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든 걸 다 모아놔. 아이가 바닷가에서 보낸 특별히 행복한 날을 언젠가 다시 누리길 바라면서 조개껍데기를 모아두듯이.
나는 언제나 네 생각을 해. 내가 하는 걸 과연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림자가 되어버렸어.
잘 지내? 잘 지내. 넌? 아주 잘 지내. 가볍고 어색한 웃음. 에밀리, 마리아나야. 마리아나, 이쪽은 에밀리.
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이 짧은 만남을, 저녁 해가 진 뒤의 가느다란 빛을 택하겠어.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나는 아냐, 절대, 사랑하지 않아, 하지만 사람은 사랑이라고는 한 톨도 없어도 가장 격렬한 질투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 너랑 같이 살고 싶지도 않고, 너를 내가 아는 사람에게, 특히 가족에게는 소개하고 싶지 않고, 네가 날 사랑하길 바라지 않고, 네 아이를 갖는다는 건 최악일 거야.
그때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마침내 내 감정이 실은 질투보다 더 나쁜 것임을 알았어.
버림받은 느낌.
파리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저 창 너머로. 여기 체류 기간이 끝난 다음에 근처에 아파트를 빌리는 계획도, 안녕. 그때까지 우리가 함께라면 같이 여름을 보내는 것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바닷가? 아말피에서? 통나무집? 하!
우린 이 정도로 남남이 되어버린 걸까, 내가 네 앞에서 얼굴을 붉힐 정도로?
나는 내 몫의 반쪽 쿠키를 너에게 주고 방으로 올라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너를 돌아봤어. 아픈 말을 해줄 생각이었지만, 무슨 말을 하게 될지는 몰랐어.
네가 떠난 이후 삶이 어떨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널 맞닥뜨리길 기대할 수 없는 일요일들이 어떨까? 울적한 일요일에 어둠이 내리기 전 마지막 카드처럼 막바지에 장을 보러 나가던 절박한 날 대신에 뭐가 있을까?
195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어를 쓰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성장했다. 1965년,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문제로 이집트를 떠났고 로마를 거쳐 뉴욕에 정착했다.
1995년 이집트에서의 어린 시절과 고국에서 추방된 후의 성찰을 담은 회고록 《아웃 오브 이집트》를 발표, 화이팅어워드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된 것에 대해 애치먼은 잠복기가 길었을 뿐이라며, 자신에게 글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라 밝히기도 했다. 2007년 발표한 첫 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람다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사랑받았다. 《여덟 밤Eight White Nights》 《파인드 미》 등의 장편소설과 연작소설집 《수수께끼 변주곡》, 논픽션 《폴스 페이퍼False Papers》 《알리바이》 등을 출간하며 전방위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 과목을 맡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