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란 종잡을 수 없는 존재야.
개란 종잡을 수 없는 존재야.
시계란 종잡을 수 없는 존재야.
바람이란, 물이란, 꿈이란, 종소리란, 비발디란, 잔디란, 음표란, 기타란, 형수 형이란, 아버지란, 아버지의 애인이란, 부모란, 엄마란. 그러다 마지막에 멈추는 것은 항상 엄마. 컴컴한 옷장에 날 남겨두고서 어디로 갔을까.
나의 요람은 옷장. 그래서 지금도 옷장을 좋아한다. 아닌가. 몹시 슬퍼하거나 무서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건 내가 만든 신화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신화가 필요하니까.
엄마는 그냥 어느 날 불현듯 가출해서 돌아오지 않은 거고, 옷장에 가둬두거나 어디 묶어두거나 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학대를 하지는 않았다. 학대란 일대일의 대상이 되어야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갇힌 공간에서 더 이상의 확장이 불가능할 때, 서로가 서로만을 바라볼 때 그래서 그것이 위협이 될 때 덜 약한 사람이 더 약한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거다. 나는 그냥 부스러기다. 엄마를 성가시게 하는 대상은 됐을지언정 위협하는 대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