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스코틀랜드 올해의 책
★★★ 20개국 번역 출간
“당신이 몸에 대해 생각했던 방식을 영원히 바꿀 것이다.”_레이철 클라크,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저자
“이런 책이 등장하기까지 인류에게는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_하미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저자
“이 책은 생물학 책이자 역사서이며, 모험 이야기이자, 어떤 기념비이기도 하다.”_롭 딜레이니, 배우
주먹 모양의 근육, 생명의 강력한 원천, 우리 모두가 시작된 그곳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
인간을 만드는 경이로운 기관의 과학, 역사, 문화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장기, 그러면서도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자궁에 관한 경이로운 탐험이자, 살면서 여러 감정으로 경험하게 되는 한 기관에 관한 진솔한 기록. 저자는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소속 조산사로 오랫동안 일해온 경험을 토대로 자궁의 과학, 역사, 문화를 두루 살펴본다. 자궁이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생식기’라는 사실과, 그 이유로 이 기관이 오해받아왔던 역사를 넘어,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사 속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게 된 자궁의 진짜 모습을 살펴본다.
그것은 얼마간 차별적 인식과 언어와 관계없이 그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온 신체 기관이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는 수정 과정에서 수동적인 그릇이기는커녕 가장 질 좋고 생존력이 강한 정자를 저장했다가 자궁 본체로 천천히 방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어떤 경우에는 수정 후 일주일에 걸쳐 방출하기도 한다. 이 발견은 수정에 관한 두 가지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첫째는 수정이 정자의 힘과 활력에만 의존하는 ‘경주’라는 믿음이고, 둘째는 이 경주가 배란 전후 며칠간의 ‘가임기’에만 일어난다는 믿음이다.”(101~102쪽, 〈3. 수정: 마초 신화와 감추어진 지하실〉에서)
이처럼 다른 장기들과 같이 역동적인 신체 기관임에도 여성의 생식기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자궁을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이와 관련된 문제는 더욱 복합적인 것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자궁을 규정해온 여러 영역을 살펴보면서 독자들은 생물학적인 몸과 사회적인 제도를, 그래서 결국 그 모든 것의 복합적인 결정체인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은유와 상징을 넘어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자궁을 탐구하는 과학
한 기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몸을 어떻게 다시 볼 것인지 묻는다
이 책에는 자궁을 이식받아 출산한 사람, 인공 자궁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연구, 쥐들에게서 자궁을 제거한 직후 지능이 저하된 실험 등과 같이 자궁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궁이 겪는 여러 상황을 각 장의 주제로 삼아 이를 대하는 상반된 관점을 보여주며 자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장에서는 자궁과 더불어 제대로 탐구되지 않았던 대상인 ‘생리’를 주제로 다루는데, 이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또 다른 기술주의적 극단, 즉 효율적인 삶을 위해 생리는 완벽히 선택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생리는선택’ 운동을 함께 살펴본다. 5장과 6장에서는 각각 수축과 진통을 주제로, 브랙스턴 힉스가 정립한 수축과 진통에 관한 지식부터, 현대 의학이 자궁들 간의 차이를 무시한 채 단일한 메커니즘과 해답을 제시하면서 분만 촉진제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게 된 현실, 더 나아가 이런 경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찾는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다룬다.
자궁 건강이 주제인 10장에서는 현대 과학과 의료제도의 차별과 억압 반대편에 있는, 개인의 주관성이 곧 진리가 되는 경험적인 인식과 실천이라는 영역도 함께 살펴본다. 이 둘은 서로를 비난하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확립하지만, 늘 그렇듯 진실은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현대 의료가 채우지 못한 해결책의 공백은, 쉽게 그 실효성이 증명되지 않은 요법과 ‘팔리는’ 상품으로 채워지곤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다양한 관점과 실천을 일단 신중하게 살펴보는데,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몸을 대하는 여성들의 태도가 단순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웰니스(지금도 진화 중인 막연한 개념이며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산업이다)는 미셸 같은 사람들을 위해 생식 의료 분야의 주류가 채우지 못한 공백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웰니스라는 멋진 신세계에서 자궁은 수많은 트러블과 독소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동시에, 신성하고 직관적인 여성 정체성의 발원지로 칭송받는다. 오늘날 병원에서 낙담한 환자들은 의료의 문이 문자 그대로나 은유적으로나 자신의 얼굴 앞에서 쾅 하고 닫히는 것을 보지만,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면 자궁에서 시작해 여성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치유한다고 약속하는 자칭 ‘전문가’를 무수히 많이 찾을 수 있다.”_306쪽, 〈10. 건강: 아플 때와 건강할 때〉에서
당사자 여성의 목소리와 과학 지식은 어떻게 만나는가
“가장 성실하고도 섬세한 방식으로” 탐구하는 글
저자는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조산사답게, 자궁에 문제를 겪었던 당사자들의 말을, 그리고 열려 있는 태도로 탐구하는 과학자와 연구자의 말을 가장 귀담아 들었다. 이 책에서 여러 환자의 사례, 고백 들과 (여성) 연구자들의 주장과 고충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들에게 자궁에 관한 지식과 삶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그러한 태도와 고민은 책 전체에 걸쳐 드러난다. 독자들은 이 여정을 통해 우리의 경험과 과학이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과학 지식이 우리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자유롭게 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미나 작가가 추천사에서 밝혔듯, “어떤 지식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보다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운 법”인데, “이 책은 그 어려운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하고도 섬세한 방식으로 해내”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사과 대신 권유로 이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자궁이 있거나, 자궁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살거나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면, 또는 오래전 몸에 피를 묻히고 소리를 지르며 자궁에서 나온 뒤로는 자궁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더라도, 당신만의 나 찾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당신의 경험을 들여다보고 칭송했으면 좋겠다. 그 주먹 모양의 근육, 생명의 강력한 원천, 우리 모두가 시작된 그곳을 이해하면 좋겠다. 우리가 시작된 그곳은 나아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수많은 방식으로 알려줄지 모른다.”_438~439쪽, 〈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