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어 세상을 바꾸는
핫한 말, 쿨한 말, 힙한 말
‘음’, ‘어’ 같은 공백 채움말은 사용하면 어눌해 보인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언어학적 단어로 인정받고 있다. ‘like(그러니까, 있잖아)’는 언어를 망치는 대재앙 취급을 받으면서도 전 세계 모든 영어의 구석구석 파고들어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과학, 예술, 경제 등 다른 분야의 진보와 혁신은 환영하고 반기지만 유독 언어 변화에 대해서는 거부 반응을 보인다. 그럼에도 언어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 도구 사용을 가능하게 한 ‘마주 보는 엄지’나 털 없는 피부처럼 인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진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언어 역시 생존을 위해 변화하고 진화한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언어는 변화와 재창조의 소용돌이를 버티고 살아남은 것으로,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원제: Like, Literally, Dude)는 언어가 다양한 사회적 자아를 대변하며 변화와 재창조를 겪는 과정을 탐구한다. 더 나아가 말투와 말하는 방식에 대해 평가하는 기준이 문법적 올바름보다 언어 사용자 집단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낸다.
이 책의 저자 발레리 프리들랜드는 네바다대학교 교수로 언어 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성별, 세대, 계층, 인종 등의 사회적 요인이 인간의 언어, 특히 음성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회언어학자다. 이 책은 고대 및 중세 문헌부터 거장의 문학작품, 최신 자료까지 방대한 언어학 연구 결과를 저자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곁들여 인용하며 ‘단정치 못한’ 언어 습관 뒤에 감춰진 사회, 문화, 역사적 단서를 추적한다. 여성이나 젊은 세대 등 권력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오랜 편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주체적으로 언어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내는지 보여준다.
한국어판에는 ‘언어감수성’이라는 단어를 대중들에게 최초로 전파하고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신지영 교수(고려대 국어국문학과)가 추천사를 붙였다. “언어의 주인이 언어 사용자임을 선언하는 이 책은 언어의 주인으로서 언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킴 카다시안은 안 되고 촘스키는 괜찮다고?
‘올바른’ 말이란 없다
차별과 차이 사이에 선 언어
저자는 어떤 언어 특징이 처음부터 언어에 내재된 절대적 특질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원래부터 정해진 ‘좋은’ 언어, ‘나쁜’ 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법적 올바름, 언어적 순수성에 집착하며 문법책에서 배운 언어 이상의 언어를 보지 못한다. 언어는 문법 규칙, 언어학적 원칙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히 언어의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내용 중 대부분은 사실 사회적 선호일 뿐이며 그 용법을 성문화한 소수의 사람들이 임의로 정한 것이다. 저자는 언어의 규칙을 정하는 일이 분명 고귀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이렇게 외부에서 정한 기준을 언어 본연의 ‘좋음’과 ‘옳음’으로 혼동하는 현상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좋은’ 언어란 무엇일까? 언어는 기능적인 도구인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을 드러내는 디자인이자 패션이다. 우리는 정체성과 관계, 사회적 자아를 잘 표현하고 타인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찾으려 한다. 언어 선택을 통해 사회적 페르소나를 획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젊은 남성은 멋지고 의리 있는 남성상을 의미하는 ‘dude(어이,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해 친밀하고 느긋한 동지애를 표현하고 유대를 강화한다. 여성보다는 남성, 그리고 노동자 계층이 선호한다고 여겨지는 ‘–in’’은 꼭 사회적 지위나 성별만 고려해 사용되지는 않는다. CEO라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부드럽고 편안하게 –in’을 사용할 수 있다. 능력 있고 주도적으로 보이는 저음과 매력적인 목소리로 여겨지는 고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느끼는 여성은 사회생활에서 보컬 프라이를 많이 사용한다. 이처럼 언어를 알면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언어 선택의 과정에서 언어는 탄력적으로 진화한다. 계층, 성별, 세대 같은 사회적 요인은 시대적 요인과 결합하며 언어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언어 변화로 탄생한 새로운 언어 특징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사실 말 자체보다 말하는 사용자에게 느끼는 감정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 변화는 권위 있는 문법학자, 언어학자 같은 엘리트 집단이 아니라 여성과 젊은 세대같이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된다. 언어 혁신에 대한 비하, 염려는 결국 변화의 주체인 여성과 젊은 세대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에서 비롯된다. 동일한 언어 특징임에도 남성은 인정받지만, 여성이 사용하면 논란의 대상이 된다. 젊은 층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면 기성세대는 언어가 무너진다며, 미래 세대의 장래가 걱정된다며 하소연한다. 여성과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한다고 여기는 담화 표지와 인용 동사로서의 like는 지루하고 무지한 단어라는 관점이 만연하다. 킴 카다시안의 보컬 프라이는 거슬리지만, 노엄 촘스키의 보컬 프라이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언어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권력과 관점의 문제다.
언어는 다양한 존재의 집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무는 언어 진화 이야기
편견과 차별이 만연하지만, 언어 특징을 새로운 표준으로 만드는 일에는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의 공이 크다. 언어의 세계에서는 남성이 보조 역할을 맡는다. 여성이 주도하는 언어 특징은 새로운 표준이 되지만, 남성이 사용하는 언어 특징은 방언이나 하위문화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은 언어학적으로 ‘청소년기 정점’의 양상을 보이며 새로운 말을 유난히 많이 사용한다. 나이가 젊을수록 새로운 언어 패턴을 쉽게 습득하고 다양한 집단과 상호작용하며 언어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다. 계층 간 장벽을 뛰어넘는 일도 젊은 세대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성은 역사적으로 교양 있는 말투를 쓰되, 자기주장을 하지 말라는 사회적 압박을 받아왔다. 이런 사회적 압박을 뛰어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두 집단은 언어의 앞길을 개척하는 선구자이며 이들은 언제나 그 전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언어 변화는 단순히 언어만의 변화가 아니며 사회 변화의 일환이다. 언어는 적극적으로 사회 변화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촉진하기도 한다. 여성에게서 시작된 변화는 성별을 뛰어넘어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집단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성별을 밝히지 않거나 이분법적 성 정체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논바이너리 대명사로 단수형 they가 광범위하게 쓰인다. 성 소수자들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언어 변화다. 월스트리트의 강자 골드먼삭스는 2019년 이런 변화를 수용하며 ‘진짜 모습으로 출근하세요: 대명사’라는 슬로건과 함께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변하지 않는 언어를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사용하는 세계는 획일적이며 지루하다. 새로운 언어 형태는 인간의 적응력과 혁신성, 창의력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이 책은 “언어를 바라보는 태도가 곧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신지영 교수).” 편견과 고정관념을 걷어내면 인간 사회를 풍요롭게 한 새로운 언어의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추천사
이보다 더 흥미롭고 잘 읽히는 선언문이 또 있을까? 언어의 주인이 언어 사용자임을 선언하는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곳곳에 녹아 있어 읽는 이에게 놀랍도록 술술 내용이 전달된다. 방대한 언어학 연구 결과가 곳곳에 소개되고 있지만 읽는 재미까지 더해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한 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고심했을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져 같은 언어학자로서 깊은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된다. 동시에 프리들랜드는 언어의 주인으로서 언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언어를 바라보는 태도가 곧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맞닿아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_신지영, 《옥스퍼드 영어 사전》 자문위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편안하면서도 전문적으로 영어가 처한 전체적인 변화의 상황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낸다.
_〈월스트리트 저널〉
‘단정치 못한’ 언어 습관에 대한 영리하고도 자세한 변론. 학술적으로도 탄탄하지만 쉽게 잘 읽히며 위트가 넘친다. 언어의 진화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언어를 사랑하고 문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축배를 들 만한 책이다. 우리가 즐겨 쓰면서도 싫어하는 언어 습관의 과학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면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방에서 들려오며 당신 자신도 사용하는 like나 y’know, dude, 보컬 프라이 같은 것에 대해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문법에 안 맞는 부분을 따지기보다 그 뒤에 감춰진 사회적 이유에 대해 물으리라. 모두 프리들랜드 덕분이다.
_데보라 태넌, 조지타운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엄마,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해?》 저자
눈앞에서 영어가 죽어간다고 한탄했는가? 걱정할 것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어딜 가나 욕먹는 언어 습관 뒤에 숨은 놀라운 사회적, 역사적 요인을 재미있고 능수능란하게 풀어낸다. 인간이 가진 언어적 창의성에 깜짝 놀랄 것이다.
_엘런 조빈, 《문법과 놀기》 저자
우리가 지금까지 언어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것을 알려준다. 각 장을 펼칠 때마다 튀어나오는 놀라운 사실에 친구들에게 계속 문자를 보내게 될 것이다.
_미뇽 포가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그래머걸의 초간단 영문법》 저자
must 대신 I’ve got to를 쓰기 시작한 게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singin’의 -in’이 -ing의 줄임말이 아니라 고대 영어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어떤가? 이뿐만이 아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들의 비밀도 전부 파헤친다. 지혜가 흘러넘치는 책이다.
_존 맥홀터, 《아홉 개의 나쁜 단어(Nine Nasty Words)》 작가, 팟캐스트 〈렉시콘 밸리(Lexicon Valley)〉 진행자
전문적이면서 술술 잘 읽히는, 흔치 않은 보물 같은 책이다. ‘짜증 나는’ 언어 특징의 역사적 기원과 사회적 활용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은 이 특징들로 인해 우리 영어가 더욱 풍부해지고 있었음을 알게 한다.
_나탈리 실링, 조지타운대학교 언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