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간관리국》 저자 캘리앤 브래들리 서면 인터뷰 전문

2026.04.22 #SF#로맨스

Q1. 《시간관리국》의 탄생 배경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창작 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그건 아주 우연한 행운이었어요! 영국의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저는 댄 시먼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 〈테러〉를 보기 시작했어요. 이 작품은 1845년 영국 해군이 북극 탐험에 나섰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새롭게 상상한 이야기예요. (역사적 스포일러를 하자면 결말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라진 탐험대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어요. 〈테러〉에서 그레이엄 고어는 비중이 매우 작고 일찍 죽는 인물인데, 그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찾아봤더니… 글쎄, 정말 잘생긴 거예요. 더 알아보려 했지만, 역사 속에서 그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자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극지 탐험에 관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견했고, 그분들이 흔쾌히 연구 자료를 공유해주셨어요. 저는 그분들을 위해—반은 농담처럼— 훗날 《시간관리국》이 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좋아하는 극지 탐험가가 내 집에 살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요.

 

Q2. 다섯 명의 ‘이주자’ 중 마거릿과 아서는 퀴어 정체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반면 토머스는 특유의 거만한 태도 때문에 그레이엄 외의 인물과는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요. 단 다섯 명의 인물만으로도 관계의 밀도가 무척 높고 다층적인데,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캐릭터 군상을 설정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다른 이주자들을 빚어나가는 과정은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우선 아서가 사용하는 언어와 그가 가진 관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에드워드 시대 작가 E. M. 포스터의 작품을 참고했어요. 토머스와 마거릿의 캐릭터 설정을 위해서는 셰익스피어 희곡을 참고했고요(사실 이것조차도 그들에겐 조금 지난 언어이긴 하지만요). 이주자라는 인물을 구상할 때 중요했던 것은 두 가지였어요. 첫째, 우정과 즐거움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역사 속에서 왔든, 다른 나라에서 왔든, 난민의 삶에도 기쁨을 경험하고 삶을 꽃피울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끔찍한 고통을 겪었더라도요. 이주자들은 '다른 어딘가'에서 왔지만, 그들도 어디까지나 사람이에요. 우리처럼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이상하다고 여기고, 웃기다고 생각하죠. 그들은 단순히 비극적인 존재이기만 하지 않아요. 둘째, 저는 이 책을 저의 새로운 친구들을 위해, 우정의 제스처 삼아 썼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책에 새로운 우정이 싹트는 모습을 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었답니다.

 

Q3. 자신들의 시대에서 21세기로 강제 추출된 과거 인간부터 화자인 ‘나’, 그리고 시멜리아에 이르기까지 작중 인물은 모두 소수자 혹은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그들은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메울 수 없는 차이로 마찰을 빚기도 해요. 이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통해 작가님께서 특별히 조명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어떤 캐릭터도 하나의 정체성 요소로 규정되지 않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입견-20세기 초의 남성이나 다문화 배경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응당 이럴 것이다'라는-에 저항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어요. 마거릿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마거릿은 태어난 마을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17세기 초반 여성이에요. 그렇지만 그가 21세기로 와서 k-드라마에 홀딱 빠질지 어떨지 누가 알겠어요! 《시간관리국》의 많은 인물들은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어요. 전형적인 영국 해군 장교인 그레이엄조차 여성들이 이토록 자립적이고 왕립 해군의 위상이 이토록 축소된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 시작해요. 작품 속 갈등은 대부분 각 인물이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이기를 바라는지, 혹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이 어떠해야 한다고 느끼는지에서 비롯돼요. 그리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 모른다는 수치심과 두려움에서 결국 마찰이 생기죠. 인물들은 자신의 원칙이 아닌, 외부 규칙에 따라 살아가려 해요. 왜 그러한 규칙이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한 번도 따져보지 않은 채 그것들을 수용하죠. 이 방면으로는 우리의 주인공 ‘나’가 정말 형편없고요!  

 

Q4. 《시간관리국》은 전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수많은 해외 독자들에게서 리뷰를 받아보셨을 텐데, 인상 깊은 리뷰가 있을까요? (저는 요즘 매일 아침 독자분들께서 남겨주시는 후기를 찾아보는데 그중 “그레이엄 고어 완전 가능”이라는 평이 가장 재밌었습니다)

저도 너무 마음에 드는 리뷰예요! 좋아, 그레이엄! 미국에서 책이 출간되었을 때가 기억나요. 아이오와 주 독이어드 북스Dog-eared Books라는 서점에서 일하는 마리아와 관련된 일화인데요, 마리아는 제게 《시간관리국》을 자신의 키만큼 쌓이도록 팔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 정말 해낸 거예요! 대단한 분이죠. 나중에 마리아가 저를 서점 팟캐스트에 초대해서 정말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공유하는 문화적 배경도 전혀 다르지만, 우린 연결되어 있었어요. 정말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Q5. ‘우리가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시간 여행이다’라는 메시지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독자마다 느끼는 바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작가님께서 꼭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있을까요?

세상이 두렵게 느껴질 때. 기후 위기로 삶은 이미 파괴되는 중이고,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전쟁에 미친 괴물이며, 혐오의 목소리는 우리를 갈라놓고, 다가오는 미래를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질 때, 저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변화의 때는 항상 올 것이며, 희망 또한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저는 이것이 뒤도 옆도 없게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또 다른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면, 단연 여러분들이 그레이엄이 얼마나 섹시한 인물인지 발견하길 바란다는 거겠죠😊)

저자소개

캘리앤 브래들리
저자 캘리앤 브래들리 (Kaliane Bradley) 2022년 하퍼스 바자 단편소설상과 V. S. 프리쳇 단편소설상 수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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