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즈 선배가 쌍둥이인가요?”
“말도 안 돼!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교토의 폐허 같은 하숙 ‘시모가모 유스이 장’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8월. ‘나’는 염열지옥 같은 더위에 지쳐 학문 정진도 인간적 성장도 몽땅 의욕을 잃은 채 ‘오즈’와 오붓하게 ‘네 탓’만 거듭하며 방에 틀어박혀 있다. 여름방학에 성과를 거둔 일이라고는 ‘아카시’ 군을 도와 허접쓰레기 같은 영화를 찍은 일뿐. 그런데 노트북으로 촬영 영상을 확인하던 중에 오즈가 쌍둥이처럼 마당과 베란다에 동시에 찍혀 있는 장면을 발견한다. 이 와중에 갑자기 다다미를 뜯어 만든 것 같은 타임머신과 스스로 시간 여행자를 자처하는 촌스러운 청년까지 나타나는데…
한결같이 유쾌, 변함없이 무모, 유례없이 엉망
16년 만에 돌아온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
전무후무한 매력으로 모리미 도미히코의 팬을 꾸준히 늘려온 일등공신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문장 몇 줄만 읽어도 작가를 알아챌 수 있을 독보적인 스타일, 현실을 닮은 듯 환상을 담은 듯 독특한 이야기, 개성 가득한 매력적 등장인물에 힘입어 여전히 작가의 대표작으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소설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될 만큼 성공한 작품이나 ‘다다미 넉 장 반’을 시리즈로 만들 만한 후속작이 등장하지도, 다른 작품을 통해 세계관이 이어지지도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2011년에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이 출간되었으나, 작가가 직접 ‘신화대계’와는 연관 없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던 2020년, 무려 16년 만에 공식적 속편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가 발표되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동시에 이 작품이 유명 희곡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했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원안이 된 희곡은 극작가 우에다 마코토의 대표작 <서머 타임머신 블루스>로, 극단 ‘유럽기획’에서 2001년 초연한 이래 수차례 재공연을 거듭해왔으며, 우에노 주리 주연의 실사 영화까지 제작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 모리미 도미히코는 희곡의 시놉시스를 씨실 삼고 ‘다다미 넉 장 반’의 배경과 등장인물을 날실 삼아 두 작품의 매력을 성공적으로 융합해냈다. 현지에서는 단숨에 1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명작의 힘을 증명했다.
타임머신이 생겼으니 에어컨 리모컨이나 찾으러 갈까?!
바보 같은 청춘들의 엉망진창 소동은 계속된다!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성공적 작품의 속편인 만큼, 등장인물 간 ‘케미’를 알고 있을수록, 캐릭터 특징을 파악하고 있을수록 더 깊은 재미를 느낄 터다. 하지만 전작을 미처 다 읽지 않았다 해도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의 매력은 줄지 않는다. 좌충우돌 청춘의 대소동극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케일로 확장돼 읽는 이를 사로잡고, ‘신화대계’의 등장인물 전원이 그대로 등장해 여전한 개성을 뽐내기 때문. 모리미 도미히코 특유의 의고체 스타일, 유쾌한 전개, 예측불허의 상상력 또한 변하지 않은 마력적 요소.
작가가 ‘타임 패러독스’라는 묵직한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타임머신의 하찮은 쓰임새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이야기를 시종 유쾌하게 펼쳐내기에, 이 작품은 한 권의 소프트 SF로 읽기에도 충분하다. 2022년에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연출한 나쓰메 신고가 감독을 맡아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재차 붐을 일으켰다.
과연 ‘나’는 이번에도 ‘아카시 군’과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나’와 ‘오즈’는 또 어디서 어떻게 티격태격할까. ‘히구치’와 ‘조가사키’와 ‘하누키’는 과연 어떤 활약을 선보일까. ‘타임머신’은 이들에게 어떤 사건을 촉발할까. ‘다다미 넉 장 반’을 알고 아낀 이 땅의 모든 독자가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