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마주 앉아 차담을 나누듯
마음의 부침을 내려놓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
고요한 절 마당에서 시작되는 사찰의 아침은 스님의 수행이 시작되는 시간이자 다양한 이야기가 모이는 순간이다. 계절의 변화처럼 다양한 삶의 희로애락을 품은 사람들이 스님의 절 마당으로 찾아들고, 저마다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삶이 버거워 포기하고 싶은 사람, 가족의 인정이 필요한 사람,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사람, 나를 더 사랑하고 싶은 사람 등 수많은 질문들이 절 마당의 고요함을 깨우면 스님의 다정한 조언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해져 향기로운 위로가 되어 전해진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불교의 지혜가 어떻게 삶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지 전하고 싶었습니다. 화내지 않는 마음으로 즐거움을 주고, 상처 주지 않는 자비의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고, 집착을 내려놓아 평온을 찾으며,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緣起의 가르침 속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길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_9쪽, <책머리에>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님은 그럴수록 자신의 마음을 내어놓고, 부족함을 드러내야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절 마당은 솔직한 나를 만나는 공간이며, 나를 인정해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스님은 오랜 시간 사람들을 만나고 나누었던 수많은 질문과 답 중 마흔 가지 이야기를 골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되어주고자 했으며, 그중 가장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사랑이나, 성공이 아닌 ‘나다움’과 ‘인정’이었다.
“부족함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완벽한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나를 세상에 던져 어우러지는 과정입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오히려 나를 더 깊고 풍성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믿으세요.”
_18쪽, <자존감이 낮아 걱정입니다>
나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솔직한 질문과 명쾌한 해답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위기와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소중한 사람의 상실을 겪으며, 때로는 생의 마지막을 앞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순간이 닥치면 누군가는 평온하게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는 감당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무너지기도 한다. 극복하는 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스님은 위기를 견디는 방법으로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연기緣起'와 '자비慈悲'를 제시한다. '연기'는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며 함께 극복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자비'는 자신과 타인을 조건 없이 품는 마음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관대하게 바라보고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의지를 말한다.
“작은 도움, 한 마디 따뜻한 말,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는 인내, 이 모든 것이 마음의 그릇을 넓히는 수행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더 깊게 가질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베풀고, 자신을 돌아보며, 시간을 통해 얻은 지혜를 나누는 삶. 그것이 바로 마음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_172쪽, <백세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절 마당에 앉아》는 결국 ‘아름답게’, 즉 ‘나답게’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있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세상을 살 수 없으며 나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혐오하는 마음을 멈출 때 진정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스님이 제시한 방편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차리고 고요하게 건너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존중하고, 세상을 부드럽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삶의 고비에서 길을 잃은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실질적인 지침이 될 수 있길 바라며 타인을 이해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으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은 결국 한낱 꿈과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잔잔하고 충실하게 살아가십시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잊지 마세요.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비록 지금 힘들지만, 이 순간도 지나갈 것이다. 나는 살아갈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의미이다.”
_182쪽, <죽을 만큼 사는 게 힘들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