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숭한 놈을 봤나. 네놈이 요새 아주 삐딱선을 제대로 탔구나. 중학생이 벼슬이냐?”
뺑할머니가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귀를 긁어 댔다. 동표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려 나갔다.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언젠가부터 만사가 삐딱하게만 보였다.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거름 같은 사람이 되라며 ‘똥표, 똥표.’ 하는 할아버지도, ‘숭한 놈’을 입에 달고 사는 뺑할머니도 다 마뜩잖았다. ‘뺑할머니’는 심청전에 나오는 뺑덕어멈에서 따다 붙인 할머니의 별명이었다.
“대체 못하는 게 뭐야?”
녀석은 너무 완벽해서 비현실적인 캐릭터 그 자체였다. 타고난 음치에다 박치라 음표를 닮은 콩나물도 싫어하는 동표 눈에, 대종은 신이 불공평하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에서 녀석과 마주쳤을 때였다.
“오동표! 중학교는 초등학교랑 달라. 여긴 강한 자만 살아남는 정글이지. 난 정글을 지배하는 늑대왕 같은 존재가 될 거야. 눈빛을 보니까 너도 늑대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지?”
“으, 응?”
밑도 끝도 없는 말에 동표는 몹시 당황했다. 대종은 다 안다는 듯 느물거렸다. 순간, 마음이 마구 일렁대기 시작했다.
동표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삐딱선을 좀 타긴 했어도 친구들한테 뭘 뜯어낸 적은 없었다.
“안 될 게 뭐 있어? 겁쟁이들 놀려 먹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약해 빠진 애들은 세상이 험하다는 걸 빨리 깨우칠 필요가 있다고. 결국 이건 그 애들한테도 다 약이 되는 거야.”
확신에 차서 말하는 대종을 보니 마음이 좀 놓였다.
‘그래, 늑대왕만 되면 불쌍한 애라는 꼬리표도 뚝 떼어 버릴 수 있을 텐데 걱정할 게 뭐 있어!’
백호 선생님은 동표를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았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웬만해선 울지 않아서 어렸을 때부터 독종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자신을 더러운 오물처럼 보는 눈빛에 그만 울음이 터진 것이었다. 그건 동정 어린 시선보다 훨씬 더 잔인하게 마음을 할퀴었다.
뺑할머니 말대로라면 그건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옷이 분명했다. 적어도 그걸 입던 시절에는 사랑만 듬뿍 받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아이였을 테니까.
“다행이구나. 그래, 그 옷을 내놓을 거냐?”
“네. 까짓것 얼마든지 내놓고 말고요.”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95년《기차는 바다를 보러 간다》로 MBC 창작 동화 대상을 수상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붕 위의 꾸마라 아저씨》《올백》《어린이를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잘못 뽑은 반장》《또 잘못 뽑은 반장》등이 있다.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95년《기차는 바다를 보러 간다》로 MBC 창작 동화 대상을 수상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붕 위의 꾸마라 아저씨》《올백》《어린이를 위한 정치란 무엇인가》《잘못 뽑은 반장》《또 잘못 뽑은 반장》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