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이 엄청난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때로는 핵실험 같은 대규모 폭발 등 인간 활동이 지진을 유발하기도 하고, 지구와 달 사이의 중력 작용으로 인한 조석 현상이 일본 난카이 해구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지진 대부분은 지구 내부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과학
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저자
  • 2025년 04월 08일
  • 240쪽142X205mm무선김영사
  • 979-11-7332-176-4 03450
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저자 홍태경 2025.04.08
“대지진, 우리는 얼마나 대비되어 있는가?”
국내 최고의 지진 전문가가 전하는, 지금 꼭 알아야 할 지진 이야기
지진이 발생하면 언론이 가장 먼저 찾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진 전문가, 홍태경 교수가 들려주는 지진 이야기. 지진의 발생 원리, 관측 및 분석 방법부터 지진 재해와 대응, 한반도 주변 지진과 지진학의 응용 분야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지진에 관한 필수 지식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판 구조론과 단층의 메커니즘을 비롯해 지진 관측 및 분석 방법, 다양한 지진의 종류와 발생 패턴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한반도와 일본에서 일어난 주요 지진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제시하고, 지진 재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과 내진 설계, 조기경보 시스템의 중요성 등을 다룬다. 나아가 지진학이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점검, 화산 활동 감시, 핵실험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살펴보며, 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천체에서 일어나는 지진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지진에 대한 정확하고도 유익한 정보를 얻고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P.28
약 5~15km 깊이에서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지진을 비롯해 지진 대부분은 주로 지하 수십 킬로미터 이내에서 발생한다. 이보다 더 얕은 지표면 근처에서는 응력이 쉽게 해소되지만, 해당 깊이에서는 지속적으로 압축력이 가해지며 응력이 점차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 누적된 응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가장 약한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지각 변위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깊은 곳에서는 어떨까? 오히려 매우 깊은 곳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암석이 연성 변형을 일으켜 응력이 해소되므로 지진이 일어나기 어렵다. 
P.39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라는 말은 지진 발생에서 물의 역할을 설명할 때도 잘 어울리는데, 물이 단층대의 압축응력을 낮추어 지진 발생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땅속 공간에 유입된 물은 공간을 천천히 채우며 단층의 응력 환경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물이 방사 방향으로 장력을 만들어 단층의 압축응력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마찰력이 낮아져서 지진 발생을 촉진하는 것이다. 물의 양이 많을수록 압축응력이 더 낮아지므로, 지하수 유입이나 단층대에 물이 주입될 경우에는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P.53-54
초대형 지진은 단지 지각을 흔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구를 돌며 퍼지는 표면파는 강한 진동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연쇄적인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초대형 지진은 큰 질량의 매질이 변위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구 중력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중력파가 발생해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이 중력파가 지진계와 전파망원경에 탐지되었으며, 중력파로 인한 매질 변형 효과가 나타나 1,500km 떨어진 한반도에서도 500초 동안 20cm가량 매질이 서서히 오르내리는 수직 운동이 있었다. 한반도에 있는 모든 사람과 시설물이 이 변형을 겪었는데, 긴 시간 동안 서서히 일어난 까닭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렇게 서서히 일어난 큰 변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P.65
지진도 사람처럼 출생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부모, 출생 장소와 일시, 출생아의 신체 상황 등 기본 정보를 출생증명서에 기록하는 것처럼, 지진도 발생 시간, 위치, 규모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계산하여 발표하는데, 이런 정보를 진원 정보라고 한다. 
P.87
지진파 분석과 실험, 탐사로 얻은 정보들을 통해 지구를 이해하는 일은 퍼즐을 맞추는 과정과 같다.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각기 다른 퍼즐 조각들을 맞추어가며 결국 전체적인 그림과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때로는 비슷한 조각을 반복적으로 맞추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다양한 각도에서 투영된 그림자들을 모아가며 점차 실체를 이해해가는 과정의 일환이다. 지구를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관측과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P.100
지진 재해와 관련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작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면 단층면의 응력이 해소되어 지진 위험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해당 단층면의 응력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나 작은 지진들이 해소하는 응력량은 매우 적다. 예를 들어, 규모 2.0 지진 1,000번의 에너지는 규모 4.0 지진 한 번의 에너지와 같다. 즉, 규모 4.0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응력량을 해소하려면 규모 2.0 지진이 1,000번 발생해야 한다. 작은 지진이 해소하는 응력량은 이렇게 미미하지만, 단층면을 약화시키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지진들이 단층면 여기저기를 조금씩 파괴하며, 결과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약한 단층면을 만들어낸다. 
P.118-119
그렇다고 지진을 사전에 인지하려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단층대의 직접 탐사를 통해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소지진을 탐지하거나 단층대의 변형률을 측정하는 방법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단층대에서 발생하는 미소지진은 단층면이 약해지며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미소지진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층면의 전기비저항 측정 등을 통해 단층대의 상태를 추정하고, 누적된 응력량을 계산하여 지진 발생 가능성을 판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진학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지진을 예측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니, 미래에는 지진 예측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P.176
1923년 규모 7.9의 간토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경험한 수도권 지역은 33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2005년 조사 결과 도쿄 지하 4~26km 구간에 큰 단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대도시 바로 아래에서 발생하는 직하지진의 지진파가 지표로 전달되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도쿄 동부 지역의 퇴적층은 지진동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부 지역과 간사이 지역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쿄 앞바다를 포함한 도카이 지역과 난카이 해구 지역에서 30년 내에 규모 8 내외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80퍼센트에 이른다. 
P.192-193
2019년 개봉한 우리 영화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줄거리는 백두산 화산이 두세 차례에 걸쳐 폭발하면서 큰 지진이 발생하고, 마지막 폭발을 막기 위해 핵폭탄을 이용해 마그마 방의 압력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이다. 영화 개봉 이후 그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영화 속 백두산 하부 마그마 방 구조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고, 화산 폭발로 규모 7에 이르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화산 분화에 의해 발생하는 지진은 일반적으로 규모 3 이하의 작은 지진들이다. 또한, 핵폭탄을 폭발시켜 마그마 방의 압력을 줄이는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핵폭발에서 발생하는 강한 지진파가 마그마 방에 큰 응력 변화를 일으켜 기포가 생성되고 화산 분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P.203
한국에서도 지진학이 중요한 사건 분석 도구로 활용된 사례가 있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은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정확한 사건 시각과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주요 가설로는 북한의 어뢰 공격, 암초 좌초, 함선의 피로파괴 등이 제시되었다. 이후 한 신문사 기자가 제보를 받아 기상청을 통해 백령도 및 인근 지역의 지진계 자료를 확보해 내게 분석을 의뢰했고, 분석 결과 뚜렷한 폭침 신호가 확인되었다.
처음에는 명확한 신호가 보이지 않았으나, 고주파 대역의 신호를 분리한 결과 수중 폭발에서 발생한 P파, S파, 다중 반사파뿐만 아니라 공기 중으로 전파된 폭발음까지 지진계에 기록된 것이 드러났다. 세 곳의 관측소 자료를 활용해 폭침 위치를 특정한 결과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침몰 지점과도 일치했다. 또한 지진파형 기록을 통해 정확한 폭침 시각도 특정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2011년 미국 지진학회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추천의 글
머리말

1장. 지진은 왜 일어날까?
지각의 움직임과 단층의 비밀
보이지 않는 힘, 지진을 만드는 응력
지진에도 종류가 있다
지구의 역사를 다시 쓴 거대한 지진들
지진,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손님일까?

2장. 지진을 관측하고 분석하는 법
지진의 출생 정보 찾기
흔들림을 기록하는 기계, 지진계의 발전
지구 내부를 엿보는 소리, 지진파

3장. 지진은 어떻게 재난이 되는가
땅의 흔들림이 초래하는 재앙
지진 피해를 줄이는 방법들
지진을 미리 알 수 있을까?
육지를 덮치는 거대한 물결, 지진해일 

4장. 한반도와 일본, 지진의 땅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일까? 
과거가 말해주는 미래, 한반도의 지진
끝없는 흔들림 속에서, 일본의 지진

5장. 지진 연구, 새로운 길을 열다
원자력발전소, 지진에 안전할까?
백두산과 지진, 화산이 보내는 경고
핵실험이 일으키는 지진
지진학자가 사건을 추척하는 법
다른 천체에도 지진이?

부록
한반도의 단층 분포
전 세계 대형 지진 목록
전 세계 규모별 지진 발생 현황 및 사망자 수
한반도의 주요 지진
한반도의 역사지진 분포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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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지구물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호주국립대학교에서 지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와 컬럼비아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6년부터 연세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지진 발생 메커니즘, 지진파 전파, 지각 구조 분석 등이며 지진 연구뿐 아니라 지진파형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연구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기상청 정책자문위원, 소방방재청 정책자문위원, 원자력안전재단 이사,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대학원 부원장, 대한지질학회 부회장,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이사, KBS 재난방송전문위원, YTN 재난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한지질학회 젊은지질학자상, 대한지질학회 학술상, 한국과학기자협회 올해의 과학자상, 환경부장관 표창,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근정포장 등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공저)가 있다.
“이유 없는 지진은 없다”
예측할 수 없는 대지의 흔들림
그 속에 감춰진 거대한 이야기
2025년 3월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은 순식간에 수천 채의 건물을 붕괴시키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그보다 앞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은 최대 파고 40미터에 이르는 지진해일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키며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에 발생한 인도양 대지진은 무려 22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며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의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인 경주 지진(규모 5.8)이 일어났고, 이듬해에는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일어나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지진은 결코 ‘다른 나라 일’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이다.
 
지진 발생 시 언론이 가장 먼저 찾는
국내 최고의 지진 전문가
연세대 홍태경 교수가 들려주는 지진에 관한 필수 지식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이 가장 먼저 찾는 국내 최고의 지진 전문가,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 그가 지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자연현상인 지진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과학적 원리부터 실생활과 밀접한 사회적 영향까지 폭넓게 다루는 책이다. 지진은 왜 일어날까?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일까? 인간이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을까? 지진을 미리 알 수 있을까? 지진 기록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수도 있을까? 지구 밖 다른 천체에서도 지진이 발생할까? 책은 우리가 평소 궁금해했지만 쉽게 답을 얻기 어려웠던 질문들에 과학적이고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판 구조론과 단층 운동의 메커니즘부터 지진의 관측과 분석, 한반도와 일본 지진의 특징, 원자력발전소 · 핵실험 · 화산과 지진의 관계, 지진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까지 지진학의 핵심을 모았다.
 
책은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지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재해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지진을 단지 ‘다른 나라 재난’으로 치부하지 말고, 지구 내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자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는 과학적 사실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지진을 이렇게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한반도는 일본이 막아줘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대지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대비되어 있는가?”
지진의 발생 원리, 관측 및 분석 방법부터
지진 재해와 대응, 한반도 주변 지진과 지진학의 응용 분야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지진의 모든 것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온 국민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잘못 알려진 내용도 많고, 지진 대비에 있어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이처럼 정확하고 유용한 지진 정보가 부족한 상황을 오래 지켜봐온 홍태경 교수가 그동안 연구해온 결과와 대중적 소통 경험을 한 권에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지진의 발생 원인과 지진의 종류, 재래주기 등 지진의 메커니즘부터(1장), 지진이 만들어내는 지진파와 그것을 기록하는 지진계를 통해 지진을 어떻게 관측하고 분석하는지 알아보고(2장), 지진으로 인한 다양한 재해에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3장),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지진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4장), 나아가 지진학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평가, 북한 핵실험 감지, 달과 화성 같은 천체의 지진 탐사 등으로 확장되는 가능성까지(5장), 지진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 지진을 재난 뉴스의 소재가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자연현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지진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는 책이다.
 
“대지진, 내일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로 움직이는 지각판
눈 깜짝할 사이 도시를 붕괴시키는 지진
지구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지각판 내 환경은 지각판 경계부보다는 지진을 일으키는 힘인 응력의 축적 속도가 느리고, 같은 규모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주기도 길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다고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는 규모 7로 추정되는 지진도 있었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한반도의 지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와 빈도는 모두 증가했으며, 2013년 백령도와 보령 앞바다에서 이전에는 드물던 군집형 지진(짧은 시간에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이 일어나는가 하면, 2022년 괴산 지진처럼 이전에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 활동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 다시 말해 한반도 지각은 오랜 기간 응력을 축적해왔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이 빈발하는 환경, 다시 말해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다.
 
한편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또 다른 초대형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쿄 앞바다에서 규슈 앞바다에 이르는 난카이 해구 지역은 규모 8 이상의 대형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해온 곳인데, 최근 지진 임박 징후가 확인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이 지역에서 30년 안에 규모 8 내외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80퍼센트로 추정하고 있다. 한반도와 가까운 난카이 해구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책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난카이 대지진을 짚어보며, 한반도의 지진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지역의 지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지진은 예측이 어렵다.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실질적인 대비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지진을 과학적으로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