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놀라게 한, 최초의 본격 음식만화대전!
한국만화의 살아있는 전설, 허영만의 30년 집념이 그려진 역작!
《식객》은 가장 뛰어난 미각을 가진 작가가 펜끝으로 살려낸 한국 최고의 음식만화로, 기획만화 단행본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고 있다. 작가 허영만은 한국인의 정서와 살냄새를 가장 잘 그려내는 만화가로 뽑힌다. 한국적 서정을 대표하고 있는 최고 작가의 30년 집념의 성과물이 우리 밥상의 맛을 지키는 《식객》을 탄생시킨 것이다. 거침없이 전개되는 살가운 입담에 웃고, 명쾌하고 꽂히는 맛의 해법에 감탄하고, 가슴 속 깊은 곳을 적시는 감동에 눈물 흘리게 하는 삶의 진수성찬을 그가 요리해 놓았다.
11화 아롱사태
온도 역시 음식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따뜻한 음식이 식어버렸을 때, 찬 음식이 미지근해졌을 때 그것은 맛과 향기를 모두 잃는다. 술 역시 온도가 중요하고 채 요리가 되기 전의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온도는 육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고기의 육질은 좋은 등급을 받는 데 결정적이다.
강남의 고깃집 ‘지리산 생고기’(TEL. 543-0606)를 취재했다. 생고기, 훌륭했다. 손님에게 좋은 고기를 내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대단했다. 전라도에서 올라오는 좋은 소고기를 먼저 받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라이벌 고깃집도 그곳까지 내려가는 것은 물론이다.
더 좋은 고기를 더 일찍 받기 위해 점점 내려가다 보면, 과연 어디까지 가게 될지?
12화 숯불구이
참숯과 향탄을 만들어 고기를 구워보았다. 한지를 이용해 구워도 보았다. 자료가 아무리 풍부하다 해도 직접 느껴보기 전까지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고 독자들에게 선보이기도 어려우니까.
문제는 화실에서 실험을 했다는 데 있다. 고기 굽는 연기 때문에 화실이 입주해 있는 오피스텔에 화재경보가 울려 한바탕 대피소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얼마나 열심히 실험을 했던지 그 후로도 5일 동안 화실에는 고기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쫓겨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13화 대분할 정형
대통령이 와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도축장, 그곳을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견학할 수 있었다. 단, 어떤 경우에도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엄격한 조건하에서였다. 만약 사진을 찍다가 발각되면 도축장 안에서의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카메라를 찾아내 필름을 압수한 다음 다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얼굴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직업이 알려지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
마지막 컷, 공장 바닥에 깔린 것이 무어냐는 독자의 질문이 있었다. 그것은 매달린 고깃덩이를 옮길 때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깔아놓은 고무깔개였는데, 독자의 눈이 그토록 세심할 줄은 미처 몰랐다. 정신 차려서 그려야겠다.
14화 소매상품 만들기
시골에서 상경한 명성이 남산을 지나치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는 장면, 그 다음 컷은 그림도 글도 없이 다만 하얗게 비워두었었다. 시력이 몹시 약한 사람의 시각으로 연출한 장면이었는데 연재하고 있는 신문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림이 빠진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독자들 역시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자동차의 소음을 넣었다.
나는 항상 독자를 무서워한다. 아끼고 존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15화 비육우
독자에게 야단을 맞았다. 성찬의 작은 트럭에 어떻게 소 다섯 마리를 실을 수 있느냐는 따끔한 지적이었다. 게다가 소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동한다는 장면이지 않던가.
찔끔했다. 사실, 성찬의 트럭이 작다고 느끼면서도 그대로 그렸던 장면이었기에 더욱 찔끔했다.
독자의 눈은 정확하고, 그들은 쉬운 길로 가려는 유혹을 물리쳐주는 매서운 조언자이자 작품의 질을 높여주는 훌륭한 협력자이다.
드디어 <소고기 전쟁>을 끝내던 날,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관련 자료들을 눈앞에서 깨끗이 치워버렸다. 그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이 컸다. 나 자신 소고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 “비육우” 편을 홍보용으로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왔던 것이다. 내 만화에 정확한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어 일반인들에게 자신들의 일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의 길고 고된 작업이 일시에 보상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에 당선되며 데뷔했다. 《각시탈》《무당거미》《오! 한강》《벽》《아스팔트 사나이》《비트》《미스터Q》《날아라 슈퍼보드》《사랑해》《타짜》《부자 사전》《꼴》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 만화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2004년 부천국제만화대상 및 대한민국만화대상, 2007년 제7회 고바우만화가상, 2008년 대한민국 국회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0년 데뷔 이래 한국 만화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만화가로서는 최초로 목포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2003년 《식객 1: 맛의 시작》 출간을 시작으로 허영만의 《식객》은 전국 방방곡곡의 먹거리와 그 안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대한민국 요리만화의 대표 명사로 자리 잡았다. 군침을 돌게 만드는 음식 설명과 그 음식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프랑스 등 전 세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