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폴란드 아동문학 고전
무민, 곰돌이 푸, 패딩턴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끈 캐릭터 ‘찰흙인형’!
1936년 폴란드에서 출간되어 9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아동문학 고전 《찰흙인형의 신기한 모험》이 주니어김영사 〈주니어클래식〉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찰흙인형’은 무민, 곰돌이 푸, 패딩턴 못지않게 폴란드에서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로, 라디오극, 인형극 등 다른 매체로 제작되고 공원에 동상이 세워질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오랫동안 폴란드 초등학교 1학년 필독서로 지정되어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과 일 년 내내 학교생활을 함께 보내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커다란 빨간 코와 옆으로 삐죽 나온 귀, 초록색 바지를 입은 찰흙인형은 1학년 토샤가 만들기 시간에 고무찰흙으로 만든 인형이다. 토샤의 필통에서 살아가는 찰흙인형은 자신이 매일 보고 들은 것을 종잇조각을 이어 붙인 일기장에 기록한다. 찰흙인형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1936년에 출간된 《찰흙인형의 일기》와 어린이 독자들의 요청으로 약 이십 년에 뒤에 출간된 후속작 《찰흙인형의 모험》을 묶어서 각각 1부, 2부로 구성했다. 1부는 찰흙인형이 필통에서 연필, 펜, 펜촉, 잉크병 등과 함께 옹기종기 지내는 일상을 담았고, 2부에선 필통 밖을 떠난 찰흙인형의 신나는 모험 이야기가 펼쳐진다.
찰흙인형은 90년 동안 다양한 그림으로 재탄생했지만, 그중에서도 폴란드에서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즈비그니에프 리흘리츠키가 그린 삽화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보드라운 종이의 질감을 살려 수채화 물감을 펼쳐낸 듯한 리흘리츠키의 그림은, 아기자기한 문구 세계로 초대하는 글의 몰입도를 높인다. 본문 뒤에는 2021년 찰흙인형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 해설을 수록했다. 찰흙인형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더라도 해설을 읽으면 마리아 코브나츠카의 작품 세계를 충분히 잘 이해할 수 있다.
연필, 펜, 펜촉, 붓, 물감, 바늘, 골무 등등……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필통 세상 속 이야기!
토샤의 필통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수업 시간에 연필들은 자기를 써 달라고 아우성치고, 심술궂은 잉크는 필통을 온통 잉크투성이로 만들고, 바늘, 실과 골무는 서로 누가 더 쓸모 있는지 겨루곤 한다. 저마다 목소리를 내며 옹기종기 살아가는 문구들 때문에 토샤의 필통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1부 〈찰흙인형의 일기〉에선 바로 이런 토샤의 필통 세상 속 와글와글한 일상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찰흙인형의 이야기에 나오는 물건들은 샘이 많고 잘 토라지면서도, 친구를 위해선 위험을 불사르는 용감한 면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처럼 변덕스럽고도 사랑스러운 문구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웃음을 머금고 그들의 이야기에 한껏 몰입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진심과 아름다움, 웃음을 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 243쪽
찰흙인형을 창조한 마리아 코브나츠카의 문학 세계는 위와 같은 말로 종합해서 표현할 수 있다. 주변의 작은 것을 바라보며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는 마음. 코브나츠카가 찰흙인형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심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책을 덮을 때면 매일매일 쓰던 ‘필통’과 같은 물건에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지 호기심이 생기고, 물건을 하나하나 정성껏 보살피는 토샤처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필통’이라는 작은 울타리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찰흙인형과 함께 떠나는 신기한 모험
늘 ‘필통’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 있던 찰흙인형은 2부 〈찰흙인형의 모험〉에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 토샤를 따라 시골에 내려온 찰흙인형은 고양이 마치엑한테 부딪히며 창밖으로 떨어져 울창한 자연 속에 덩그러니 놓인다. 토샤에게 돌아가기 위해 찰흙인형은 올빼미의 발톱에 붙잡혀 밤하늘을 날고, 둥지 위에 떨어져 나무에서 꼬박 밤을 지내고, 여치의 등을 타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등 온갖 위험천만한 일을 겪는다. 2부에선 자연에 대한 마리아 코브나츠카의 아름답고도 섬세한 묘사가 돋보여 광활한 자연에 홀로 놓인 찰흙인형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전하고 있다.
“토샤, 토샤! 이 세상이 얼마나 큰지! 우리의 필통보다 이 세상은 정말 너무나 커!” - 226쪽
기나긴 여정을 거쳐 토샤의 품으로 돌아온 찰흙인형은 토샤에게 이렇게 외친다. 필통 밖 세상은 험하고, 홀로 모험하는 일은 쓸쓸하지만, 그 과정에서 찰흙인형은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벅찬 감정을 느낀다.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씩씩하게 모험을 이어 나가는 찰흙인형처럼 하루하루를 헤쳐 나간다면, 어느새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만약 집과 가족이라는 품을 떠나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일을 앞두고 있다면, 찰흙인형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모험을 떠날 용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