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국
나는 자주독립을 이룬 민주국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일본도 없고, '폐하'나 '전하'로 불리는 사람도 없는 그런 국가 말입니다!
#한국문학
마지막 왕국 다니엘 튜더 저자 우진하 역자
  • 2024년 08월 19일
  • 616쪽140X210mm김영사
  • 978-89-349-6772-9 03810
마지막 왕국
마지막 왕국 저자 다니엘 튜더 2024.08.19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다니엘 튜더가
5년간의 자료 조사를 통해 그려낸 조선의 마지막 날들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의 일생을 그린 팩션 소설. 어머니의 죽음과 궁궐 밖 성장 등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정략결혼, 독립운동에 뜻을 두고 조선 총독 데라우치 암살시도 후 가택연금, 임시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망명 시도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이미 힘을 잃은 조선 왕실의 비참한 상황을 이강의 시선으로 바라본 장편소설이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서 나약하고 무능하기만 했던 조선 왕실 사람들의 몰락과 슬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일생을 항일 활동에 바친 인물들의 굳은 의지와 좌절, 이강, 김수덕, 낸시 하, 혜랑, 고종, 엄 귀비 등 생명력 있는 등장인물로 인해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영국인 저널리스트인 저자 다니엘 튜더의 사건과 심리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방대한 자료 조사가 뒷받침된 글의 힘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외국 소설을 읽는 듯한 색다른 경험에 빠져든다.
 
“다니엘 튜더는 조선 역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힘든 시기를 살았던 인물 이강에게 생명력과 깊이 그리고 인간성을 불어넣어 영웅으로 탄생시켰다.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묘사와 그의 박학다식함으로 긴 이야기가 단숨에 읽힌다. 가장 뛰어나고 인상적인 역사소설이다.”
-미셸 자우너(작가, 뮤지션, 《H마트에서 울다》 저자)
 
“다니엘 튜더 작가가 의친왕 이강에 대한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나는 잠시 의아했다. 외국인이 대한제국의 인물을 소설로 쓴다고? 하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꼼꼼한 취재와 세밀한 묘사,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영화 같은 전개 등 그의 글을 읽고 나는 부끄러웠다. 두고두고 읽힐 소설이 될 거라 굳게 믿는다. 의친왕에 대한 그의 애정이 고맙고 소중하다.”
-권비영(소설가, 《덕혜옹주》 저자)
P.43
오랫동안 품어왔던 의문과 외롭고 쓸쓸했던 시간은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낯선 세계에서 찾아온 한 사람으로 인해 싱겁게 막을 내렸다. (…) 지금까지 강의 세상은 외숙부의 집과 그 집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 머슴인 봉삼과 찬모 점례, 여러 스승 그리고 자신을 되돌려 보내려는 외숙부 등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강은 언제나 집을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막상 집을 떠나려니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간절히 만나고 싶었지만 그 아버지가 천하의 중심이기를 바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P.118
“지금 조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전심을 다해 충성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견뎌낼 것이옵니다. 그게 하늘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고향 땅에 그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만 조선과 왕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왕실의 오누이 사이라 생각하셔도 무방하옵니다. 그저 마마께옵서도 조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옵니다.”
P.214
경복궁에서 지낸 마지막 밤에 보았던 섬광이 떠오르자 강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악귀가 궁궐에 들어왔다! 내가 보았어!”라는 외침, 벽을 뛰어넘느라 생긴 다리의 상처, 번뜩이던 소총의 총신, 총신을 가로막은 병사의 손…… 다른 이들이 고통을 겪는 사이 나는 구원받았다. 화살 한 발만 쏘면 닿을 거리에서 중전은 칼에 난도질당한 후 차가운 땅바닥에 던져졌다. 군홧발이 춤이라도 추듯 중전의 피와 뼈를 짓밟았다. 중전은 죽는 순간까지 친아들을 걱정했다. 그 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든 걸 잃고 무기력에 빠진 그에게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P.489
절대로 아이를 빼앗아 가도록 두지 않아. 강은 주먹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절대로 내 아이를 빼앗아 갈 수 없어! 머리와 눈이 아플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전에 나를 먼저 죽여야 할 거다! 강은 변기 위에 주저앉아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계속 중얼거렸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P.566
강은 자신을 더 나은 길로 이끌어주던 낸시의 강직하고 올바른 성정이 그리웠다. 양반과 평민,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차별을 무시했던 낸시의 평등주의가 그리웠다. 낸시의 가르침, 심지어 질책조차도 너무나 간절하게 듣고 싶었다. 낸시는 강의 꿈속에 나타나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용기를 내라고 말하며 곧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놀랍게도 때로는 궁녀 복장을 하고 나타나기도 했다.
P.607
모든 이들이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소년이 흔들림 없이 말했다.
“나는 의친왕의 아들, 조선의 이우입니다. 설사 이대로 이 땅을 떠나 백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조선의 이우입니다.”
프롤로그
인물관계도
일러두기
 
제1부 1890-1896
1. 2. 3. 4. 5. 6. 7. 8. 9
 
제2부 1897-1905
10. 11. 12. 13. 14. 15. 16. 17. 18
 
제3부 1905-1910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제4부 1910-1919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에필로그
작가의 말
연보
참고문헌
작가이미지
저자 다니엘 튜더 (Daniel Tudor)
198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 경제학 · 철학을 공부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찾았다가 사랑에 빠져, 2004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2010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되었고, 북한 문제와 2012년 대통령 선거, 그 외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다루는 기사를 썼다. 2017~2018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 자문을 맡기도 했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조선자본주의공화국》(제임스 피어슨 공저)을 썼다. MBC 임현주 아나운서와 결혼하여 2023년 10월 딸을 낳았고, 현재 서울에서 집필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Photo ⓒ kenny kung
“1891년, 열네 살의 소년이 궁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란 소년,
그 궁에는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작은 나라의 불안한 시간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책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과 지극한 관심을 보이며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자 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자문, 영국인 다니엘 튜더Daniel Tudor의 장편소설 데뷔작이다.
 
그런데 그가 들고 온 첫 소설의 소재와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다. 몇 번의 생을 다시 사는 회귀물부터 인공지능까지 과학과 판타지 소재가 넘쳐나는 2024년 한국 소설계, 그는 뜻밖에도 독자를 130년 전 조선의 궁궐 안으로 데리고 간다. 그 궁 안에는 강대국에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우유부단하고 슬픈 왕과, 자주적으로 나라를 지키려다 일본 자객들의 칼에 비참한 최후를 맞는 약소국의 왕비가 살고 있다.
 
저자는 고종의 둘째 아들 의친왕 이강(義親王 李堈, 1877~1955)의 이야기를 통해 불과 100여 년 전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던 조선의 모습과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왕가의 비참한 현실을 세밀한 묘사와 사건 전개로 눈에 그려질 듯 생생하게 들려준다.
 
한국인에게조차 생소한 이름인 의친왕 이강. 저자는 왜 왕세자인 순종이나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간 영친왕이 아니라 의친왕에 주목했을까? 저자가 처음 의친왕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의친왕의 아들인 황실문화재단 이석 이사장을 통해서였다. 전해 들은 의친왕의 파란만장한 삶과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의친왕의 삶을 재조명해보고 싶다는 저자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민주화, 고도성장 등 지난 100년 한국 역사의 상전벽해 속에서, 그 태풍 같은 바람에 묻혀 잊힌 문제적 인간 이강의 삶과,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울분을 토하고 또 욕망에 빠져 비틀거리기도 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더불어 의친왕의 삶에 조력자로서 도움을 주었던 아내 김수덕, 여성 독립운동가 김란사(낸시 하)와 김규식(김원식) 등 격변의 시기를 주체적으로 살았던 인물들에게도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래서 저자는 약 5년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자료까지 찾아 읽으며 600여 쪽이 넘는 이 소설을 완성했고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고 독자들이 ‘진짜’ 의친왕 이강, ‘진짜’ 김란사(낸시 하의 모델)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부당한 역사 속에서 잊힌 이들을 기억하게, 그리고 알게 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