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떤 책보다 공감에 대해 많이 배운 책” _최재천
공정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분투 중인 우리 시대의 필독서
생존경쟁이 자연의 본질이라는 패러다임의 종결을 알리는 책
이타성과 공정성의 생물학적 기원에 관한 가장 탁월한 연구!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며 생존을 위한 경쟁과 투쟁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믿음이 20세기를 지배했다. 특히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을 인간 사회에 확대 적용한 사회적 다윈주의는 “열등한 자는 도태되고 적합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어 신자유주의자와 인종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세상이 약육강식의 원리로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따른 것이므로, 그로 인한 부정적 결과는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세상은 전쟁과 테러, 권력 투쟁이 끊이지 않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되어 많은 이들이 이를 우리의 생물학적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프란스 드 발은 이러한 패러다임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공감의 시대》는 영장류를 비롯해 포유류와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의 사회적 행동 연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선천적으로 공감 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그로부터 비롯된 이타성과 공정성의 발현이 결국 종의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임을 입증한다.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1992년,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발견되면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직접 행위를 할 때와 같은 신경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는 우리가 타인의 행동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준다. 프란스 드 발은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같은 영장류는 물론, 고양이, 늑대, 돌고래, 새,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에서 나타나는 공감 행동을 통해, ‘공감’이 진화적으로 뿌리 깊은 본능임을 밝힌다.
드 발에 따르면 공감은 1억 년 이상 오래된 뇌 영역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능력은 근육성 운동 따라 하기와 감정 전이를 통해 시작되었다. 이후 진화의 여러 단계를 거치며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타인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확장되었다. 즉, 진화는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공감 메커니즘을 형성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종의 생존에 유리했음을 의미한다. 드 발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이라면 이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공감이 진화적으로 오래된 것이라는 데서 굉장히 긍정적인 면을 본다. 그렇다면 공감이 거의 모든 인간에게서 발달될 확고한 특성이며, 그래서 사회가 공감에 의존하고, 공감을 포용해서 키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인류 보편적인 것이다. (283쪽)
“탐욕의 시대는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
훌륭한 과학자이자 이야기꾼 프란스 드 발의 대표작
프란스 드 발은 인간의 이기심이나 공격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간이 이윤을 추구하고 신분, 영역, 식량 확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인간은 고도로 협력적이고 불의에 민감하며 대체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 드 발은 이러한 두 가지 성향 중 하나를 간과하는 사회는 결코 이상적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는 순전히 이기적 동기와 시장의 힘만으로 형성된 사회가 부를 창출할 수는 있어도,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단합과 상호 신뢰를 이끌어내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부의 축적을 위한 자유 시장 원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공생을 위한 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드 발은 공감이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적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인간 본성에 대해 더 정확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회를 설계할 때 탐욕의 시대와 작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본성을 냉혹한 것으로만 볼 때와, 그 밑바탕에 협력, 이타성, 유대 의식, 공정성의 감각이 자리한다고 볼 때 만들어지는 사회의 경계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공감의 시대》는 2009년 원서 출간 당시, 생물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 경제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강한 영감을 주었고, 세계 주요 매체와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드 발의 연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당시 시대정신과 일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메시지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시대의 요청일 것이다.
사회는 실제로는 ‘다른 이에게 뻗는 손’이라는 두 번째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한다.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이루고 싶다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바로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데 있어 기저를 이루는 또 다른 힘이다. 이 힘이 진화적으로 아주 오래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힘이 얼마나 자주 무시되는지가 더욱 놀랍다. (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