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초 맨부커상 노미네이트 & 리브르 앵쉴레르상 수상 작가 우밍이 국내 첫 장편소설
“가족과 기억, 그리고 집에 대한 깊고 온온한 사색”
_맨부커 심사평 중에서
2018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이 결정되기도 전에 뜨거운 화제를 모은 작가가 있다. 후보작 《도둑맞은 자전거》의 저자 우밍이가 자신의 국적을 ‘Taiwan’에서 ‘Taiwan, China’로 바꿔 표기한 주최 측에 반의를 표한 것.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주최 측의 결정을 지탄하는 목소리와 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한 결과, 주최 측은 우밍이 작가의 국적 표기를 ‘Taiwan’으로 되돌려놓았고, 앞으로 작가의 국적이 아닌 활동 지역을 기준으로 삼겠다 밝혔다.
대만 국민작가 우밍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는 주인공 ‘청’이 자전거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버지의 과거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대만 현대화 과정, 식민 시대의 역사, 전쟁에 휘말린 인간과 동식물의 일생이 켜켜이 얽혀 하나의 그림으로 직조되는 작품. “시적이고 아름다우며 환상적인 이야기, 섬세하고 상상력 넘치는 문장이 소설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대만 100년사의 기억과 자연환경에 대한 고찰이 뛰어나며 매혹적인 서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등의 찬사와 함께 출간 직후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물론,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대만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잃어버린 시대, 흩어진 이야기를 추적하는 삶의 대서사극
“그때 우리는 마음껏 사랑할 수도, 마음껏 애도할 수도 없었다.”
1992년 타이베이의 가장 큰 상가가 허물어지던 날, ‘청’의 아버지가 자전거와 함께 사라진다. 어린 시절 경험한 거대한 상실을 가슴에 묻어둔 채 어른이 된 ‘청’은 고물 수집가 ‘아부’를 통해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고, 자전거가 거쳐온 여정을 거슬러 가보기로 한다. 뜻밖에도 자전거의 궤적은 현대 대만에서 출발해 말레이반도, 북미얀마의 밀림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이어지는데…… 제대로 알려진 적 없는 역사의 한가운데, 잊혀 스러진 이들의 이야기가 마침내 시작된다.
현대 대만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우밍이가 구축한 가장 광대한 세계!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아가는 여정은
상실과 이별, 삶과 죽음, 모진 시대의 애달픈 숙명을 맞닥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_〈싱킹타이완〉
우연히 마주한 자전거에 기대어 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청’, 나비 채집 공장에서 일한 어머니를 회상하는 ‘사비나’, 식민 시대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스즈코’, 전쟁 피해자임을 고백하지 못한 채 숨죽여 사는 ‘바쑤야’ 등. 《도둑맞은 자전거》에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사라진 자전거’라는 하나의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교차해 흡인력 있는 전개를 완성한다. “문학의 본질적 목적은 유희”라며 읽는 즐거움을 강조해온 우밍이 문학 특유의 환상성을 활용, 이야기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코끼리의 시점에서 전쟁의 슬픔을 표현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서정적 감성에 시적인 언어가 더해져 매혹적인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다. 하버드대 중문학 교수이자 문학평론가 왕더웨이는 “많은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독자들은 이 소설이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라 말하며 이는 작가의 서사 장악력과 섬세한 글쓰기 덕분이라고 극찬했다.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작가, 열렬한 환경운동가인 우밍이는 대만문학상,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대상, 레드챔버의꿈상, 리브르 앵쉴레르상 등 국내외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단숨에 현대 대만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도둑맞은 자전거》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우밍이의 장편소설이다. 베일에 싸인 시대를 톺아보는 역사소설이자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는 가족소설인 본 작품을 통해 작가는 차이나타임스 오픈북어워즈 올해의 작가상 총 6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을 찾는 이야기가 아버지에 대한 이해에 이르는 여정을 넘어 시대의 비극을 오롯이 애도하는 순간과 맞물릴 때, “사실과 허구, 환상이 유기적으로 직조된 이야기를 읽으며 현실의 장대함이 여느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을 능가할 수 있음을 알았다”는 옮긴이의 말이 과언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도둑맞은 자전거》는 한 가지 단어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연결한다. 바로 ‘행복’이다. 우밍이는 ‘행복’이 가진 매력적인 힘을 소환해 그 힘으로 작품 전체를 이끌어간다. (……) 행복의 자전거가 한 바퀴 한 바퀴 돌아갈 때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소확행’ 세대 독자들은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또 우밍이는 앞으로 대만 문단에 어떠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것인가?” _왕더웨이(문학평론가)
“물을 찾아 집요하게 땅을 파 들어가는 흰개미처럼 오랫동안 ‘자연’과 ‘과거 회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천착해온 우밍이는 매번 더 깊어진 사색과 단련된 글솜씨로 독자를 마중한다. (……) 문학의 힘으로 대만의 역사를 기억하고 지키고자 목소리를 내는 작가 우밍이를 많은 독자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 _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