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가
세상은 인센티브로 돌아간다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인센티브 경제학
효과가 검증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고액 주차비에도 주차장은 늘 만원이다. 사람들은 왜 이득이 명백한 일을 꺼리고 손해가 예상되는 일을 하는 걸까? 이뿐만이 아니다. 상과 보상금을 거부하기도 한다. 조직이나 팀 차원에서는 장기적으로 지속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단기 이익에 급급하며, 협력할 때 과실이 더 크다는 걸 알면서도 개인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질을 추구하면서 양에 보상할 때, 혁신을 장려한다면서 실패를 처벌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목표와 시그널이 일치하지 않으면 보상이 얼마나 강력하든 손해가 얼마나 막심하든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데 실패할 것이다. 우리에겐, 금전적 이득과 손해 이외의 다른 동기가 있다.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7인’ 중 한 명인 유리 그니지는 《인센티브 이코노미》(원제: Mixed Signals)에서 우리가 사소하다 여겨 간과한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어, 엇갈린 시그널을 피하고 의도한 목표와 일치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탐색한다.
인센티브는 한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것에서 조직의 문제를 진단하고 성과를 높이는 것, 더 나아가 인습으로 고통받는 공동체 전체의 복지를 끌어올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인센티브 자체는 악하거나 선한 것이 아니다.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도덕적일 수도 비도덕적일 수도 있다. 인센티브로 담배에 중독시킬 수도,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명백한 건, 세상은 인센티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기업 임원, 부모, 교사, 연인을 포함해 누구나 인센티브 게임의 볼모다.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익을 얻는다. 이 책은 해가 될 만한 실수를 피하면서 매우 효과적인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한다.
🩸 혈액 기증자에게 현금을 제공했을 때 생기는 일
💉 건강보험은 왜 환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까?
💡 전기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아주 값싼 방법
⚾ 스타 플레이어가 속한 팀의 승률이 낮은 이유
🗑️ 재활용을 할 때마다 보상하면 정말 쓰레기가 줄어들까?
🏆 사람들이 보지 않는 데서 상을 수여하면 안 되는 이유
📱 고객이 통신사와 스마트폰을 바꾸게 하려면?
💰 기부금을 많이 모으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것
개인에겐 잘못이 없다, 잘못된 시그널이 문제다
인센티브를 설계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철로의 길이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하자 열차가 서지 않는 곳이 없게 됐다. 제왕절개 수술 건당 의사에게 보상하자 자연분만이 가능한 임신부도 수술을 받았다. 철로의 길이는 중요하다, 하지만 최장이 아니라 최단 거리여야 한다. 환자의 건강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왕절개가 가장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애초의 메시지와 다른 목표를 달성할 때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면 우리는 갈등한다. 어긋난 시그널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어긋난 시그널은 질을 우선하라고 말하면서도 양에 대해 보상하는 인센티브, 팀워크를 최고로 치면서 개인에게 보상하는 인센티브, 혁신을 장려한다고 말하면서 실패를 처벌하는 인센티브를 말한다. 양과 질을 함께 올리는 방법, 팀과 팀원이 함께 성장하는 방법,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지향하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인센티브 기준을 조금 바꾸거나 첫 인센티브에 다른 차원의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철로 길이보다는 공기를 기준으로 업체에 고정 비용을 지급하거나, 의사가 환자의 입원 치료 기간이나 병원 재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처방을 할 때 추가 보상을 하는 방법 등이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비물질적 이득을 포함해)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과 질, 팀워크과 개인 성취, 혁신과 성공 둘 사이에 반드시 균형을 맞출 필요는 없다. 개인별 인센티브와 팀별 인센티브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활동의 성격과 원하는 결과에 달려 있다. 최고 선수 한 명에 관심이 있을 때는 개인별 인센티브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하는 경우에는 말로써 팀 협동까지 독려하진 말아야 한다. 저자는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그 목표에 반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쁜 인센티브는 인센티브가 없으니만 못하다!
동기를 자극하려면 마음을 읽어야 한다
사회적 신호와 자기 신호의 가치와
설득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의 중요성
인센티브 설계자가 보내는 시그널 외에도, 인센티브를 수용하는 사람이 사회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시그널도 있다. 평소 재활용 쓰레기를 성실하게 분리 배출하는 이에게 현금을 쥐어주거나 기꺼이 헌혈할 의사가 있는 이에게 대가를 지불한다면 어떻게 될까? 분리 배출과 헌혈이라는 행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목적에만 너무 충실한 나머지, 금전적 이득 없이 그 행동을 해왔던 이들이 행동을 멈출 수도 있다. 푼돈이나 받으려고 그 일을 했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될지를 고려해 행동한다. 금전적 이득과 상관없는 보상이 주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상을 수여하는 경우다. 청중이 없는 것은 사회적 신호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자기 이미지를 사회적 이미지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식사 후 식사비를 자율적으로 내게 하자, 손님들은 웨이터에게 직접 낼 때보다 익명으로 낼 때 더 많은 돈을 썼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만족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서도 사람들의 마음은 바뀐다. 더운 날과 추운 날의 음료값이 달라지는 두 대의 자판기 앞에서 섰다고 상상해보자. 평소에 1달러로 팔리던 차가운 음료가 더운 날에는 1.5달러로 인상되는 경우와 평소에 1.5달러에 팔다가 추운 날에는 1달러로 할인하는 경우, 당신이라면 둘 중 어떤 자판기를 이용하겠는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첫 번째 자판기를 이용하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할인받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만족한다. 현실에서도 첫 번째 자판기 설치 계획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람은 이득보다 손실에 민감하다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애써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러한 심리적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설계한 인센티브는 실패한다.
인센티브가 나와 조직과 세상을 바꾼다
인센티브로 장벽을 발견하고, 제거하라
인센티브로 조직의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인센티브 이코노미》는 퇴사 장려금 전략의 효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CEO가 직원에게 어렵지 않은 업무를 할당했는데 흐리멍덩한 결과물만 받는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직원에게 직접 확인하면 외부 원인은 찾아낼 수 있지만 직원의 동기가 문제라면 진실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에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퇴사 장려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돈은 회사를 그만두어야 받을 수 있다. 직원에게 직접 물어볼 필요도 없이 ‘돈으로 말하게 하도록’ 밀어붙여서 직원의 열정을 시험하는 영리한 방법이다. 이 인센티브는 직원이 의욕을 갖고 일하는지 밝히는 진단 도구인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근무 의욕이 없는 직원은 기쁜 마음으로 회사를 떠날 수 있고, 이것은 기업에도 이익이다. 유혹을 거절하고 잔류한 직원은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고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본인이 직접 실행한 실험을 통해 인센티브의 가장 작은 차원, 한 개인의 좋은 습관을 기르는 방법도 알려준다. 꾸준히 헬스장을 찾으려면 본인의 의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거나 벌금을 매기거나(금전적 인센티브), 친구와 함께 정기권을 끊거나(친사회적 인센티브), 집과 가장 가까운 헬스장을 다니는 식으로 이행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초기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강제하면 나중에는 인센티브 없이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크게는 한 나라의 나쁜 문화를 바꿀 수도 있다. 케냐는 사자 개채수가 줄어드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마사이족은 사자가 소를 죽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자를 사냥하는 ‘전사’를 키워냈던 것이다. 하지만 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관광 수입 면에서 이득이라는 점을 포착해, 소들이 사자의 공격을 받을 때 보상하는 보험을 인센티브로 제시하자 소년들은 사자 포획자에서 사자 구조자로 변모했다. 보상액은 케냐에 사자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했다. 이를 목격한 저자는 케냐에서 소녀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할례를 근절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실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