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경정신의학자의 지혜 연구 프로젝트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으로 찾아낸 지혜의 구성요소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지혜’를 과학적으로 파헤친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원제: Wiser)》은 노년기의 뇌기능과 인지기능을 한평생 연구해온 신경정신의학 석학인 저자가 지혜 연구의 결과물을 정리한 첫 대중서다. 지금껏 ‘지혜’를 이야기하는 책은 많았지만, 철학과 종교에서는 나이나 경험에 뒤따르는 신비로운 무언가로, 건강서와 자기계발서에서는 인지 노화의 공포를 상쇄할 희망의 끈으로 여겨졌다. 이 책은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지혜의 정의와 구성요소부터 개인과 사회가 지혜를 강화하는 법까지 담아내며 노화, 외로움, 공감과 연민, 선택, 성찰, 행복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정신건강 이슈를 지혜의 관점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구체적으로 지혜는 일곱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연민·공감·이타주의에서 비롯되는 ‘친사회적 행동’, 두려움이나 분노뿐 아니라 즐거움마저 다스릴 수 있는 ‘감정조절’, 갑작스러운 변화와 딜레마 속에서의 ‘결단력’, 암울한 순간마저 유머로 승화하는 ‘성찰’, 자기에게 매몰되지 않고 더 큰 것들을 감각하는 능력인 ‘영성’,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과 사회적 조언을 제공하는 능력 등이다. 이 중 저자가 보기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친사회적 행동이다. 실제로 인류를 생존하게 한 기술, 언어, 사회제도 등 “인류의 인지 기능이 거둔 가장 인상적인 성취는 개인이 혼자 만들어낸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상호작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는 지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신화와 철학의 영역에서 추측되던 지혜의 개념과 도덕에 기반한 지혜를 현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밝고 환한 곳으로 옮겨왔다. 지혜를 인간의 정신과 뇌의 한 측면으로 정의하고, 지혜의 심리학적 구성요소를 설명하면서 더 현명해지는 방법을 알려준다.”
- 하워드 C. 누스바움(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지혜도 근육처럼 측정하고 단련할 수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는 법
이 책은 지혜가 숭고하고 불가해한 것, 평생에 걸친 깨달음과 나이 듦의 결실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뒤집는다. 인간의 의식과 스트레스, 회복력과 마찬가지로 지혜 또한 생물학적 기반이 있기에 측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여러 뇌과학 실험과 관찰에 따르면, 지혜의 구성요소들은 전전두피질과 편도체를 중심으로 뇌의 다양한 곳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해 생겨난다. 그래서 이 부위가 손상되면 지혜를 잃기도 한다. 1848년 미국 버몬트주 철도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전두엽이 손상된 노동자 피니어스 게이지가 “변덕스럽고 불손하며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른 기능과 마찬가지로 지혜도 타고난 것과 만들어진 것이 뒤섞여 있다. 인간의 뇌가 이타심을 처리하는 단계에서 작동하는 신경인지 메커니즘이 친사회적 행동을 강화하게끔 진화했다고 보는 ‘이타적인 뇌 이론’, 다른 사람이 공에 맞는 것을 보고 내가 맞은 것처럼 움찔하게 하는 ‘거울뉴런’ 세포,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자신과 타인의 정신상태를 본능적으로 구분하고 파악하는 능력인 ‘마음 이론’ 같은 여러 뇌과학·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이 지혜의 구성 요소들을 어느 정도는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35~55퍼센트이고, 나머지는 외부의 영향과 개인의 행동에 좌우된다.”
따라서 우리는 지혜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혜의 수준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지혜 측정 척도’가 담겼다. 이를 통해 지혜의 구성요소 각각에 점수를 매겨본 뒤 부족한 부분들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연민’이 부족하다면 연습하면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감사 일기 쓰기, 소설 읽기, 명상 등인데, 이러한 ‘연민 훈련’을 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실제로 긍정적 감정이나 소속감과 관련된 뇌 부위인 내측 안와전두피질과 조가비핵 등에서 활성이 나타났다. ‘감정조절’이 고민된다면 주의를 돌리는 훈련,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훈련 등을 권한다. 이런 관점에서 약물, 전자기기, 인공지능 등의 형태로 지혜를 외부에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도박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해 자제력을 활성화하는 게임은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된 바 있다.
“최신 신경과학 기술과 평생의 연구로 밝혀낸 지혜의 구성요소에 관한 설명을 한 장 한 장에 담아 지혜는 우리가 발전시키고 강화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며 그 방법을 일러준다. 지혜의 과학적인 특성들은 인간의 잠재력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킨다.”
- 조너선 라우시(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저자)
더 현명한 사람이 더 건강한 이유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지혜의 뇌과학
인류의 신체 수명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길어졌다. 그러나 나날이 심각해지는 스트레스, 인터넷 중독, 마약, 자살 같은 문제는 현대인의 ‘정신 수명’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혜’는 이를 돌려세울 방향키다. 무엇보다 “현대사회에 전염병처럼 번져 있고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 퍼진 문제”인 외로움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 외로움은 심장발작부터 치매까지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저자가 미국 샌디에이고와 이탈리아 남부 치렌토 등 각기 다른 지역에 사는 세 집단을 대상으로 ‘외로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외로움과 지혜는 강력한 역상관관계를 보였다.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외로움의 악영향에 덜 시달린다는 뜻이다.
지혜로울수록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연결될수록 지혜롭다. 이는 중년 이상의 세대가 어린 세대를 보살피려는 ‘생성성(generativity)’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학업과 사회성, 행동발달 등을 돕는 ‘경험 봉사단’ 노인들은 생성성이 향상되며 정신건강에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지혜를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삶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자리와 그 자리로 가는 방법을 폭넓게 볼 줄 알며,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이러한 지혜는 서로 연결되어야만 생겨난다. ‘슬기로운 사람’ 호모사피엔스는 그렇게 살아남은 인류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염려하는 인간의 성향과, 그러한 성향을 강화하는 환경에 과학적으로 어떤 바탕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지혜에 관한 이 명확한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는 더욱 현명해질 것이다.”
- 로라 L. 카스텐슨(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공공정책학과 교수)
“현명해지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지혜가 실종된 시대에 필요한 아홉 가지 전략
해마다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 분노와 불신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정치 양극화, 그리고 이보다 더 뿌리 깊은 소득 양극화까지 세계 곳곳은 예외 없이 비슷한 위기에 놓여 있다. 인류는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좋은 삶과 사회를 위한 기회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 책이 위기 속에서 활용하도록 권하는 지혜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① 감정조절이 중요하다: 당황하지 말자. 현실을 받아들이되 낙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② 힘들수록 성찰을 피하지 말자: 이겨낸 경험을 떠올리며 어떻게 대처했는지 생각한다. 그때 활용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세운다.
③ 친사회적 행동은 내게도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돕는 사람은 힘이 나고 행복하며 덜 외롭다. 외로움 같은 스트레스의 최고 해독제는 지혜다. 연민이 특히 효과적이다.
④ 불확실성과 다양성 수용하기: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전략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위기를 한 방에 다 해결하는 방법 같은 건 없다.
⑤ 결단을 내려라: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다양한 도덕적 딜레마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정보를 총동원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⑥ 사회적 조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누군가에게 조언하려면 인생에 관한 전반적 지식이 필요하다. 평소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듣자. 조언할 일이 생겼을 때 더 나은 의견을 줄 수 있다.
⑦ 영성 기르기: 우리는 인류 전체와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보살펴야 한다.
⑧ 유머감각을 잃지 말자: 유머는 지혜를 만드는 요소이자 지혜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절망적 순간에도 도움이 된다.
⑨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인 태도: 열린 태도를 유지해야 위기를 기회와 성장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를 실용적 지혜의 신경생물학적 기반부터 심리학적 구성요소, 사회적 요소에 이르는 여정으로 안내한다. 이 책은 모든 독자에게 엄청나게 귀중한 기본 지침서가 될 것이다.”
- 댄 블레이저(듀크대 의대 정신의학과·행동과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