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체국 예금 보험 글짓기 대상 수상자이자 SBS <영재 발굴단>에서 ‘문학 영재’로 소개된 열네 살 정여민이 쓴 그림 시집이다. 그가 쓴 43편의 시 속에는 가족 사이의 끈끈한 정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삶을 향한 소년의 순순하고 밝은 시선이 담겨 있다. 글짓기 대상 수상 수필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돌
정 여 민
어디에서나 깨지지 마라
아무 곳에서나 구르지 마라
다시 만날 조각돌 햇살을 위해
비를 참아 내고
누웠다 다시 일어나는 억새보다
바람을 참아 내어
그냥 작은 꽃 옆에서
같이 비를 맞아 주고
같이 바람을 맞이하는
돌이 되어라.
2015년 제23회 우체국 예금 보험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수필이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화제가 되었다. 가족의 영광으로 묻힐 수 있었던 이 글이 이렇게 인기를 얻은 이유는 올해 초 SBS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서 ‘문학 영재’의 글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수필의 제목은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이며 이 글을 쓴 주인공은 올해 열네 살이 된 정여민 군이다. 수필은 열두 살 (당시 나이) 소년이 쓴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심리 묘사가 섬세하며 아름다운 어휘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암 진단을 받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향한 아들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수필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소개된 몇 편의 시들은 사람들에게 더욱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타고난 재능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시들은 뛰어났고 어른들에게조차 묘한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시를 읽노라면 이미 한 평생을 지내고 삶의 끝자락에서 어렴풋이 지혜를 얻은 노인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한다. 삶에서 가족애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이 얼마나 우리를 말없이 품어 주는지 그리고 자연의 순리대로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담담히 이겨내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를 단순하고 순수한 어휘 속에 담고 있다.
현재 여민이는 별이 너무 아름다워 밤하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강원도 오무 마을에 살고 있다. 이곳은 외부인의 접촉이 거의 없는 곳이며 대여섯 가구의 가족만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여민이는 아침저녁으로 산을 산책하고 텔레비전 대신 책을 보며, 한 겨울에는 아궁이에 불을 때며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여러 위락 시설이 없다 보니 아이는 자연의 변화를 심도 깊게 관찰하며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이를 테면 민들레,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아궁이, 진돗개, 숲길, 바람, 이름 모를 꽃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이 전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이번에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된 그림 시집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에서는 감수성이 남달리 뛰어난 한 문학 영재의 시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 시들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늘 가까이 하기에 잊고 있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너그러움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부록으로 수록된 수필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우리 마음속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 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는 온도라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고, 말없이 전해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이 글에서 말하는 ‘따뜻함’이라는 온도를 43편의 모든 시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여민이의 동시 속에는 산골의 자연이 책처럼 무지개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새소리와 산과 하늘과 달과 별이 가득합니다. 햇살은 여민이의 동시 속에서 맘껏 웃고, 이슬방울은 영롱하게 빛납니다. 이 친구들은 여민이와 아주 가까운 사이입니다. 여민이에게 이처럼 친구가 많은 것은 여민이가 상냥하고 마음이 곱기 때문입니다. 여민이는 동시를 통해 “걱정하지 마. 내 손을 잡아 봐. 함께 있어 행복해.”라고 말합니다. 시 잘 쓰고 착한 여민이에게 세상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민이의 동시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문태준
시 소개
신발 꽃
제일 먼저 들어온 아빠의 신발에
숲 이야기꽃이 피었다
하루 종일 나무와 대화하고
풀과 눈을 맞추던 이야기가 꽃이 되었다
동생의 신발에
축구 이야기꽃이 피었다
왼발이 오른발을 도와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던 이야기가 꽃이 되었다
내 신발에
책 이야기꽃이 피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이 꿈을 펼치고
날아다녔던 이야기가 꽃이 되었다
집을 지키고 있던 엄마의 신발에
사랑의 꽃이 피었다
같이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한 미소 이야기가 꽃이 되었다.
할머니
빛을 눈에 담을 수 없었던 할머니
밝음과 어둠의 무게는 같았고
손끝이 유일한 눈이 되셨다
밝은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사랑에 허리가 휘셨고
어두운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걱정에 손끝이 닳았다
내가 할머니를 볼 수도
할머니가 나를 볼 수도 없지만
엄마를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계신 곳은 빛들로 가득하지요
그 사랑, 잊지 않을게요.
2003년 여름에 태어났으며 강원도 영양에서 살고 있다. 2015년 제 23회 우체국 예금·보험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전국 초등학생 8,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될 정도로 권위 있는 글짓기 대회이다. 여민이는 자신이 쓴 수필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로 ‘우체국 집배원이 마을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심사 위원들에게 대단한 ‘문학 영재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여민이는 이전부터 글짓기 전국 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할 만큼 글쓰기에 빼어난 재능을 드러냈다. SBS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서 ‘문학 영재’로 소개되어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적셨다. 여민이네 가족은 어머니가 건강이 나빠지면서 도시에서 오지 산골로 옮겨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