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우유가 어때서!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엄마랑 단둘이 사는 나현이. 나현이는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딸이고자 한다. 자신이 아빠 없이도 씩씩하고 대견하게 뭔가 해냈다는 걸 엄마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5학년 때 아깝게 전교어린이 부회장에 떨어진 뒤 6학년에도 또 한 번 전교어린이회장에 도전한다. 말리는 엄마와 끝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다 얼떨결에 비릿한 학교 급식 우유를 딸기 우유로 바꾸는 것을 공략으로 걸겠다고 말해 버린다.
나현이는 흰 우유를 입에 못 대는 대신 딸기 우유를 마시는데, 나현이에게 딸기 우유는 그냥 기호식품 정도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푸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권리가 두발 자유화와 같이 청소년의 인권을 행사하는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학교에서 치매 걸린 덕주 할머니가 흰 우유를 딸기 우유로 바꿔 달라고 난동 비슷한 것을 부리자, 덕주는 할머니 문제로 교무실에 간 적이 있다. 할머니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 이주민에 치매 환자라는 이유로 할머니를 함부로 대하는 어른들을 보고 화가 나서 나현이가 선거 공약으로 딸기 우유를 내걸자 돕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나현이는 북한 이주 소년 덕주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내고 한 발짝 다가간다. 나현이와 덕주는 각각 다른 사연으로 만났지만 어른들이 정해 놓은 세상의 당연한 생각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의미에 있어서는 노선이 같다.
그깟 어린이전교회장이 뭐라고!
후보 등록이 끝난 후 나현이는 선거 운동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마음이 많이 상한다. 그간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다 거절한 것. 그리고 그 배후에 경쟁자인 시은이의 방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의 의견을 받아들여 〈흰 우유를 딸기 우유로 바꾸겠습니다!〉에서 〈우유 선택권을 찾겠습니다!〉로 공약을 조정했지만 자식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모를 힘입어 적극적으로 유세를 펼치는 시은이를 이기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나현이는 덕주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서 덕주가 학교생활과 학습에 적응하도록 돕겠다고 한다.
후보 공약 발표 당일 나현이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려 실과실에 숨어 딸기 우유를 마시려던 차에 시은이와 사퇴한 찬솔이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시은이가 찬솔이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 잠시 후 실제 후보 공약 연설 시간에 시은이가 또 다른 후보인 미주에게도 그와 같은 제안을 한 걸 미주가 전화기에 녹음해 두었다가 방송실에서 틀어 버린다. 이 사실에 학교는 발칵 뒤집어지고 선거는 중단된다. 집에 돌아온 나현이는 시은이의 음모에 환멸을 느끼며 잠이 드는데, 그날 저녁 한동안 관계가 서먹했던 친구 유라가 집으로 찾아온다. 자신이 나현이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지 않은 게, 나현이가 회장에 당선되면 유라의 아빠가 하는 일(우유 배달)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나현이는 유라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친구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자신의 공약에 대해 고민한다. 잠시 후 슈퍼마켓에서 딸기 우유를 사는 도중에 덕주를 만나고 둘은 산책로에서 딸기 우유를 함께 마시며 서로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품고 있다.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엄마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나현이, 한 명뿐인 가족인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을 탈출하지만 끝까지 할머니를 챙기는 덕주, 아빠가 하는 일이 어려워질까 봐 친구를 돕지 못하는 유라. 이 책은 여기에 나오는 열세 살 언저리의 청소년들처럼 우리 위주의 열세 살들도 이러한 아픔과 고민을 겪으면서 다져져 나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