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봐라
“스님, 임종게를 남기시지요.”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
#불교
간다, 봐라 법정 스님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 법정 저자 리경 역자
  • 2018년 05월 10일
  • 280쪽148X210mm양장김영사
  • 978-89-349-8159-6 03810
간다, 봐라
간다, 봐라 법정 스님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 저자 법정 2018.05.10
“내가 가는 이 모습도 공부하라”
세월을 뛰어넘어 깊은 울림을 전하는 법정 스님의 투명한 사유와 순수한 언어
최초로 공개하는 법정 스님의 임종게와 산중 일기,
스님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 지인들의 생생한 일화와 편지 모음
“스님, 임종게를 남기시지요.”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
 
처음 공개되는 법정 스님의 임종게와 사유노트, 스님의 숨결이 살아 있는 미발표 원고부터 지인들의 일화와 편지까지. “생의 모든 순간을 환영하라! 어려운 일 없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어려운 일을 피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위한 법정 스님의 맑고 깊은 영혼의 메시지.
P.13
마르지 않는 산 밑의 우물
산중 친구들에게 공양하오니
표주박 하나씩 가지고 와서
저마다 둥근 달 건져 가시오
P.37
정기 법회일. 의례적인 행사. 이런 것이 불교이고 종교인가? 법회란 법다운 집회가 되어야 할 텐데 이런 모임이라면 법다운 집회가 될 수 없다.
구도의 길은 자기 자신이 한 걸음 내딛어야 한다. 내가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어째서 남의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오늘 점심공양 바로 후 웬 미친 녀석이 계집애를 하나 데리고 시근덕거리며 올라왔다. 여기저기 부처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큰절에 가면 큰스님들 많으니 거기 가보라 했더니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런 스님이 없다고 했다. 자기 부처 놓아두고 어디로 찾아 다니냐고 호통쳐 내려보냈다.
내려가기 전 어떤 것이 부처의 본질이냐고 묻기에 지금 무엇이 묻고 있느냐 했더니 알아듣지 못하고 횡설수설. 장마가 오려는지 미친놈들이 설치는구나.
P.55
10월 20일 (月) 맑음 서현산방西峴山房
○○에게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고 터를 닦고 준비를 하다가 생각을 돌이켜 중단하게 되니 아직은 마음이 착잡하리라 여겨진다. 모든 일은 한 생각을 일으켜 시작했더라도 또한 그 한 생각에 의해 그만두거나 달라지는 것이 우리네 살림살이다.
모처럼 마음을 내어 일을 벌였다가 거두게 되니 우선은 마음이 착잡하겠지만 시주의 시은을 더 지기 전에 중단한 것을 오히려 다행한 일로 여길 줄도 알아야 한다. 길을 가다가도 그 길이 내가 갈 길이 아님을 알아차렸으면 곧바로 발길을 돌려 헛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중략)
원각경에 ‘지환즉리 이환즉각知幻則離 離幻則覺’이란 법문이 있다. ‘잘못을 알았으면 그 자리에서 그만두라.’ 그만두면 곧 본래의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교훈이다. 이번 일을 통하여 앞날의 수행에 큰 교훈을 삼는다면 진행했던 일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마음 이루기를 바란다.
P.57
편지 받아 기쁘게 읽었소. 선열禪悅로써 음식을 삼은 것 같아 전해 듣는 마음도 함께 기쁩니다. 몸은 출가했으면서도 마음으로 선열을 느낄 수 없다면 출가장부가 될 수 없을 것이오.
출가인은 모든 기존의 틀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세속의 정을 등지고 출가를 했는지 시시로 되돌아본다면 부질없이 허송세월하면서 꿈속에서 지낼 수가 없을 것이오.
출가수행자에게는 내일이 없어야 합니다. 내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세월을 미루면서 허송해 왔는지 내 자신 자주 후회를 합니다. 늘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꽃처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야 합니다. 가난과 고요와 평안이 수행자의 향기가 되어야 합니다. (중략)
한때의 기쁨과 축복의 체험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분발하기 바랍니다. 더 멀리 내다보려면 다시 한층 높이 올라가야 합니다. 될 수 있는 한 말 적게 하고, 잠 덜 자고, 음식 덜 먹는 것이 수도 생활을 기쁨의 길로 이끌어갈 것이오.
올 여름 안거 중에 모처럼 기쁜 소식 받으니 내게도 기운이 솟는 것 같소. 해제의 기쁨을 함께 누립시다.
P.85
홀로 있음으로 해서 얻는 희열은 외떨어진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희열은 번잡한 도시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희열은 홀로 떨어져 있는 곳이나 번잡한 도심에서 구할 대상이 아니고 바로 ‘자아’ 속에서 찾아야 한다.
P.92
내가 없어야 한다. 자아自我가, 자아중심적인 행동이, 되어가는 것이 없어야 한다. 크나큰 침묵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침묵은 모든 것의 텅 비어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 텅 비어 있음에는 무한한 공간이 있다. 거기에는 이기주의적인 에너지, 한정된 에너지가 아닌 무한정한 에너지가 있다.
P.90
침묵은 진리의 어머니다.
질문이 멈추어야 해답이 나오기 시작한다.
 
P.90
사랑에 침묵이 따르지 않는다면
마침내 빈 껍데기로 소멸될 것이다.
사랑은 침묵 속에서 여물어 간다.
가까이에 있건 멀리에 있건 간에
침묵 속에 떠오르는 그 얼굴을 익혀두라.
P.93
말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말 대신 침묵을 택해야 한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지키게 되는 침묵은 침묵이 아니다.
P.111
나는 추상적 실체가 아니다. 따라서 나는 현존 혹은 현실성 속에서 나를 탐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내가 바라는 바의 내가 아니라 지금 있는 이 나를 탐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당신 자신을 이해하라. 그러면 그 자아에 대한 앎으로부터 올바른 행동이 나올 것이다.

여는 글: 임종게 │ 5

 

1. 새소리 바람소리 │ 11

산거일기

 

2. 그대는 하나의 씨앗이다 │ 63

자연 · 대지 · 생명

 

3.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 │ 83

홀로 있기 · 침묵 · 말

 

4. 소리 없는 음악 │ 101

명상

 

5.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 133

무소유

 

6. 추운 밤 손님이 오니 │ 149

 

7. 꽃이 향기를 뿜듯 │ 203

사랑 · 자기포기 · 섬김

 

8. 길을 가리킨 손가락 │ 221

「쿨룩 쿨룩」

「1974년의 인사말」

「어떤 몰지각자의 노래」

 

부록1 : 여시아문 239

부록2 : 지인들의 서한 253

 

추천의 글 272

책을 엮으며 274

작가이미지
저자 법정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55년 서울 선학원에서 효봉 스님을 만나 출가했으며, 이듬해 사미계를 받고 1959년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1959년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대교과를 졸업했다. 1960년 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통도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사전을 편찬했다. 경전 편찬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5년 인혁당 사건 이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았다.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다시 떠났다. 불교신문 편집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역임했고, 1994년 시민운동 단체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끌었다. 1996년 서울 성북동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이듬해 12월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다가 2003년 12월 회주직에서 물러났다. 2010년 3월 11일 법랍 55세, 세수 78세로 길상사에서 입적하였다.

저서로 <무소유> <말과 침묵> <산방한담> <텅빈 충만> <물소리 바람소리> <버리고 떠나기> <인도 기행>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아름다운 마무리> 등이 있으며, 법문집 <일기일회>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출판했다. 역서로 <불타 석가모니> <깨달음의 거울: 선가귀감> <진리의 말씀: 법구경> <숫타니파타> 등이 있다.

 

세월을 뛰어넘어 울림을 전하는 법정 스님의 색다른 잠언집
법정 스님의 임종게와 산 속 일기, 스님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 지인들의 생생한 일화와 편지를 모아 엮은 『간다, 봐라』. 법정 스님이 생애의 마지막 시기들을 보낸 강원도 산골 시절, 그때까지 지니고 있었던 노트와 메모, 편지, 그림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수류산방水流山房’이라 이름 붙인 마지막 거처에서도 세상을 향해 남긴 글과 그림들.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가르침을 주었던 스님 작품들의 토대가 된 육필 메모와 노트들이 여덟 가지 주제로 엮였다.
 
산중 수행자의 생활을 진솔하게 담은 산거일기를 비롯해 자연과 생명, 홀로 있음, 침묵과 말, 명상, 무소유, 차, 사랑과 섬김이라는 주제별로 다시 모인 법정 스님의 노트 속 글과 메모들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원고였던 것처럼 새로운 생명을 얻어 되살아났다. 스님이 아껴둔 미발표 시와 에세이, 퇴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육필 원고, 다양한 책에서 가장 귀한 구절만을 뽑아서 정리한 내용들, 그리고 여기에 스님의 치열한 공부와 빛나는 감성이 덧붙여져있어 어느 장을 읽어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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