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열네 살의 소년이 궁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란 소년,
그 궁에는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작은 나라의 불안한 시간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책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과 지극한 관심을 보이며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자 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자문, 영국인 다니엘 튜더Daniel Tudor의 장편소설 데뷔작이다.
그런데 그가 들고 온 첫 소설의 소재와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다. 몇 번의 생을 다시 사는 회귀물부터 인공지능까지 과학과 판타지 소재가 넘쳐나는 2024년 한국 소설계, 그는 뜻밖에도 독자를 130년 전 조선의 궁궐 안으로 데리고 간다. 그 궁 안에는 강대국에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우유부단하고 슬픈 왕과, 자주적으로 나라를 지키려다 일본 자객들의 칼에 비참한 최후를 맞는 약소국의 왕비가 살고 있다.
저자는 고종의 둘째 아들 의친왕 이강(義親王 李堈, 1877~1955)의 이야기를 통해 불과 100여 년 전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던 조선의 모습과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왕가의 비참한 현실을 세밀한 묘사와 사건 전개로 눈에 그려질 듯 생생하게 들려준다.
한국인에게조차 생소한 이름인 의친왕 이강. 저자는 왜 왕세자인 순종이나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간 영친왕이 아니라 의친왕에 주목했을까? 저자가 처음 의친왕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의친왕의 아들인 황실문화재단 이석 이사장을 통해서였다. 전해 들은 의친왕의 파란만장한 삶과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의친왕의 삶을 재조명해보고 싶다는 저자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민주화, 고도성장 등 지난 100년 한국 역사의 상전벽해 속에서, 그 태풍 같은 바람에 묻혀 잊힌 문제적 인간 이강의 삶과,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울분을 토하고 또 욕망에 빠져 비틀거리기도 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더불어 의친왕의 삶에 조력자로서 도움을 주었던 아내 김수덕, 여성 독립운동가 김란사(낸시 하)와 김규식(김원식) 등 격변의 시기를 주체적으로 살았던 인물들에게도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래서 저자는 약 5년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자료까지 찾아 읽으며 600여 쪽이 넘는 이 소설을 완성했고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제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고 독자들이 ‘진짜’ 의친왕 이강, ‘진짜’ 김란사(낸시 하의 모델)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부당한 역사 속에서 잊힌 이들을 기억하게, 그리고 알게 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