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웨이터가 술을 더 가지고 왔다. 마티니에서 풍기는 향기가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이 좋은 냄새 뭐죠.” 배질이 물었다.
“아말피 해안에서 자라는 레몬이에요.” 라울이 말했다. “세상에 이런 레몬은 없죠. 이걸 맛보기 전까지는 진짜 레몬이 어떤 건지 모르는 겁니다.
클레어가 말했다. “오늘 밤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 같아. 공간이 열리고, 실수를 만회하고, 얽힌 운명이 풀리고, 모든 것이 바로잡히는.”
라울은 무심하게 반쯤 어깨를 으쓱하며 반쯤 고개를 끄덕였다. “삶에서 운이 좋은 편이죠. 맞아요. 그렇지만 사실로 봤을 때, 물질적으로 봤을 때 그런 거고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에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마고는 술을 마시려다가 작은 그라파 잔을 공중에 든 채로 물었다. “사랑 말씀이에요?”
“맞아요.”
“사랑에 있어서 운이 좋은 사람이 있긴 한가요?”
늦은 오후라 햇빛이 이글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퍼졌다. 두 사람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데까지 헤엄쳐 나와 선헤엄을 치며 만족감과 더없는 행복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뒤를 봐요.” 라울이 바닷가 쪽을 가리켰다. 마고가 돌아보자 만은 너무도 아득했고, 상상보다 훨씬 더 한적했으며, 마치 천국처럼 보였다.
저녁식사 내내 두 사람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저녁식사 후, 계단으로 올라가는 남자를 여자가 가까스로 붙잡았다.
“네 방으로 갈 거야.”
“언제?” 남자가 물었다.
“몰라.”
그날 밤 남자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집에서 무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 같았다.
“네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지.”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남자는 얼른 말을 덧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네 생각밖에 안 해. 네 생각 하면서 잠들고, 네가 나오는 꿈을 꾸고, 이런 꼴로 깨.”
195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어를 쓰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성장했다. 1965년,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문제로 이집트를 떠났고 로마를 거쳐 뉴욕에 정착했다.
1995년 이집트에서의 어린 시절과 고국에서 추방된 후의 성찰을 담은 회고록 《아웃 오브 이집트》를 발표, 화이팅어워드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된 것에 대해 애치먼은 잠복기가 길었을 뿐이라며, 자신에게 글쓰기는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라 밝히기도 했다. 2007년 발표한 첫 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람다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사랑받았다. 《여덟 밤Eight White Nights》 《파인드 미》 등의 장편소설과 연작소설집 《수수께끼 변주곡》, 논픽션 《폴스 페이퍼False Papers》 《알리바이》 등을 출간하며 전방위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뉴욕시립대학교에서 마르셀 프루스트 과목을 맡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