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2021
정호승의 50년 시업, 275편의 대표작을 한 권에 담은 시선집!
1973년 등단해 5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대표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비채에서 새로이 출간되었다. 데뷔작인 <첨성대>를 비롯해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널리 사랑받은 <수선화에게>, <산산조각>, 오늘의 정호승을 보여주는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당신을 찾아서> 등 시인의 대표작 275을 자선(自選)해 엮은, 정갈한 선집이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첨성(瞻星)을 아호로 쓰며 별을 바라보는 시인 정호승. 그러나 그의 사랑은 늘 인간을, 그것도 가장 낮은 곳의 약자들을 향해 있다. 그늘과 햇빛, 눈물과 기쁨을 중첩해 ‘사랑하지 않는다’를 마침내 ‘사랑한다’로 바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읽다 보면 그가 이 시를 표제작으로 삼은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한 권의 시집을 펼치고 발표 순서대로 배열된 275편의 시를 찬찬히 읽는 것만으로도 정호승 시인의 시 세계가 한눈에 펼쳐지는 듯하다. 권말에 실린 김승희 시인과 이숭원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정호승의 시업(詩業) 50년을 통찰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수록작
제1부
슬픔이 기쁨에게
슬픔으로 가는 길
구두 닦는 소년
파도타기
맹인 부부 가수
혼혈아에게
눈사람
슬픔을 위하여
눈물꽃
슬픔은 누구인가
서울역에서
꿀벌
첨성대
개망초꽃
겨울 소년
짜장면을 먹으며
서대문 하늘
기다리는 편지
마지막 편지
컬러텔레비전
이 가을 어딘가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가을 일기
서울의 예수
밤 지하철을 타고
국립서울맹학교
시인예수
서울 복음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불빛소리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이별노래
우리가 어느 별에서
아기의 손톱을 깎으며
밤길에서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제2부
새벽편지
새벽편지
새벽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꽃다발
산새와 낙엽
그날의 편지
겨울강에서
폭풍
오늘의 편지
희망은 아름답다
첫눈
사북을 떠나며
검은 민들레
깃발
전태일(全泰壹)
어느 어머니의 편지
작은 기도
삶
별들은 따뜻하다
강변역에서
임진강에서
가을꽃
백두산을 오르며
휴전선에서
종이배
윤동주 무덤 앞에서
천지(天池)에서
백두산
북한강에서
제3부
새
그리운 부석사
미안하다
밥 먹는 법
물 위에 쓴 시
별똥별
봄밤
봄길
연어
폭포 앞에서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첫눈
흐르는 서울역
산을 오르며
허허바다
허허바다
축하합니다
상처는 스승이다
벗에게 부탁함
미시령
겨울밤
못
그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윤동주의 서시
풍경 달다
수선화에게
달팽이
달팽이
발자국
남한강
안개꽃
고래를 위하여
정동진
개미
우물
산낙지를 위하여
세한도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나무들의 결혼식
입산
결혼에 대하여
나의 조카 아다다
아버지들
제4부
하늘의 그물
새점을 치며
햇살에게
쌀 한 톨
겨울강
거미줄
서대문공원
들녘
벼락에 대하여
밥그릇
혀
술 한잔
선암사
경주 남산
뿌리의 길
낙락장송
산산조각
감사하다
파고다공원
소년부처
얼음부처
바닥에 대하여
장례식장 미화원 손씨 아주머니의 아침
시각장애인 식물원
통닭
불국사
불면
나의 수미산
부도밭을 지나며
유기견(遺棄犬)
도요새
밤의 십자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영등포가 있는 골목
부드러운 칼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내 그림자에게
벽
빈손
국화빵을 굽는 사내
제5부
빈틈
끈
물의 꽃
장의차에 실려가는 꽃
나팔꽃
못
거미
손
군고구마 굽는 청년
낙죽(烙竹)
포옹
걸인
누더기
북극성
문 없는 문
마디
물고기에게 젖을 먹이는 여자
손가락
넘어짐에 대하여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기도
수화합창
여름밤
빈 벽
좌변기에 대한 고마움
생일
용서
시각장애인과 함께 한 저녁식사 시간
봄비
결빙
밥값
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
명동성당
짐
타인
충분한 불행
폐사지처럼 산다
죄송합니다
나는 아직 낙산사에 가지 못한다
뒷모습
다산 주막
시계의 잠
부평역
눈길
제6부
이슬의 꿈
슬픔의 나무
여행
손을 흔든다는 것
혀를 위하여
속죄
꼬리가 달린 남자
자존심에 대한 후회
종착역
산수유에게
마지막 첫눈
신발 정리
불빛
아버지의 마지막 하루
손에 대한 예의
지푸라기
내 손에 대한 후회
발에 대한 묵상
희망의 그림자
희망식당
지하철에서 쓴 편지
시각장애인 안내견
연북정(戀北亭)
묵사발
신발
폐지(廢紙)
나무 그림자
헌신(獻身)
물거품
무소유에 대한 명상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벼랑에 매달려 쓴 시
귀
굴비에게
그리운 자작나무
자작나무에게
수도원 가는 길
결핍에 대하여
달맞이꽃의 함성
빈 잔
낮은 곳을 향하여
전태일거리를 걸으며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물끄러미
수선화
제7부
새똥
새똥
출가
해우소
빗자루
점안(點眼)
진흙 의자
심장
당신을 찾아서
겨울 연밭
이별을 위하여
실족
집으로 가는 길
지옥은 천국이다
달팽이
먼지의 꿈
덕수궁 돌담길
부석사 가는 길
빈 그릇이 되기 위하여
슬프고 기쁜
마지막을 위하여
마음 없는 내 마음
쓸쓸히
명왕성에 가고 싶다
촛불
꽃이 시드는 동안
숯이 되라
이슬이 맺히는 사람
섬진강에서
기차에서
겨울 강에게
목포역
그 쓸쓸함에 대하여
시간에게
새벽별
해설
참혹한 맑음과 ‘첨성대’의 시학 | 김승희
현실의 부정에서 사랑의 화합으로 | 이숭원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시인 정호승. 그는 1972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한마디 말이 내 일생을 바꾸어놓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절망에 빠진 나를 구원해줄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로 빙벽처럼 굳었던 마음이 풀릴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로 지옥과 천국을 경험할 수 있고,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갈 수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찌를 수 있고, 한마디 말이 갓 퍼담은 한 그릇 쌀밥이 되어 감사의 눈물을 펑펑 쏟게 할 수가 있습니다.” 그는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구구절절 가슴을 후벼파고 마음 깊숙이 감동을 전한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이 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집 《연인》《항아리》《기차 이야기》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등이 있다. 외롭고 지친 영혼을 달랠 줄 아는 진정한 시인, 정호승. 우리는 늘 그의 새 작품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