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유와 넓은 안목에서 품격이 나온다
다산 정약용부터 이덕무, 박지원, 성대중까지
정민 교수의 유려한 번역과 평설로 만나는 고전의 문장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 속보가 갱신된다. 이런 시대에 여전히 고전을 읽고 고전에 대해 쓰는 사람이 있다. 옛글에 담긴 사유와 성찰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 우리 사회에 전해온 정민 교수다. 그가 첫 필사책 《어른의 품격은 고전에서 나온다》를 펴내 고전의 가치와 필사의 의미를 다시금 밝힌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본질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시대를 떠나 비슷한 일과 똑같은 생각을 쳇바퀴 돌듯 되풀이한다. 고전은 그 반복 속에 씩씩하게 살아남은 언어다. 옛글이 큰 울림을 주고, 옛글에서 더 큰 힘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말, 깊은 글의 힘은 동서와 고금을 훌쩍 뛰어넘는다. 곱씹어 음미할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나온다.” _<들어가며>에서
이 책은 다산 정약용, 청장관 이덕무, 연암 박지원, 청성 성대중 등 우리 고전 작가들의 문장 중 마음에 새겨둘 만한 경구 100가지를 정민 교수의 유려한 번역과 평설로 담았다. 모두 4부로 나누어,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지, 깨달음은 어디에서 오는지, 옳고 그름의 엇갈림은 무엇으로 판단할지, 언제 나는 나와 만나야 하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말의 힘은 굳이 많은 데서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간결한 표현 속에 깊은 통찰이 빛나는 글, 짤막해도 힘차게 무찔러 오는 글을 엄선했다. 고전을 통해 지금 내 삶의 자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마음결이 살아나야 산 사람이다.
필사는 내 마음에 결을 내고 숨을 열어준다”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어 마음에 새기는 필사책
정약용은 제자에게 주는 편지에 “독서야말로 우리의 본분이다”라고 적었다. 좋은 옷, 맛있는 음식, 멋진 집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독서를 통해서만 인간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독서는 나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를 변화시킨다. 무엇이 나를 바꾸는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가?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하는 사이에 마음 위에 무늬가 입혀진다. 결이 생겨난다. 바람이나 나무에만 결이 있지 않다. 마음결이 살아나야 산 사람이다. 필사는 그런 내 마음에 결을 내고 숨을 열어준다.” _<들어가며>에서
정민 교수는 필사를 “글에 담긴 금강석 같은 마음을 내 안에 차곡차곡 새겨넣는 일”이라고 했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읽는 것이 훨씬 힘이 세다. 눈으로만 읽으면 금세 잊히지만, 손으로 읽으면 문장의 의미가 내 마음에 새겨진다. 그러므로 필사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어 마음에 박아넣는 과정이다.
고요히 비우고 말끔히 헹구어
나를 바로 세우는 인생 공부
“마음가짐을 너그럽고 안정되이 지니면,
추위와 더위조차 침입하지 못한다”
조선 후기 문인이자 ‘책벌레’로 이름 높은 이덕무의 말이다. 마음이 평탄하여 걸림이 없고 고요하여 일렁임이 없다면, 바깥세상의 그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물속에 들어가도 불 속에 들어가도 젖는 줄도 뜨거운 줄도 알지 못한다. 삶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는 경박한 세상에서 어떻게 평상심을 이룰까?
고전에는 으레 고리타분한 말만 써 있으려니 한다. 하지만 고전이 낡은 것이 아니라 눈과 귀가 막혀 그 이치를 알아채지 못한 것일 뿐이다. 옛 성현의 말씀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써서 내 마음에 덧입히다 보면 가볍게 날리던 생각이 차분해진다. 사유가 깊어지고 안목이 넓어진다. 평안은 여기에서 나온다. 품격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