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옛 그림과 옛 노래로 마음공부하다
호쾌한 선(線)과 농담(濃淡)으로 풀어낸,
농담(弄談) 같은 선(禪)의 통쾌한 가르침
왜 스님은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내를 태연하게 보고만 있을까? 왜 스님은 매서운 얼굴로 한 손엔 장검을, 한 손엔 고양이를 그러쥐고 있을까? 왜 사내는 경전을 박박 찢으며 호기롭게 웃고 있을까? 왜 원숭이들은 물에 비친 달을 향해 손을 뻗고 있을까?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한중일 옛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선사들의 시와 함께 흥미롭게 담아냈다.
자신의 마음을 깨우치고 철저하게 밝히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던 선(禪)의 구도자들. 그들의 깨달음을 소재로 그린 선화는 마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오랜 시간 전통미술을 연구하며 글을 매만져온 저자 김영욱은 선화의 숨은 뜻을 다채롭게 밝혀줄 선시를 다양한 문헌에서 엄선하여 수록하고, 이와 관련된 일화와 배경을 작가 특유의 친근하고 담박한 문체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특히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이 진하게 배어 있는 설명은 그림 속 인물과 배경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쉼 없는 세상에서 막막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청량한 휴식을 안겨줄 선(禪)예술 인문교양서.
책 속에서
* 바람이 분다. 굳고 긴 가지에 돋은 바늘같이 가는 솔잎 사이로 맑은 솔바람이 인다. 북북, 박박. 한 사내의 손에 잡힌 종이 뭉텅이가 찢어지고 있다. 박박 찢어진 종잇조각이 사내의 발 앞에 툭툭 떨어진다. 가지가지 종잇조각에 쓰인 글씨며 아직 펼치지 않은 두루마리를 보니, 상당한 분량이 담긴 경전인 듯하다. 돌연 혜능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시원한 웃음소리가 솔바람처럼 막힘없이 퍼져나간다._<육조파경도> 해설 부분(p. 34)
* 혹독한 추위를 못 이긴 단하가 나무 불상을 태워 몸을 따뜻하게 했다. 이를 듣게 된 주지가 부리나케 뛰어와서 소리쳤다. “왜 절에 있는 소중한 불상을 태웁니까?” 이에 단하가 지팡이로 재를 뒤적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부처를 태워서 사리를 얻으려 하오.”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주지는 어이가 없어 말했다. “어찌 나무로 만든 불상에 사리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단하가 되물었다. “사리가 없다면 왜 나를 탓하시오?”._<단하소불도> 해설 부분(p. 56)
* ‘나’의 모습이 있지만, 늘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에 얽매인다. 그러나 그 모습 또한 ‘나’의 모습인 것이다. 본래의 ‘나’와 타인이 보는 ‘나’를 애써 분별하지 않아도 된다. 내 이름을 버리고, 내 직업을 버리고, 내 나이를 버렸을 때, 남는 것은 오직 본래의 나인 것이다. 과연 본래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_<동산도수도> 해설 부분(p. 87)
* 하세가와 도하쿠는 마치 우리에게 대답을 해보라는 듯, 두 눈을 부릅뜬 남전 선사가 한 손에는 고양이를, 다른 손에는 장검을 들고 있는 강렬한 모습을 화면에 옮겨놓았다. 남전 선사는 마치 불법을 수호하는 나한 혹은 무가의 검객처럼 호방한 기풍을 드러내며 두 눈에서 형형한 안광을 내뿜는다. 좌중을 압도하는 선사의 손에 사로잡힌 고양이가 두려움에 떨며 발톱 세운 앞다리를 허공에 쭉 내뻗고 있다._<남전참묘도> 해설 부분(p. 137)
* 물건이 남으면 ‘부(富)’라고 부르는데, 이 부를 바라는 마음을 ‘빈(貧)’이라 한다. 반대로 물건이 부족하면 ‘빈’이라고 하는데, 이 빈에 만족하는 마음을 ‘부’라고 부른다. 이처럼 부귀는 재물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다. 이는 옛 학자의 가르침이다. 쇠똥 지핀 불에 구운 토란을 부귀와 명성과 바꾸지 않은 나찬 선사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_<나찬외우도> 해설 부분(p. 167)
* 한 사내가 뒷짐 지고 고개 들어 달을 바라본다. 둥그런 흰 달이 내뿜는 달빛에 취한 듯 입을 크게 벌리며 헤벌쭉 웃고 있다. 그 모습이 참 편안하다. 정돈되지 않은 산발한 머리와 굵고 강렬한 필치로 그린 투박한 의복에서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는 그의 성품을 읽을 수 있다._<습득도> 해설 부분(p. 212)
* 깨달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깨달음은 특별한 화두와 수행을 통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잠시 고개를 돌리면,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과 고요한 자연에도 깨달음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 도(道)의 법이 자연에 있고, 선(禪)의 뜻이 일상에 있다._<산중나한도> 해설 부분(p. 273)
목차
들어가며
1.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선을 아는 첫걸음_김명국, <달마절로도강도>
한 글자에 담긴 무심_대진, <달마지혜능육대조사도>
깨달음이란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_양해, <육조파경도>
달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지 말게나_후가이 에쿤, <지월포대도>
빈 것마저 비워낸 충만의 경지_작가 미상, <마조방거사문답도>
사리가 없는데 어찌 특별하다 하는가_인다라, <단하소불도>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네_마공현, <약산이고문답도>
세 치의 작은 낚싯바늘_카노 치카노부, <선자협산도>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_가이호 유쇼, <조주구자도>
나의 본래 모습을 보다_마원, <동산도수도>
앎과 삶의 차이_양해, <도림백낙천문답도>
지혜와 지해_카노 모토노부, <향엄격죽도>
선지식을 만나 입법계를 이루다_시마다 보쿠센, <선재동자도>
2.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흔들림 없는 단정한 마음_오빈, <달마도>
마음은 마음자리에 있다_셋슈 토요, <혜가단비도>
본래의 참된 마음을 잘 지키게나_카노 츠네노부, <재송도인도>
전도몽상의 마음을 끊어내다_하세가와 도하쿠, <남전참묘도>
마음을 길들여 선에 들어가다_석각, <이조조심도>
집착 없는 마음, 무소유_임이, <지둔애마도>
기지개 한번 쭉 펴게나_김득신, <포대흠신도>
쇠똥 화로에서 향내가 나다_타쿠앙 소호, <나찬외우도>
소와 함께 떠나는 선의 길_작자 미상, <목우도>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라_셋손 슈케이, <원후착월도>
고요하고 적막한 경지_유숙, <오수삼매>
서방정토로 나아가는 마음 수레_김홍도, <염불서승도>
내 마음의 초상_타쿠앙 소호, <원상상>
3. 도법자연(道法自然) 선지일상(禪旨日常)
자연은 한 권의 경전_가오, <한산도>
마음을 비추는 밝은 달_장로, <습득도>
일상에 담긴 불법_가오, <조양도>/ 가오, <대월도>
가사에 담긴 선승의 마음_심사정, <산승보납도>
어느덧 가을인가, 아직도 가을인가_작가 미상, <월하독경도>
경건한 마음의 예불_육주·진경, <육주예불도>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면 되지_가오, <현자화상도>
사찰에 울리는 목어 소리_고기봉, <목어가승>
산중 도반과의 하루_이수민, <고승한담>
나무아미타불_김홍도, <노승염불>
일상 속 소소한 행복_이인문, <나한문슬>
밝은 달빛에서 마음을 찾다_우상하, <노승간월도>
깨달음은 어디에서 오는가_작가 미상, <산중나한도>
나오며
부록 1. 중국의 선종과 선종화
부록 2. 중국 선종 법맥의 계보
참고 문헌
선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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