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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불쏘시개를 찾습니다 ② | 라임 앤 리즌 - 디스토피아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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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숨을 강하게 만들고 있는 북극의 온난화는 단지 북극 영구동토층을 녹이는 것으로 그 위력이 끝나지 않는다. 뜨거워지는 북극의 변화는 지구상의 많은 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미국, 한국, 일본, 인도 등 지역에 상관없이 영향을 주고 있다. 사실 북극은 온난화의 주범인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구상 그 어떤 지역보다도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북극이 심술이라도 난 것인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국들을 향해 예측하기 힘든 막강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지구 북극 지역의 지표면 기온은 차갑고 그에 반해 적도 지역의 기온은 상대적으로 뜨겁다. 적도는 일 년 내내 태양빛을 받지만 북극은 여름철만 주로 빛을 받기 때문에 기후학적으로 차갑다. 그래서 지구에는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온도 특성을 가진 지역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막이 우리 머리 위에 존재한다. 바로 제트기류이다. 여기서 제트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는 2차 대전 당시 괌에서 일본으로 비행하던 전투 비행기들이 갑자기 느려진 속도로 인해 발견된 것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바다의 해류처럼 하늘에 있는 공기의 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중위도에 존재하는 제트기류는 편서풍이기 때문에 보통 항공기들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할 때 이 편서풍을 타고 간다. 그러면 마치 바다의 해류를 타는 것처럼 공기의 기류를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동에서 서로 올 때는 바람의 저항을 거슬러 가야 해서 더욱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와 올 때 시간의 차이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늘길 제트기류는 북극과 적도의 온도차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온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제트기류는 더욱 빠르고 곧게 불어가게 된다. 그런데 지금 북반구 극지의 기온이 많이 오르면서 두 지역의 온도차가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이다. 즉 북극과 적도의 공기 칸막이가 약해진 것이다. 이렇게 약해진 제트는 바르게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뱀이 기어가듯이 사행하게 된다. 즉 직선 길이 구불구불하게 휘어진 길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휘어진 길에서는 극지의 찬바람이 더욱 아래로 내려오고, 위로 휘어진 길에서는 아래쪽의 더운 바람이 북진하는 형태가 된다. 그래서 내가 위치한 곳이 휘어진 하늘 길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예기치 못한 혹한이나 폭염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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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인도에서는 엄청난 폭염이 발생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이었지만 날아가는 새도 떨어져 죽을 만큼 뜨거운 날이 지속되었다. 바로 이때 인도가 사행하는 제트기류의 위로 휘어지는 하늘길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도에서 데워진 뜨거운 공기가 인도를 뜨겁게 달군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2021년 2월 미국에서는 21세기 최악의 한파로 불리는 사건이 텍사스에서 발생했다. 생각해보라. 보통 텍사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더위와 사막이다. 그런데 이런 텍사스에서 한파라니. 이때 TV 뉴스에 나왔던 한 할머니의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70년간 텍사스에 살면서 이렇게 추운 날은 처음이라고 했던 내용이었다. 이렇게 70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이상기후의 원인 또한 극지의 온난화였다. 뜨거워진 겨울철 기온으로 인해 극지가 너무 따뜻해지고 이로 인해 약해진 제트기류는 미국의 최남단 텍사스까지 굽이쳐 내려오면서 엄청난 한파와 폭설을 뜨거운 태양의 땅으로 끌고 내려왔다.

인도의 폭염, 미국의 한파뿐만 아니라 사실 한국의 이상기후에도 북극 지역의 온난화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간간이 한국을 찾아오는 한파 또한 북극의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극의 온난화가 지구의 많은 다른 지역의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점은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거나 추운 날씨의 변동으로만 그 영향력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의 폭염이 발생할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인도가 많은 양의 밀을 세계시장에 공급할 것이라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북극발 폭염으로 인해 인도 정부는 바로 밀 수출을 중단하게 되었다. 결국 북극의 온난화는 인도에 폭염을 몰고 오고, 이는 전 세계 밀 공급망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텍사스 한파도 마찬가지다. 텍사스 반도체 공장들이 한파로 인한 정전 때문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게 되었고 이는 결국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북극이 우리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뜨거워지게 하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더 큰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소리 없이 이상기후를 통해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미국, 인도 모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다. 물론 이 두 나라 때문에 극지가 데워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도, 그리고 다른 모든 국가들도 이제는 북극의 구조 신호에 응답을 해야 할 시간이다.

저자소개

정수종
저자 정수종 서울대학교 교수, 녹색중소벤처전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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