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그러니까, 하우스도르프 공간이란 게 뭐냐면. 위상공간의 한 종류인데, 쉽게 말해서, 구성하는 모든 점들이 '외로운' 공간이야. 그 공간 안에 있는 두 점이 제아무리 서로 가까워 보이더라도, 서로 떼려야 떼어낼 수 없을 것 같이 달라붙어 있어 보이더라도, 두 점 서로 상대방은 품지 않는 자기 주변의 영역을 찾을 수 있는 공간. 모든 점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공간이지."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반-바지. 저자
  • 2024년 12월 04일
  • 268쪽150X220mm김영사
  • 979-11-943-3097-4 07810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저자 반-바지. 2024.12.04
‘보법이 다른’ 구성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SF만화는 여기서부터 다시 정의될 것이다
첫 작품인 《슈뢰딩거의 고양희》를 통해 SF 만화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던 작가, ‘반-바지.’의 신작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X(구 트위터)를 통해 꾸준히 연재되었던 작품을 리터칭, 보완하여 단행본으로서의 소장가치를 더욱 높였다. 독자들은 더욱 다채로워진 상상력과 유머, 촌철살인이 담긴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자 위상수학 용어이기도 한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은 “구성하는 모든 점들이 ‘외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그 공간 안에 있는 두 점이 제아무리 서로 가까워 보이더라도 (…) 두 점 서로 상대방은 품지 않는 자기 주변의 영역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자 “모든 점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는 비단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인간-외계인이라는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인간이라는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닐까. 이 책은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될 수 없겠지만, 인간이라는 종(種)을 처음부터 다시 이해하기 위한 사용 설명서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을 위한 각성제이자 일종의 (관념적) 반중력 장치로 활용하는 것에 찬성하며, 독자의 일독을 권한다.
 
'책 속에서'는 준비 중입니다.
Chapter 1. 그 모든 인생을 내가 다 겪는 겁니다
2인칭 관찰자 시점 / ISS의 마녀들 / 현실유지재단 함선전 / 시간요원 훈련 만화 / Tat Tvam Asi / 가 보았던 길 / 강령합체 네크로트론 / 거신의 세계 / 검기로 된 사람들 / 결함 / 경계에 있는 자유의지 / ‘고대신’ 소환하기 / 고요한 전장 / 공중 콤보 / 국립 초자연현상 연구소 폐소식 / 그게 왜 진짜 있음 / 극과 극은 통한다 / 기술발전 스피드런 / 나는 여기 있어 / 나는 한때 사람이었네 / 나루제과 견학 전 안전 교육자료 / #보너스

Chapter 2. 당신의 발밑엔 언제나
시간요원 첩보 / 타임머신 시동 걸기 / 난 고양이 안 키워 / 낯선 우주선이 도킹했다 / 네 안에 있어 / 동네 꼰대 형 / 네비게이션 사용 설명서 / 녹음기로 듣는 내 목소리 / 다람쥐 헌 쳇바퀴 타고파 / 다음에 만나요 / 단편으로 안녕 / 당신의 발밑엔 언제나 / 당신의 발소리 / 더위 팔기 / 돌아간다면 그 남자와 결혼할 거야 / 동료들의 희생으로 용사는 마왕과 마주하고 / 두개골 여포 / 또 하나의 기계반란 이야기 / 뙳띳 뙳띳 뙳띳 뙳띳 / 마왕 대관식 / #보너스

Chapter 3. 승급
메타인간 뮤지컬 /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 뭐든지 막아낼 수 있어 / 밀과 보리가 자라네 / 바닐라맛 인간 / 반례 / 백엔드 개발자인 내가 이세계로 떨어져 직업교육소를 찾은 건 / 변칙 기동에 가끔 쓸모 있음 / 비싼 원자들 / 사공이 많으면 / 세계제작자의 순례 / 시간 관리국 윤리위원회 인터뷰 / 승급 / 아래로, 아래로 / 액션영화 해커들의 친구들 / 업그레이드 완료 / ‘에너지’ 무기 / 열 개 나올 수도 있고 / 오래된 미래 / 왕립마도학회 천문 관측 C팀 / 용사님 우리 세계가 양판소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 우리가 통 속의 컴퓨터라면? 거기에 미친 과학자들이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라면? / 우주에 손을 흔들었더니 / 우주엔 소리가 난다 / 이 친구를 파티에 초대 / 인류 제국 중반기 / 장인 정신은 어디서 배워요 / 저한테도 긴 세월이었어요 / #보너스

Chapter 4. 젤리처럼 투명한
시간관리국의 일상 / 양방향 교섭 / 절세미(絶世美) / 특수문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주문제작형 고대 오파츠 / 죽은 자의 소생 / 초록색 말투 선배 / 특수용의자 몽중(夢中) 취조 촬영술 /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 / 한 번도 자기 행성 떠나본 적 없는 ▣등급 행성인이 최고급 ▼▼함선에 처음 타자마자 한 반응은?? / 헌신 / 현실 중독 / 형이상학계의 D■■M / 황마법 불가능성 정리 / 휴먼-맨 / 통섭의 시대 / 만화책 우주에서 인체실험은 하지 말자 / 젤리처럼 투명한 / 과거 회상 / 시간관리국 VS 시간동맹 / 아침에 꿈속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 꿈꾸는 사람이 잊더라도 / 긴급시간탈출
작가이미지
저자 반-바지.
‘반-바지.’는 잠시 쉬었다가 요즘에 다시 SF (또는 그 비슷한) 단편 만화들을 천천히 그리고 있는 아마추어 만화가이다. 이전에 그렸던 단편 만화들을 모아 첫 단행본 《슈뢰딩거의 고양희》를 냈고, 그 이후로 그린 만화들과 새로 편집한 단편 만화들을 모아 《슈뢰딩거의 고양희》 특별판과 새로운 단편집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을 낸다.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ahnbazi
X : https://x.com/bahnbazi
‘보법이 다른’ 구성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SF만화는 여기서부터 다시 정의될 것이다
“SF 비슷한 걸 그리는.”
 
‘반-바지.’ 작가의 X(구 트위터) 소개말이다. 전작인 《슈뢰딩거의 고양희》가 처음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은 여타 SF만화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형식으로 독자에게 기억된다. 다시 말해, 이 ‘다름’이 그의 작품을 단순히 SF만화의 영역에만 국한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비단 작가 자신에게도). 전개와 결말이 분명하지 않고 흐름을 예측할 수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각인되는, ‘반-바지.’ 작가만의 특수한 화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품은 과학적 사실이나 아이디어로부터 파생되는 내용을 담은 인물 간의 대화(다이얼로그)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단편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드넓은 우주, 한 인간(혹은 기계나 다른 무엇)의 뇌 속에서 펼쳐지는 긴 독백(모놀로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마녀, 신과 악마, 우주인과 괴물, 시간여행자, 기계와 AI, 방송 BJ 등 다종다양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이러한 대화/독백이 전통적인 SF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질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바지.’ 작가의 만화는 SF라는 장르를 ‘현재진행형’으로 정의한다. SF는 더 이상 미래 시점의 초월적 환상이 아니며, 클리셰로 가득한, 과거에 붙들린 이론의 그림자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는 현재의 재해석이며, 현재를 존속시키는 장치(들)에 가깝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SF의 재료이자 가능태이므로.
 
가장 가까운,
결코 서로 닿을 수 없는
신작인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은 《슈뢰딩거의 고양희》 이후 X를 통해 연재된 작품들을 담았다. 독자들은 더욱 다채로워진 상상력과 유머, 촌철살인이 담긴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자 위상수학 용어이기도 한 ‘하우스도르프 (연결)공간’은 “구성하는 모든 점들이 ‘외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그 공간 안에 있는 두 점이 제아무리 서로 가까워 보이더라도 (…) 두 점 서로 상대방은 품지 않는 자기 주변의 영역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자 “모든 점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는 비단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인간-외계인이라는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인간이라는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닐까. 이 책은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될 수 없겠지만, 인간이라는 종(種)을 처음부터 다시 이해하기 위한 사용 설명서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을 위한 각성제이자 일종의 (관념적) 반중력 장치로 활용하는 것에 찬성하며, 독자의 일독을 권한다.
 
추천의 글
‘페이지 터너’라는 말이 있다. 종잇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잘 읽히는 책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보다 더 훌륭한 책으로 ‘정거장 함정’이라고 부를 만한 책도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영어로 말을 만들어보자면 ‘스테이션 스키퍼’라고 하면 되겠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너무 깊이 빠져드는 바람에 내릴 정거장을 지나치고도 계속 읽게 되는 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바로 이 책이 오래간만에 만난 정거장 함정이었다. 애초에 반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그 속에 깊게 빠져들어서 다섯 정거장이나 엉뚱한 쪽으로 달리고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모험의 신나는 흥분과 미래에 대한 반짝이는 동경이 생생히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 미래로 가는 ‘아라비안나이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어지는가 하면, 가끔은 본격 SF를 처음 접했을 때 독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우주와 인류에 관한 깊은 성찰의 힘도 군데군데 폭발하고 있다.
 
2020년대가 한국 문학에서 SF가 유행한 시대라면, 나는 이 책을 그 시대의 맨 꼭대기에 서 있는 한 시대 문화의 상징으로 꼽을 만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칭찬을 하는 김에 조금 과장해서 후련히 말해보라고 한다면, 이런 이야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중에 모나리자가 있었다면, 2020년대, 요즘 시대, SF 단편 만화의 세계에는 이 책이 있다고 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유의사항을 하나 덧붙여 보고자 한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을 생각이라면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고 읽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책에 빠져 내릴 정거장을 지나치면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_곽재식(화학자, 작가)
 
반-바지. 작가의 작업은 한국에선 참 보기 드문 하이픈이 들어간 필명처럼 매번 신묘한 감각을 준다. SF 장르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다시 그 법칙을 과감하게 무너뜨린다. 어딘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모습에서도 때로는 예상치도 못했던 재치를, 때로는 살짝 블랙코미디가 섞인 웃음을 선보이며 SF가 일상이 된 세계도 역시 여러 생명체가 부대끼는 사회임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장르가 SF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을 장르의 힘으로 가볍게 뛰어넘고, 사소하게 보였던 요소들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세계관을 만들어나간다. 단편이라는 한정된 작업 공간을 여러 연출적 실험으로 무한히 확장하며 나아가는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면모는 반-바지. 작가가 오랫동안 축적된 장르의 유산을 또렷하게 바라면서도, 과거의 궤적에만 갇혀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과기도 하다. 창작자는 생각하고 상상하는 방향대로 SF의 세계관을 유랑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무수한 갈래들을 폭넓게 탐구해왔다. 그러한 발상의 과정을 거쳐 태어난 작업물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블로그를 가리지 않고 게시되며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혀나가도록 만들었다. SF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다시 바라보며, 이 사회의 여러 구습과 문제점이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희극에 불과함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제 책을 통해서, 디지털로 작품을 보는 감각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반-바지 작가가 2016년부터 꾸준히 직조해나가는 미지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_성상민(문화평론가)
 
아름다운 그림체, 매혹적인 소재, 흥미로운 사건, 매력적인 인물, 강렬한 연출…. 이 모든 것들 중 단 하나만 잘 만들어낼 수 있어도 좋은 작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반-바지.’ 작가는 그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도 잘 해낸다. 그의 작품에는 그 자체로 경이감이 있다. 아니, 어떻게 한 사람이 이토록 잘해낼 수 있냐고. ‘반-바지.’야말로 우리 우주의 재능을 분배하는 어떤 법칙이 잘못 작동해서 만들어진 특이점 아닌가 싶은 경이감.
 
독자 여러분이 그의 작품을 읽는다면 내가 한 말에 일말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이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나는 두 가지의 장점을 집어내 찬사를 보내기로 한다. 반바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만화라는 형식을 가지고 논다. 2차원의 연속된 그림들로 이루어지는 만화라는 형식을 반바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틀고, 그 뒤틂으로 서사를 만들어나간다. 동시에, 그는 지독히도 훌륭한 사고실험자다. 세상의 법칙을 가지고 놀고, 그 법칙의 전환으로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성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반바지는 정말로 이야기를 통해 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는 오랫동안 위대한 SF 만화들을 그려왔고, 수많은 한국 SF 독자와 작가들이 그 영향을 받아왔다. 나는 이토록 부족한 찬사라도 쓸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큰 성공으로 느껴진다. 당신도 이제 그 영향을 받을 때가 왔다.
_심너울(SF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