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이 자리에서 단언하노라. 일찍이 유의미한 여름을 보낸 적이 없노라고. 그러나 하숙 생활 삼 년째 되는 여름, 나는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모리미 도미히코 저자 권영주 역자
  • 2025년 03월 21일
  • 208쪽137X197mm무선비채
  • 979-11-7332-117-7 03830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 2025.03.21
천재적 이야기꾼 모리미 도미히코의 대표작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초판 출간 이후 16년. 마침내 탄생한 공식 속편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가 한국 독자와 만난다. 모리미 도미히코와 극작가 우에다 마코토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사실도 화제가 되었다. 원안이 된 희곡의 유쾌한 설정 위에서 ‘다다미 넉 장 반’ 등장인물 전원이 동분서주 활약하기에, 두 작품의 매력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기분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현지에서는 순식간에 10만 부가 판매되고,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등 명작의 힘을 증명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P.9-10
이 자리에서 단언하노라. 일찍이 유의미한 여름을 보낸 적이 없노라고. (…) 
그러나 하숙 생활 삼 년째 되는 여름, 나는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교토의 여름, 나의 다다미 넉 장 반은 다클라마칸 사막처럼 염열지옥이 된다. 목숨마저 위태로운 혹독한 환경 아래 생활 리듬은 붕괴의 일로를 걷고 치밀한 계획은 탁상공론이 되어 더위가 육체의 쇠약과 학문의 퇴락에 박차를 가한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적 성장을 이룩하는 것은 부처님이라도 불가능하다. 아아, 꿈은 깨져도 다다미 넉 장 반은 남았도다. 
P.57
“이 장면 좀 봐주시겠어요? 좀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영화에 관한 의논인가 보다. 나는 안도하며 소파로 다가가 아카시 군 옆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봤다. (…) 
연립의 공용 베란다에 호리호리한 인물이 보였다. 
“오즈 아니야?”라 말하고 나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앞쪽 마당에서 신센구미와 난투를 벌이는 이는 누군가. 
“오즈가 둘이잖아.” 
P.72-73
“자, 제군. 언제로 가지?”
히구치 세이타로가 말했다.
아카시 군이 맨 먼저 손을 들었다. 
“미래를 보러 가죠. 가령 십 년 뒤라든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누구보다도 먼저 목격하는 것이야말로 타임머신의 묘미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십 년 뒤 세계를 보러 갔더니 바람직한 미래가 기다린다는 보장은 없다. (…) 
“미래는 안 돼, 아카시.”
“그러네요.”
“결말이 보이는 인생은 시시하니까.”
작가이미지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 (Tomiko Morimi)

고뇌하는 젊음을 독창적인 문체로 유쾌하게 그려내는 언어의 마법사!

일본 나라 현 출생. 교토대학 농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원 재학 시절인 2003년, 자신이 살고 있는 교토를 무대로 한 《태양의 탑》으로 제15회 일본 판타지소설 대상 수상과 함께 소설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출간한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여우 이야기》《밤은 짧으니 아가씨여 걸어라》《신역 달려라 메로스》《유정천 가족》 다섯 작품 모두 교토대학이 있는 교토시 사쿄구(左京區)를 무대로 하고 있는 탓에 ‘사쿄구의 천재’ 또는 ‘교토 작가’라 불리고 있다.

2006년 출간된 《밤은 짧으니 아가씨여 걸어라》는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고, 전국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는 ‘일본서점대상’ 2위에 올랐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이후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는 등 21세기 일본을 짊어질 작가로 크게 주목받는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오랜 글쓰기 끝에 의고체(擬古體)를 응용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개발했는데, 이 새로운 문체는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일본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명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 또한 모리미 도미히코에 대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힘’이 있다. 이 힘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독특한 문체에서 나온다”라고 평했을 정도이다.

한때 의학부 진학을 희망하기도 했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지만, “교토대학에는 이상한 녀석이 잔뜩 있다”는 아버지의 권유에 주저 없이 교토대학 입학을 결정했을 정도로 엉뚱한 일면도 있는 모리미 도미히코는 현재 교토의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소설 창작에 전념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혹시 오즈 선배가 쌍둥이인가요?”
“말도 안 돼!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교토의 폐허 같은 하숙 ‘시모가모 유스이 장’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8월. ‘나’는 염열지옥 같은 더위에 지쳐 학문 정진도 인간적 성장도 몽땅 의욕을 잃은 채 ‘오즈’와 오붓하게 ‘네 탓’만 거듭하며 방에 틀어박혀 있다. 여름방학에 성과를 거둔 일이라고는 ‘아카시’ 군을 도와 허접쓰레기 같은 영화를 찍은 일뿐. 그런데 노트북으로 촬영 영상을 확인하던 중에 오즈가 쌍둥이처럼 마당과 베란다에 동시에 찍혀 있는 장면을 발견한다. 이 와중에 갑자기 다다미를 뜯어 만든 것 같은 타임머신과 스스로 시간 여행자를 자처하는 촌스러운 청년까지 나타나는데…
 
한결같이 유쾌, 변함없이 무모, 유례없이 엉망
16년 만에 돌아온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
전무후무한 매력으로 모리미 도미히코의 팬을 꾸준히 늘려온 일등공신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문장 몇 줄만 읽어도 작가를 알아챌 수 있을 독보적인 스타일, 현실을 닮은 듯 환상을 담은 듯 독특한 이야기, 개성 가득한 매력적 등장인물에 힘입어 여전히 작가의 대표작으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소설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될 만큼 성공한 작품이나 ‘다다미 넉 장 반’을 시리즈로 만들 만한 후속작이 등장하지도, 다른 작품을 통해 세계관이 이어지지도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2011년에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이 출간되었으나, 작가가 직접 ‘신화대계’와는 연관 없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던 2020년, 무려 16년 만에 공식적 속편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가 발표되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동시에 이 작품이 유명 희곡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했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원안이 된 희곡은 극작가 우에다 마코토의 대표작 <서머 타임머신 블루스>로, 극단 ‘유럽기획’에서 2001년 초연한 이래 수차례 재공연을 거듭해왔으며, 우에노 주리 주연의 실사 영화까지 제작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 모리미 도미히코는 희곡의 시놉시스를 씨실 삼고 ‘다다미 넉 장 반’의 배경과 등장인물을 날실 삼아 두 작품의 매력을 성공적으로 융합해냈다. 현지에서는 단숨에 1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명작의 힘을 증명했다.
 
타임머신이 생겼으니 에어컨 리모컨이나 찾으러 갈까?!
바보 같은 청춘들의 엉망진창 소동은 계속된다!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성공적 작품의 속편인 만큼, 등장인물 간 ‘케미’를 알고 있을수록, 캐릭터 특징을 파악하고 있을수록 더 깊은 재미를 느낄 터다. 하지만 전작을 미처 다 읽지 않았다 해도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의 매력은 줄지 않는다. 좌충우돌 청춘의 대소동극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케일로 확장돼 읽는 이를 사로잡고, ‘신화대계’의 등장인물 전원이 그대로 등장해 여전한 개성을 뽐내기 때문. 모리미 도미히코 특유의 의고체 스타일, 유쾌한 전개, 예측불허의 상상력 또한 변하지 않은 마력적 요소.
 
작가가 ‘타임 패러독스’라는 묵직한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타임머신의 하찮은 쓰임새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이야기를 시종 유쾌하게 펼쳐내기에, 이 작품은 한 권의 소프트 SF로 읽기에도 충분하다. 2022년에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연출한 나쓰메 신고가 감독을 맡아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재차 붐을 일으켰다.
 
과연 ‘나’는 이번에도 ‘아카시 군’과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나’와 ‘오즈’는 또 어디서 어떻게 티격태격할까. ‘히구치’와 ‘조가사키’와 ‘하누키’는 과연 어떤 활약을 선보일까. ‘타임머신’은 이들에게 어떤 사건을 촉발할까. ‘다다미 넉 장 반’을 알고 아낀 이 땅의 모든 독자가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