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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900일간의 폭풍 사랑

2007.01.24조회:2472

사랑에 빠진 뇌, 그 수수께끼를 풀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심층연구로 완성한
사랑에 관한 놀라운 감성과학보고서


송웅달 지음 / 232페이지 / 12,000원 / 양장



‘과학’의 눈으로 ‘사랑’을 추적한 국내 최초의 시도
KBS감성과학다큐멘터리 <사랑> 마침내 책으로 탄생하다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사랑을 분석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렇게 하면 사랑이 지닌 마법과 같은 힘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사랑은 우리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2년여 전 KBS에서 화제리에 방송되었던 감성과학다큐멘터리 <사랑>은 그 매력적인 ‘사랑’에 대해 좀 더 앎으로써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자 하는 과학적인 시도였다.
다큐멘터리의 시작이 흥미롭다. 저자 송웅달 PD가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중 잠시 숨을 돌리면서 다음 방송을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초창기라 아이템 찾기가 쉽지 않던 당시, 함께 일하던 작가가 노래 한 곡을 소개해줬는데 바로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라는 옛날 가요였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 이보다 더 ‘생로병사의 비밀’다운 아이템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었다. 비만, 당뇨 등 질병 소재만 찾던 저자의 마음을 순간 확 잡아끌었다. 인류의 영원한 질문 ‘사랑’ 그 비밀을 풀어보는 엄청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1년이 넘는 제작기간 동안 5개국을 돌아다녔고 40여 명의 과학자를 취재했다. 100쌍이 넘는 커플을 만났다. 유치원생부터 10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의 큰 의의라면 지금까지 감성적으로만 다루던 ‘사랑’을 첨단과학의 힘을 빌려 다루었다는 것이다. 연애를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커플 5쌍을 선정해 ‘9개월에 걸쳐’ 최첨단뇌사진을 촬영했다. 지금까지 사랑에 빠진 뇌를 촬영해본 적은 있었으나, 동일한 커플을 대상으로 시간차를 두고 수차례 촬영해본 시도는 처음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랑은 호르몬의 위대한 작용임을 발견했고 시간의 흐름속에서 변해가는 사랑의 양태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찾아냈다.
방송 당시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뇌스캔실험결과가 이례적으로 유력일간지 1면에 당당히 소개되면서 많은 언론매체의 관심을 끈 것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랑과 섹스,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고 그 사실이 또다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한 <방송위원회 대상 기획부문>(2003년), <방송위원회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2005년) 등을 수상했고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중국, 중동, 스페인 등에 수출되었다.
이 책은 알면 알수록 더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더 넓고 더 깊게 이해하고자 다큐멘터리 <사랑>을 책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사랑에 빠진 뇌를 촬영하다!
과연 사랑은 무엇인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


사랑, 호르몬의 위대한 작용
저자가 사랑의 비밀을 풀기 위해 사용한 첨단과학장치는 바로 fMRI였다. fMRI는 뇌스캔을 하는 데에 있어서 현 과학 수준에서 가장 정확한, 최첨단의 장치이다. 범죄자가 거짓말탐지기는 속여도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 즉 fMRI는 속일 수 없다. 사람들은 거짓말과 진실을 말할 때 각기 뇌의 다른 부위를 사용하는데 fMRI는 이 차이를 짚어낼 수 있을 정도다.
2004년6월 가톨릭대학교 정신과 채정호 교수팀과 함께 연애 100일 전후 커플들의 뇌를 fMRI을 통해 촬영했다. 검사 결과 애인사진을 봤을 때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드러났다. 바로 ‘미상핵’이었다. 미상핵은 쾌감과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분비가 많은 곳이다. 열정적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비밀은 바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인 것이다.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면 눈은 반짝이고 입술에는 미소가 그득하며 뺨은 홍조로 붉어진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예뻐 보이는 것이다. 불같은 열정 또한 도파민의 작용이다!
과거 시인들은, 가슴을 도려내는 사랑을 낭만적으로 예찬해왔다. 그리고 현대의 과학자들은 사랑에 빠진 뇌에 주목하여 그 낭만적 사랑을 해부했다. 유감스럽게도 신경과학자들이 정의하는 사랑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미국 페리스대학교 프라이어 교수는 “낭만적 사랑이란 상대방에 의해 나의 뇌가 반응하고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반응하는 것이다. 나의 뇌 회로가 활성화되어 다른 사람에게 끌리고 이때 상대방도 내게 끌리면 서로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두 사람의 뇌가 만들어가는 아주 복잡한 과정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현대 과학자들에 따르면 영혼도, 사랑도 뇌가 하는 복잡한 정보처리 활동인 것이다. 알 수 없는 끌림, 무한히 헌신하게 되는 마음 역시 분수처럼 샘솟는 신경전달물질 때문인 것이다.


세계 최초, 열정적 사랑의 변화 양태를 포착하다
6개월 경과 후 다시 한 번 동일한 커플의 뇌사진을 찍었다. 런던대, 룻거스대 연구진이 초기 열정적 연인들의 뇌를 찍은 예는 있었으나 6개월에 걸쳐 그 사랑의 변화를 추적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그렇기에 저자와 가톨릭대 채정호 교수 역시 2차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어떤 추론도 불가능했다. 2004년 12월 우려속에 뇌스캔이 시작됐다. 결과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100일과 300일, 뇌스캔 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본능의 중추 미상핵에서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부위로 뇌의 활성이 옮겨간 것이다. 시간 속에서 변한 것은 뇌만이 아니었다. 심장의 반응도 달라졌다. 100일과 300일 두 차례, 연인들이 키스를 할 때 심장박동수를 측정, 비교해본 결과 6개월 전에 비해 심장박동의 변화는 현저히 떨어졌다. 한때 황홀했던 연인과의 키스가 이제 큰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그렇다. 열정적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것이다!


열정적 사랑의 유효기간, 900일
저자는 열정적 사랑의 유효기간 즉 도파민의 작용기간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유타주 이타카(Ithaca)를 찾았다. 코넬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의 신시아 하잔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미국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인터뷰 조사했는데, 그 결과 열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은 평균 18개월에서 길어야 30개월 정도임을 발견했다. 격정이 넘치는 사랑은 길어야 ‘900일간’ 지속된다는 게 하잔 교수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저자는 단언한다. 백일몽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건 열정일 뿐,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랑은 또 다른 모습으로 빛깔을 바꿔가며 계속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은 이제 ‘열정’에서 ‘애착’으로 모습을 바꾸어 계속된다. 열정이 흥분과 황홀이라면 애착은 편안함과 익숙함이다.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고 돌보고 싶은 마음, 상대방에게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 더 안정감과 든든함을 느끼는 마음이다. 저자는 이 애착 단계를 ‘진정한 사랑’이라 말하며 책에서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연인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사랑할 때 우리 몸이 경험하는 것들
우리가 경험하는 최고의 황홀경 스킨십의 비밀을 풀다


1,000억개의 뇌세포를 바꿔놓는 엑스터시, 섹스의 실체
사랑하는 연인간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황홀경, 오르가슴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를 밝혀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오르가슴에 이른 남녀의 뇌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룻거스대학교의 비버리 위플 박사를 찾았다. 비버리 위플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르가슴의 짧은 순간 뇌는 놀라우리만큼 광범위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fMRI로 뇌 사진을 찍은 결과, 사랑에 빠졌을 때보다 훨씬 광범위한 곳이 활성화됐다. 특히 본능을 관장하는 기저핵, 즐거움과 관련된 대상피질, 흥분 부위인 시상하부 등 즐거움, 쾌락, 흥분 등과 관련된 뇌 부위가 크게 활성화되었다. 즉 오르가슴의 짧은 순간, 뇌에서 도파민, 옥시토신 등 즐거움과 흥분, 친밀감을 느끼는 호르몬의 분비가 가속화된다. 뇌 전체가 좋은 쪽으로 정비되고 그 결과 신체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연인간 관계는 더 친밀해진다. 오르가슴을 느낀 뒤 기분이 좋아지고 일에 대한 처리능력도 빨라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섹스와 건강의 관계

“이 사람 만나고 제일 좋아진 건 건강이에요. 편두통도 없어지고 생리작용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제가 여드름이 얼굴부터 등까지 굉장히 심했어요. 근데 결혼하고 나서 다 없어졌어요.”

저자가 만난 부부들은 하나같이 사랑에 빠진 이와 나누는 섹스 이후 신체가 더욱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정말 그들의 증언대로 섹스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인제대 의대 정신과 우종민 교수와 혈액체취를 통한 실험을 실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면역글로불린 A, 노화방지호르몬 DHEA 모두 정기적인 섹스를 하는 부부가 섹스리스 부부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사실상 면역력이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결국 정기적인 섹스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면역력을 가장 높게 하는 최적의 섹스횟수도 존재함을 밝혀냈다. 필라델피아 VA의학센터 프랜시스 브레넌 박사는 최근 연인 100쌍을 대상으로 섹스횟수와 면역력의 상관관계를 알아보았는데 그 결과 거꾸로 된 U자 그래프가 나타났다. 주 1-2회 섹스를 가지는 사람들이 가장 면역력이 높았으며 주 3회 이상 섹스를 하는 사람들의 면역력은 섹스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만큼 낮게 나타났다.

부부 30쌍의 섹스에 대한 솔직하고 진솔한 인터뷰

“지금 우리 부부 사이에 생기는 평안, 안정감, 기쁨, 신뢰… 이런 것들이 진짜 사랑 아닐까요?”
“모든 걸 다 잃어도 내 사랑하는 아내와의 관계가 저에겐 가장 소중합니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 사랑이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랑 중에 부부간의 사랑이 제일인 것 같습니다.”

섹스에 대한 과학적 접근 외에도 국내외 부부 30여 쌍을 인터뷰 해 섹스에 관한 생생한 인터뷰를 담았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거쳐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자녀양육을 함께해온 결혼 10년 이상의 부부들을 만나본 것이다. 이를 통해 보통의 부부들의 섹스실태를 보여주며,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부부간 더 긍정적인 성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열정 그 후,
노력과 세월로 완성되는 ‘진정한 사랑’

“서로 존중하고 노력하면서 사랑한 덕분에 우리가 장수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취재 도중에 만난, 결혼 75년째에 이른 김진원(100세)-최영손(96세) 부부. 오랜 세월 동안 부부금슬을 유지한 비결을 묻자 이처럼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다. 배우자의 옆에 있다는 그 자체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버팀목이 될 뿐만 아니라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라고 이 부부는 믿고 있다. 이 부부는 건강하게 백수를 맞이했다. 이 역시 남편과 아내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에서는 백년해로 하는 부부간의 사랑을 최고의 사랑으로 찬미하며, 그 부부들의 공통된 특징에 대해서 설명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불타오르는 열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식어가지만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매일의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경험하고 알아갈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주는 생리적 이득이 훨씬 더 큰 쪽은 분명 오래된 사랑이며 이 오래된 사랑이야 말로 진정 ‘사랑의 축복’이다.





저자소개
송 웅 달 KBS 프로듀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995년 12월 KBS에 입사하여 <생로병사의 비밀> <경고! 우리 아이들 몸이 이상하다><KBS 예술극장> 등 주로 과학 예술 분야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05년 ‘과학’의 눈으로 ‘사랑’을 탐구한 <감성과학다큐멘터리 사랑>을 제작하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방송위원회 대상 기획부문>(2003년), <방송위원회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2005년) 등을 수상했고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중국, 중동, 스페인 등에 수출되었다. 현재 KBS <과학카페-다 빈치 프로젝트>를 제작하며 우리 삶에 숨어 있는 과학의 법칙을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