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어느 날, 세상의 전부였던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남보다 먼 아빠, 그리고 아빠의 새 가족과 함께 살게 된 열세 살 소년 ‘풍경’. 낯선 환경 속에서 발 디딜 곳을 찾으며 자신만의 뿌리를 뻗어 가는 성장동화.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아동문학에서 집요하게 형상화해 왔던 ‘정상 가족’의 이데올로기를 깨고 탈혈연과 새로운 연합의 모습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불완전한 어른들 사이에서 자기 몫의 자리를 찾아가는 아이, 혈연 바깥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관계, 부침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관찰하는 태도는 이 작품을 단단히 지탱한다. 허공에 뿌리를 내리고도 끝내 살아남는 생명력이야말로,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한 삶의 동력일 것이다. 이 성장의 기록이 지금 여기를 사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곁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_심사평에서(보린, 원종찬, 천효정)
“할머니!”
풍경이는 얼른 할머니 우산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 데리러 왔어?”
“그래. 우리 귀한 손주 비 맞을까 봐 부랴부랴 왔지.”
할머니가 웃으며 풍경이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다.
“그런데 왜 우산이 한 개뿐이야?”
할머니보다 큰 풍경이가 우산을 받으며 투정하듯 말했다. 그렇지만 실은 아침에 짜증을 냈는데도 마중 나온 할머니가 고마웠다.
“우산 가지러 갈 틈이 어디 있어. 복지관 글짓기 수업 끝나고 바로 온 거야. 그러게 내가 뭐랬어. 우산 챙기라고 했지!”
“덕분에 이렇게 데이트하고 좋잖아.”
할머니가 눈을 흘기자 풍경이는 능청스럽게 받아치며 할머니 팔에 팔짱을 꼈다. 팔뚝이 말랑이처럼 보들보들했다. 기분이 좋은 듯 할머니도 입꼬리를 올렸다. _본문 9-10쪽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그래.”
풍경이도 팔을 올렸다.
‘난 아몬드보다는 초콜릿 칩이 더 좋은데……. 뭘 내지? 바위? 보자기? 낙우 얼굴에 비장함은 안 보여.’
짧은 시간에 풍경이가 머리를 팽이처럼 팽팽 돌렸다. 너무 돌려서 어지러울 정도였다.
“가위, 바위, 보!”
낙우가 힘껏 외쳤다.
풍경이는 서둘러 가위를 냈다. 낙우도 가위를 냈다. 비겼다.
낙우가 다시 팔을 치켜들었다.
‘이번에는? 비긴 다음에는 이기는 걸 내려고 한댔으니까……, 낙우는 바위를 내겠지? 그럼 나는 보자기를!’
풍경이가 자신 있게 손바닥을 쫙 펼쳤다.
졌다. 가위를 낸 낙우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양손에 놓은 과자 두 개를 번갈아 가며 올렸다 내렸다 했다. _본문 50쪽
뿌옇던 머릿속이 물로 살살 헹군 것처럼 맑아졌다. 낯선 아주머니가 하는 모르는 이야기인데도 믿음이 갔다. 할머니와 살던 집에서, 할머니를 아는 아주머니와 나눈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할머니, 진짜 할머니가 아주머니를 데려온 거야?’
투명해진 머릿속에 할머니가 노란 가방을 복이라며 주워 온 날이 채워졌다. 그날 풍경이는 가방을 옷장 위로 올리며 툴툴거렸다.
‘완전 억지. 남이 버린 쓰레기가 무슨 복이야. 반짝반짝한 새 물건이 복이지.’
‘버려졌다고 다 쓰레기는 아니야. 다른 누군가한테는 귀한 보물이 되기도 해. 나는 그랬어. 네 아빠가 핏덩이 놓고 갔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우리 풍경이 덕분에 내가 살았잖아. 그러니까 풍경이는 할머니 보물이고 복이지.
복이라는 게 그래. 애써도 안 들어올 때가 있고, 생각지도 못한 때 저절로 생기기도 해. 복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깨닫기도 하고, 고생인 줄 알았던 일이 복이 되기도 하더라. 언제, 무엇이 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_본문 92쪽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경기도 안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2022년 동화 ‘시간을 흔드는 그네’로 <동화향기동시향기> 아침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동화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장편동화집 《파란 나비 목걸이》와 《우리 복덩이》를 썼습니다. 제15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 농민신문사 어린이동산 제35회 중편동화공모에 당선되었으며, 2026년에는 《공기뿌리》로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종이책
전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