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겨울,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는 계절 그림책 시리즈 마지막 권
- 다양한 색감으로 쾌청하게 표현한 여름과 여름을 함께 보낸 친구가 떠오르는 이야기
얼굴을 새카맣게 태우는 땡볕,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 무더위, 습기를 머금어 끈적끈적한 공기와 온갖 벌레의 습격까지. 여름은 여러모로 괴로운 계절이다. 하지만 따가운 햇볕을 받고 달콤해진 과일, 뻘뻘 땀 흘리고 씻었을 때의 상쾌함,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쐬는 밤바람 등 여름에는 분명 여름만의 매력이 있다.
읽는 이의 오감을 톡톡 건드리며 계절감을 만끽하게 하는 이시이 무쓰미, 후카와 아이코 작가의 계절 그림책 마지막 권 《여름의 짝꿍 옷을 만들러 가요》가 출간되었다. 땅에 떨어진 열매를 양껏 주워 담을 만큼 커다란 주머니가 필요한 가을, 창고 구석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낸 옛 추억을 발견하는 겨울, 한껏 움츠러졌던 것들이 일순간에 피어나 기분마저 새롭게 만드는 봄을 지나 찾아온 새 계절은 노랑과 파랑, 초록이 어우러지는 여름이다. 이번에는 어떤 옷을 만들며 싱그럽고 쾌청한 여름을 담아낼까?
여름 하늘을 꼭 닮은 파란색 줄무늬 천으로 만든 두 친구의 아주 특별한 짝꿍 옷
맴맴 매미 소리가 요란한 이른 아침, 사키는 단짝 수리와 함께 밖으로 놀러 나간다. 파란색, 보라색 꽃이 흐드러진 나팔꽃밭, 샛노란 꽃잎과 초록 줄기가 반짝거리는 해바라기밭을 지나 커다란 나무 그늘에 자리 잡은 사키는 수리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때 우체부 아저씨가 다가와 사키에게 작은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열어 보니 여름 하늘을 닮은 파란 줄무늬 천과 ‘마음대로 사용해 달라’는 할머니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고민하던 사키는 미코 아줌마에게 짝꿍 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로 한다.
미코 아줌마는 크기와 모양, 기분에도 맞춤인 옷을 만들어 주기로 유명한 솜씨 좋은 양장점 주인. 양장점에 간 두 친구는 미코 아줌마와 차근차근 대화를 나눈다. 여름에 들을 수 있는 소리, 맡을 수 있는 냄새, 볼 수 있는 하늘, 같은 시간을 보내는 짝꿍의 의미까지 생각하면서 여름의 옷을 함께 완성해 간다.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욱 특별해지는 계절 이야기
이전의 가을, 겨울, 봄 편과 비교해서 이번 여름 편은 계절의 풍경이 특히 더 다채롭게 묘사되었다. 여름의 매력이 그만큼 다양한 덕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했다는 이유가 더 크다. 봄과 겨울은 사키 혼자, 가을은 수리 혼자서 떠올렸지만 여름의 풍경은 두 친구가 함께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물놀이, 불꽃놀이, 구름 관찰, 친구에게서 나는 냄새 등 함께하면 더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다. 이 책을 보는 독자들도 옆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서로의 계절 느낌을 나누고, ‘작년에는 이랬지, 재작년 이맘때는 어땠지’ 하며 함께 보낸 추억을 떠올린다면 매년 반복되는 같은 계절도 분명 더 풍성하고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