장에서 좀 내리면 안 될까?”
“갑자기 여기서?”
당황한 래미 눈이 동그래졌다.
“여기는 내가 사는 요괴 동물 세계인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안개가 이렇게 심하게 낀 모습은 처음인 데다가 땅 위에도 흙더미랑 물이 넘쳐흐르는 게 이상해. 잠깐 내려서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
“그럼 요기를 다시 구해야 할 텐데…….”
래미는 식물 세계에서의 일들이 떠올랐다. 온갖 위험을 넘기고 겨우 타게 된 요괴버스인데 다시 내리자는 묘묘의 말이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으로도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걱정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꼭 인간 세계로 데려다줄게. 약속해.”
P.67-68
래미는 흙탕물을 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숨이 막혀 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길 건너지 않으면 셴을 만날 수 없어. 그럼 신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질 거야. 만약 이대로 요괴버스를 타지 못한다면…….’
두렵고 무서웠지만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물을 꼭 건너야만 했다. 무엇보다 신수를 찾겠다며 요괴들에게 장담하고 나선 묘묘에게 미안했다. 얼마 가 보지도 않고 포기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면 묘묘는 다시 무시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래미 때문에 묘묘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일단 해 보자. 생각보다 깊지 않을지도 몰라.’
P.103-104
“안 돼!”
묘묘의 비명이 기묘산을 뒤흔들었다.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빠르게 도는 피와 함께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묘묘의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잠시 후, 몸 안에서 새어 나온 거무스름한 연기가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묘묘는 자신이 알 수 없는 기운에 휘말리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도저히 통제할 수가 없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딘가에서 어린 묘묘와 아빠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럼 반요인 저도 변신할 수 있어요?’
‘가능은 하지만 너는 반요라서 다른 요괴들보다 힘 조절이 어려울 거야. 실패할 가능성도 높지. 잘못하면 몸속의 기운에게 잡아먹히고 말 거야.’
안타까워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사이 더욱 짙어진 연기가 묘묘를 완전히 뒤덮었다.
“묘묘야!”
래미가 불렀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쿠오오오오!
굉음과 함께 연기 속에서 거대한 흑묘 한 마리가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사라진 신수 · 9 / 불어난 기묘천 · 23 / 두꺼비 요괴의 공격 · 37 / 동굴 속의 요괴들 · 48 / 검은 속내 · 63 / 봉인의 비밀 · 77 / 흑묘 vs 흑룡 · 92 / 끝나지 않은 위기 · 110 / 작가의 말 · 128
작가이미지
저자 효주

SF, 스릴러, 공포물을 좋아해서 오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낯선 길, 낯선 동네를 걸으며 상상하는 걸 좋아합니다. 〈주머니 속 사과〉로 2016년 한우리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2023년 부천 영화제 괴담 공모전에서 〈조산 빌라〉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멀티버스 : 윤서 vs 윤서》, 《금지 구역 51F》 가 있습니다.

“임시 정차! 이번 정류장은 검게 물든 동물의 세계입니다.”
유난히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서늘해진 가을, 마지막 남은 열기마저 모조리 없애 줄 〈기묘동 99번 요괴버스〉시리즈 3권, ‘묘묘, 흑요괴가 되다’ 편이 출간되었다. 1권에서는 평행 세계의 기묘동과 요괴버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얼떨떨하게 모험을 시작했고, 2권에서는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여 험난한 여정에 적응했던 래미. 3권에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한계를 극복하고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특히 3권을 담당한 효주 작가는 앞선 두 권의 책들과는 180도 변화된 분위기를 선보이면서 다섯 권 시리즈의 허리가 될 세 번째 이야기를 노련하게 풀어냈다. 이번 편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흑룡은 1권의 대장장이나 2권의 기괴목과는 다르게, 오로지 제 욕심만을 위해 모두를 괴롭히고 악행을 저지르는 악당이다. 도저히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은 악당을 만난 래미와 묘묘는 이전보다 훨씬 막막한 위기에 처하고, 그 와중에 극복하지 못했던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더욱 커진 사건와 더욱 깊어진 악의 기운!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위기가 몰아치는 숨 쉴 틈 없는 전개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묘묘, 정신 차려! 이러다가는 너까지 봉인되고 말 거야!”
물과 불과 바람이 휘몰아치며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위기
요괴 식물의 세계를 무사히 구하고 요괴버스에 올라탄 래미와 묘묘. 별일 없이 다음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난리가 났다’며 혀를 차는 지네 운전사 말에 지나는 곳을 내려다본다. 그런데 이곳은 다름 아닌 묘묘의 고향인 요괴 동물의 세계! 사방에 자욱한 안개, 홍수라도 일어난 듯 엉망으로 무너져 내린 땅, 바람에 실려 오는 이상한 냄새와 음산한 분위기…….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묘묘는 내려서 살펴보자며 래미를 설득한다.
묘묘와 래미는 먼저 세계를 지켜 주는 나무 ‘벅수’로 향한다. 그런데 글쎄,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던 벅수 속 ‘신수’와 신수 지킴이 ‘셴’마저 감쪽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래미는 자신이 반쪽짜리 요괴였다는 것, 그래서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거라며 망설이는 묘묘를 다독여 신수를 찾기로 한다. 다시 길을 나선 둘은 강물에 휩쓸린 두더지 요괴 치치를 발견한다. 그리고 치치에게 신수와 셴이 사라진 일, 그날부터 불안정해진 세계와 동물 요괴들이 흑요괴로 변한 일 등을 전해 듣다가 두꺼비 요괴의 기습 공격을 받는다.
흑룡이 나타났다느니, 인간이 필요하다느니 알 수 없는 말을 해 대며 공격을 퍼붓는 흑요괴를 피해 동굴로 도망친 래미와 묘묘, 치치는 동굴에 숨어든 다른 요괴 동물들을 만난다. 하지만 모두가 묘묘를 보자마자 무시와 비난을 쏟아 내고, 묘묘의 과거를 아는 래미는 묘묘를 감싸며 나선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이 이어지던 중, ‘흑룡’이라는 단어를 들은 거북 요괴가 놀라운 전설을 들려준다. 먼 옛날, 요괴 동물을 괴롭히던 흑룡이 있었고, 그 흑룡을 신수에 봉인했으며, 봉인 과정을 인간이 도왔다는 것을 말이다. 이 세계를 구하는 데에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래미. 또다시 두렵지만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린다.
 
나 자신을 믿는다는 건, 내 안의 숨은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는 일
직접 봤으면서도 위험 속에 뛰어들기를 결정한 것,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맞서기로 한 것, 상황을 이용해서 정보를 얻고 나아갈 방향을 찾은 것,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끝내 해낸 것. 요괴 동물의 세계에서 펼친 모험의 행방은 모두 래미와 묘묘의 선택으로 결정되었다. 그때마다 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신을 믿는 마음이었고, 믿음이 담긴 결정은 ‘내 안에 숨은 초능력 같은 힘’을 끌어내 원하던 결말을 이루게 했다.
자신을 믿는 힘은 아주 강력하다. 스스로를 향한 믿음은 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 결과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남기기 때문이다. 래미와 묘묘가 멈추지 않고 떠났다면 이미 인간 세계에 도착했을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발목을 붙잡았던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지는 못했으리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 끝에 버스 추락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둘에게 닥쳤음에도 걱정되지 않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래미와 묘묘는 분명 그 안에서 자신을 믿고 결정하면서 위기를 벗어나 다음 이야기를 꾸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