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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산불 소식. 미국, 유럽, 한국, 호주 등 대륙과 계절에 관계없이 지구 곳곳이 타들어가고 있다. 반면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폭우로 인한 홍수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예측 불가능한 산불, 예측을 하더라도 너무 많이 내리는 비, 도대체 지구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늘 영화에서 보면 그 어떤 행성보다 푸르고 고요했던, 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좋은 우리의 행성 지구에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이제부터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하나씩 짚어보려 한다.
누구라도 그렇듯 아침에 눈을 떠 몸이 불편하면 병원을 방문한다. 그 어떤 검사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체온을 재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체온은 지금 어느 정도일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 발표에 따르면 1880년 기상관측 이래로 2023년 여름이 가장 뜨거운 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즉 지구는 지금 미열이 아닌 고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정상체온 약 37℃를 넘어 38℃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이다. 인간의 체온이 38℃ 이상 올라간다는 것은 분명 몸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렇게 몸에 문제가 있으면 몸에 힘이 빠지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인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결국 지구의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면 가뭄, 폭우, 폭염, 홍수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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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구의 체온은 왜 이렇게 상승하는 것일까. 지난 수십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험난한 산지를 오가며 기온을 측정하는 과학자, 바다에 배를 띄우고 해수의 성분을 분석하는 과학자, 지구의 기후변화를 감시하기 위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공학자, 지구 기후의 물리적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과학자, 화학 실험을 통해 기후변화 유발 물질을 분석하는 과학자, 공기 속 기후변화 유발 물질을 탐지하는 과학자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의 다양한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의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이제 우리는 거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답은 흔히 IPCC(국가간기후변화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라고 불리는 국제 협의체에서 발표한 2021년 보고서에 명시되었다.
IPCC는 1998년 11월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와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이 공동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이다. IPCC는 5~7년 주기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WG1), 기후변화 영향, 적응, 취약성(WG2), 기후변화완화(WG3)의 3개 그룹으로 나누어 보고서를 발간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IPCC에서 발표한 6차 보고서(AR6) WG1에 따르면 인류는 지금 전례 없이 빠른 속도의 기후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것은 분명히 인간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특히 1970년 이후 지구 표면 온도는 지난 2,000년 동안의 다른 50년 기간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1900년 이후 해수면은 지난 3,000년 동안 그 어느 세기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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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구는 이렇게 전례 없는 속도의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IPCC가 언급한 것처럼 인간에게 있다. 사실 지구의 기후는 변하는 것이 맞다. 기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이다. 지구의 기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태양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 활동의 변화에 따라 지구의 기후는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문제다. 태양 활동의 변화와 같은 자연 변동 요인은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아주 빠른 속도의 온도 변화는 설명하기 힘들다. 오히려 수천 년, 수만 년의 지구 온도 변화를 설명하기는 좋은 요인이다. 그리고 지구의 화산 활동과 같은 지구 내부 활동으로 인해 기후가 바뀔 수 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뿜어내는 막대한 양의 가스 그리고 입자들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에너지)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금 우리가 경험 중인 급격한 온도 증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즉 인간의 간섭이 전혀 없는 자연변동성만으로는 지난 약 150년간 증가한 전 지구 평균 1.1°C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IPCC 6차 보고서에는 1850년 이후 최근까지 지구 평균기온 약 1.1°C 증가의 원인을 자연적 요인과 인간이 관여한 인위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1.1°C 증가에 대한 태양 활동과 화산 활동의 기여도는 거의 0이다. 그리고 지구 시스템의 내부변동에 의한 기여도 역시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그중에서 이산화탄소의 기여도는 0.7°C, 메탄에 의한 기여도는 0.5°C 정도이다. 다음으로 아산화질소, 할로겐가스, 휘발성유기화합물 및 일산화탄소, 블랙카본 등이 온도 증가에 조금씩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전구물질인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등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미세먼지는 공기를 데우는 온실가스와 달리 주로 햇빛을 산란하거나 반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온도를 낮추게 된다. 지면에서는 관계농업 같은 토지 이용 또한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연적 요인, 인위적 요인 모두를 검토해보니 산업화 이후 온도 상승을 거의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이산화탄소, 그다음이 메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둘 다 탄소기반 물질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 모두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기 중에는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있기에 이렇게 지구의 체온을 끓어오르게 하는 것일까. 지금과 같은 미래를 예상이라도 하듯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의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는 1958년 하와이 마우나로아 섬 해발 3,000미터 지점에 관측소를 설치하고 공기 중에 있는 탄소량, 즉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아마 많은 분들이 TV뉴스나 신문 같은 미디어에서 1958년 이후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 그래프를 한 번 정도는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킬링커브이다. 지구의 기후 변화 유발 물질이 공기 속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그래프인 것이다. 마우나로아 섬 관측소의 최신 측정값은 2023년 8월 기준 약 420ppm이다. 즉 단위 부피 공기 속 약 100만 개 입자 중에 420개 정도의 탄소 입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숫자로 간단히 환산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적다. 하지만 이렇게 적은 양의 공기 중 탄소가 지금 이렇게 지구의 체온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너무도 적지만 아주 강력한 힘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