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원로 조각가 최종태가 들려주는 장욱진의 삶과 작품 세계, 장욱진의 대표작 41점 올컬러 수록, 장욱진 탄생 100주년 기념도서
#예술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최종태 저자
  • 2017년 04월 05일
  • 192쪽130X210mm김영사
  • 978-89-349-7759-9 03600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저자 최종태 2017.04.05

원로 조각가 최종태가 들려주는 장욱진의 삶과 작품 세계

장욱진의 대표작 41점 올컬러 수록, 장욱진 탄생 100주년 기념도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어린아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며 기이한 인생을 살다 간 장욱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장욱진과 오랜 시간 사제 간의 사귐을 가져온 조각가 최종태가 스승과 함께했던 이야기, 장욱진의 예술에 대한 적확한 평가를 풀어놓는다. 86세의 원로 미술가가 회상하는 스승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장욱진이 창조한 세계로 들어가려는 이들을 위한 탁월한 안내서!

 

책 속에서

 

이 사람을 보라. 한 화가가 있다. 그 이름 장욱진. 기이한 일생을 살면서 특출한 그림을 남긴 사람. 술을 벗 삼고 해와 달, 까치와 참새를 많이도 그린 예술가.

그는 누구인가. 외통수에다 장기 한 수를 놓고 일생을 버텼다. 나이를 물으면 “일곱 살이지.” 하였고, 심플이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외쳐댔다. 세상 물결을 저만치 놔두고 자신의 길만을 향해서 양보 없이 살아갔다. 장욱진이 겨냥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가 이룩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_13쪽

 

덕소 시절에는 강이 그림 속으로 많이 들어왔다. 강이 있고 뒤에 산이 있고 하늘에는 새가 자주 날았다. 한번은 매직으로 된 그림이었는데, 하얀 하늘에 네 마리의 새가 줄지어 서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나는 장난삼아 “선생님 저게 무슨 새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참새지.” 하였다. 그래서 내가 말을 받아서 “참새는 그렇게 날지 않던데요.”라고 하였더니 선생은 “내가 시켰지.” 하였다. 내가 시켰지! 하는 그 말씀이 두고두고 잊히지가 않는다. 내 그림 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브란쿠시의 유명한 절구가 생각난다. “제왕처럼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한다.” _29쪽

 

그는 직관을 우선한다. 수리적인 계산이라든지 논증이라든지 하는 문제를 뒷전으로 접어둔다. 직관으로써의 도전이다. 그는 처음부터 뛰어가서 끝 지점에 이르러 그 벽을 1밀리미터 깨고 들어가는 것이다. 온 힘을 가다듬고 총체적으로 몰고 가서 벽에 부딪치고 그 벽을 허물어내는 것이다. 마치 망치로 암벽을 깨어 들어가는 형국과 같다 할까. 그것을 계속 반복한다. 그리하여 10년쯤의 간격을 두고 보면 그가 얼마나 진행하고 있었나 하는 것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장욱진 선생의 그림을 초기부터 시작해서 한 줄로 늘어놓고 보면 그의 아픈 나날이 역력히 보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하여 한결같은 일생을 살았다. _35-36쪽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그림을 만들 수 있었던 장욱진. 가장 방대한 그림을 그리려는 욕구가 거꾸로 움직여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화풍을 만들 수 있었던 장욱진. 역행의 길로 관통(貫通)을 얻으려 겨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는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숲속을 헤치고 보편의 가치를 성취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특수성과 보편성의 양극(兩極)을 극적으로 관통시켰다. 맑음과 밝음의 세계를 얻었다. 감각적인 것을 넘어서 너무나도 정신적인 것, 우리들이 늘 희구하면서도 얻기 어려운 깨달음의 세계를 향한 집요한 추적. _51-52쪽

 

한때 선생님은 약주가 얼마만큼 되시면 “나는 심플하다.” 하고 독백처럼 외쳐대셨습니다. 지금도 나한테는 천둥소리처럼 들립니다. 선생님은 바르지 못한 것, 간계한 것, 그런 것들이 미웠던 것 같습니다. 나는 술 먹은 죄밖에 없다고, 그리고 술 먹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안주를 어떻게 먹느냐고 농담 아닌 농담을 잘하셨습니다. 어떤 이는 선생님을 일러 그렇게 타고난 자유인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하는데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셨을까 해서 고개가 숙여집니다. _148-149쪽

'책 속에서'는 준비 중입니다.

차례

 

서문_ 장욱진 선생을 기억하며

 

1장 이 사람을 보라

여기 한 화가가 있다

장욱진을 말함

그 정신적인 것 깨달음에로의 길

화가 장욱진, 그 삶의 뒷면

장욱진 이야기 토막생각

 

2장 동시대의 예술가들

張旭鎭 선생의 경우

수난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세 송이 꽃

희대의 천재, 장욱진과 김종영 사이에서

한국적이라고 하는 것에 관하여

민화를 생각하며

 

3장 스승을 기리며

스승의 노래

장욱진 선생의 추억

세상으로부터의 자유

까치가 있는 모뉴망

 

발문 _이병근

출전

장욱진 연보

 

작가이미지
저자 최종태

1932년 대전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조형세계를 천착했고 한국 교회미술의 토착화에 크게 기여했다. 2005년 대전시립미술관 초대전,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열었다. 서울시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했고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지은 책으로 《예술가와 역사의식》 《형태를 찾아서》 《나의미술, 아름다움을 향한 사색》 《산다는 것 그린다는 것》 《한 예술가의 회상, 나의 스승 김종영을 추억하며》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는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