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아래에서 정상까지는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고 150미터쯤 되는데, 이제 절반쯤 온 것 같았다. 텐트 안에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거리였다. 그러나 아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몇 초가 흐르고 침묵만 이어지자, 모두 짐작은 하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사실을 에릭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안에 사람은 없는 것이다.
“어서 가자.”
제프가 전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행은 다시 정상을 향해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제프와 마티아스가 그들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마티아스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는데, 마치 손에 페인트가 묻어서 옷에 묻히지 않으려는 듯한 자세였다. 그들이 가까이 왔을 때에야, 스테이시는 그의 두 손과 손목이 날고기처럼 불그죽죽한 빛을 띤다는 걸 깨달았다.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에릭이 물었다.
제프와 마티아스가 그들 곁에 웅크리고 앉았다. 제프가 물병에 손을 뻗어 마티아스의 손에 조금 부었다. 그러자 마티아스는 잔뜩 찡그리며 셔츠로 물기를 닦아냈다.
“덩굴에 뭐가 있어.”
모두 말이 없었다. 마티아스가 이로 테이프를 뚝 끊었다.
“두 시간씩 교대로 하자.”
제프가 말했다.
“에릭은 빼주고.”
에릭은 멍한 얼굴로 우두커니 앉아, 발목 부근에서 돌돌 말린 자기 바지만 보았다.
“아마 우리 오줌도 받아두는 게 좋을 거야. 만약을 위해.”
“오줌?”
에이미가 물었다.
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내리기 전에 물이 바닥날 경우를 대비해야지. 최대한 버텨내려면…………”
“오줌을 받아 마시고 싶지는 않아, 제프.”
“하지만…………그러니까 내 말은, 차마 그렇게는…………그렇게는 하지 않…………”
“절단해야 해.”
에릭의 단호한 목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지금 당장.”
스테이시는 그를 보았다. 에릭의 얼굴에서는 술기운이 싹 달아난 듯했고, 시선도 또렷했다. 표정에서는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엿보였다. 그래도 스테이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자기가 안 된다고 말하면, 제프는 언덕 아래로 내려가 에이미의 생각을 물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에이미를 설득할 것이다. 저항하려 한다 해도 결국 굴복시키고 말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이다. 1965년 태어나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으며, 작가로서 활동한 13년 동안 단 두 편의 소설을 썼고 두 편 모두 순식간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데뷔작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심플 플랜》은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과 베스트셀러 목록에 끊임없이 이름을 올리며 ‘스릴러의 새로운 고전’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심플 플랜》 역시 성공을 거두었으며, 각색을 담당한 스콧 스미스는 브로드캐스트 필름 비평 협회를 비롯한 수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13년 후, 스콧 스미스는 호러 스릴러 《폐허》로 마침내 독자의 곁에 되돌아왔다. 전작을 압도하는 무서운 기세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폐허》 역시 영화로 제작되었다. 첫 문장을 쓸 때 이미 마지막 문장까지 떠올리며 단숨에 써내려간다는 스콧 스미스. 하지만 《심플 플랜》을 영화로 각색하는 데만 5년이 걸렸고, 《폐허》를 집필하는 동안 1,000매 이상의 원고를 파기할 정도로 그는 매 순간 혼신을 기울여 작업하는 작가이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으며, “머릿속을 맴도는 서너 개의 아이디어 중 강렬하게 치고 올라오는 한 녀석을 잡아 쓰겠다”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