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밀라논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유!
쪼그라든 풍선 같은 삶에 팽팽한 숨을 불어넣는 어른의 말
52년생 ‘밀라논나’ 장명숙(논나)과 82년생 〈밀라논나〉 제작자 이경신(경신)의 인생 탐구 에세이가 김영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두 저자는 2019년 처음 만난 이래로, 비밀 이야기부터 세상 이야기까지 다양한 속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생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책’을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90만 구독자가 남긴 수십만 개의 댓글 중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관한 물음이 많았는데, 그 질문에 일일이 답하지 못한 데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이 땅에서 힘들게 버티며 사는 사람들과 나누고픈 말도 많았고요. 그래서 여러 고민에 관한 궁리와 여러 독자와 나누고픈 사유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서른 살 나이 차이가 별것 아닌 듯, 서로의 내면에 숨겨진 진동과 그늘을 잘 읽어내는 두 사람이 쓴 책의 제목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는 ‘나만 생각하며 내 마음대로 살자’가 아니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살자’라는 뜻입니다. “내가 없어지면 온 우주가 멸망하는 것”이기에 지금의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살자는 일언이지요. “자기다운 게 제일 좋은 것이지요. 내 몸이 거부하는 관계는 폐기해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릴 필요 없어요.” 논나의 이러한 말은 세상의 파고에 흔들리는 우리의 중심추를 바로 세우도록 돕습니다.
한데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나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잘 늙는 법부터 마음 간수법, 대화법, 생각법, 의식주 생활법, 함께 일하는 법, 사랑하는 법까지 일곱 가지 대주제를 통해 그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논나와 경신은 최대한 키워야 할 ‘자기 존중감’뿐 아니라 최소한 지켜야 할 ‘타자 존중감’을 잊지 않지요. 논나는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라는 철학을 언급하며, “내가 타인을 자유롭게 해야 나도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한편 경신은 “타고나는 것보다 노력으로 얻는 것의 가치”가 있다며, 자기 연민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서점과 도서관에는 삶의 지침이 되는 수많은 책이 있는데, 우리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그 이유는 현실적인 삶의 주제에 대해 현실적인 생각을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에서 갈등이 있다면 “몫을 나누지 않는 사람들의 말은 신경 쓰지 마라”라는 직설,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면 “나이 들어도 나이 어린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라는 지혜, ‘일심동체’가 안 된다면 본래 인간은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심이체’의 통찰은 두루뭉술하지 않고 간명하고 시원시원합니다. 답답한 말의 둘레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지요.
어릴 적 집에서 입이 크고 몸이 깡마르다고 구박받던 논나는, 화려한 패션 세계에서 일하던 40대의 어느 날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화장하지 않은 민낯이 괜찮아 보였다고 합니다. 그때 “내가 나를 인정하는 법에 서툴렀구나. 다른 사람의 인정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 내가 나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일터 세계에서 바삐 사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경신은, 자신의 삶을 극진히 대우하는 논나를 가까이서 겪으며 “내가 나에게 예의를 갖춘 시간이 모여 내 가치가 소중해지고 빛나는 것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말은 군내를 풍기는 훈계와 달리 진솔해서 양쪽 귀에 고스란히 들어와 가슴 깊이 닿지요.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의 모습과 다양한 인생의 모양을 그리는 밀라논나의 세계관은 ‘주관(主觀)’으로 압축됩니다. “남이 나를 위로하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를 중심에 두고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지 않아야지요.”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이 나를 가두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입니다.” “사랑한다면 그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게끔 해줘야지요.” 그렇습니다. 개인의 낙관과 비관을 타인이 좌지우지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결정짓는 건 오롯이 주관이어야 하지요.
인간과 인생에 대한 물음이 담긴 이 책은 ‘인문학(人問學)’을 바탕으로 합니다. ‘나를 어떻게 호강시킬까 궁리’하는 ‘주관학(主觀學)’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고요. 타인이 나를 짓밟아도 나는 나를 짓밟지 않기를, 끝날 때까지 스스로 삶을 끝내지 않기를, 알뜰하게 충실하게 살며 마음껏 사랑하기를 권합니다. 자기 존중이 타자 존중으로, 공동체 존중으로 이어지기를 꿈꿉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뿐 아니라 이 세상을 환대하며 살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