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표지, 보도자료, 동영상 등 도서 관련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두었습니다.
검색 후 내려받으시면 편리합니다.

대변동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2000.07.30조회:2599

(0 Bytes)

<보도자료>
--------------------------------------------------------------------------------------------
막노동꾼 출신 서울대 수석합격자 장승수의 이야기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 지음
신국판/ 245쪽/ 값 5,800원



입시 우등생이 아닌 인생 우등생의 성실한 목소리
지난 1월 각 신문의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만든 젊은이가 있었다. 공사장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대학에 도전, 고교졸업 6년만에 마침내 서울대 인문계 수석을 차지하며 서울 법대에 합격한 장승수.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수험생의 인간승리 드라마가 어김없이 소개되지만, 장승수의 독특한 이력은 세상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의 고교내신은 10등급 중 5등급이다. 공부를 시작한 것은 고교 졸업 1년 후부터이다. 어려서부터 줄곧 1등을 놓치지 않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모인다는 국내 최고의 대학에 별볼일 없는 고교 성적을 가진 막노동꾼 5수생이 그것도 수석으로 합격했으니 사회적인 물의(?)요, 입시계의 이변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의 책이 김영사에서 나왔다. 제목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싸움꾼 고교생, 막노동꾼, 서울대 수석으로 이어지는 삶의 역전
고교 시절 그는 싸움꾼이었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고, 공부를 안하니 자연스럽게 '딴 길'로 빠져버렸다. 고3 여름, 단지 지겨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합법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구실이 생긴다는 이유 하나로 생활보호 대상자들에게 시켜주는 국비 직업훈련 과정에 들어가 포크레인 기술을 배웠다. 졸업 후 포크레인 실기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는 오락실 홀맨, 신문배달, 물수건 배달 등을 했다. 밤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고 오토바이를 질주하며 보내던 어느날, 문득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회의가 몰려왔다. 고민 끝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바로 잡는 마지막 대안으로 '공부'를 선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년 후의 일이었다.
첫해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함께 시험을 본 동생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그는 동생의 학비를 위해 막노동일을 시작했다. 5월까지 돈을 번 뒤 다시 학원으로 돌아갔다. 그해에 학력고사에서 340점 만점에 328점을 받아 서울대 정치학과에 지원했는데 또 떨어졌다. 이번에는 6월까지 조경공사장에서 일을 한 뒤 다시 공부를 시작, 서울 법대에 지원했으나 또 떨어지고 말았다. 낮은 고교 내신이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세 번이나 떨어지고 나니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94년에는 아예 시험을 포기한 채 공사장에서 일만 했다. 95년도부터 고교 졸업 5년이 지난 사람에게는 수능 성적으로 고교 내신을 대체할 수 있도록 내신제도가 바뀌었다. 내신의 원죄에 묶여 있던 그에게는 구원과 같은 소식이었다. 다시 한번 도전했고, 결국 올 1월 난생 처음 1등을 하며 서울대 인문계열에 수석합격했다.

희귀한 독종? 대단한 야심가?
"가진 게 없어서 덤벼들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매달렸을 뿐"
"남들은 그냥 들어가기도 어려운 데를 수석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네 앞길은 훤하게 뚫렸다."

'막노동꾼에서 최고의 예비 엘리트 집단으로 뛰어오른 남자 신데렐라'
'국내 모 기업에서 수십 억을 주고 스카웃 제의를 했다더라.'

이상은 합격 이후 그가 주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이다.
어느 시사 주간지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이런 식의 피눈물 나는 입시성공드라마도 결국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서울대 신드롬' 때문이라고 했다. 즉, '서울대 가면 성공한다'는 국민 정서가 가난한 젊은이를 헝그리 복서로 만들고 해마다 이런 신파조의 드라마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동기가 됐든 결과가 됐든 자신의 서울대 수석을 '출세'나 '성공'과 연결짓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그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자신은 유별난 독종이나 대단한 야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오래 걸려 대학에 들어온 늦깎이 프레시맨 일 뿐이라고 그는 잘라 말한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서울대학교에 들어갔지만 그것 빼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서울대에 들어가려 했고 어떻게 그런 결과가 가능했는가?

고교 시절 제대로 책 한 번 들여다 본 적이 없던 그에게 공부는 쉽지 않았다. 기초도 밑천도 없는데 공부는 잘하고 싶으니 '열심히' 하는 것밖에 달리 공부방법이 있을리 없었다. 그저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막무가내로 공부에 매달렸다.
결국 남들은 1년 만에도 들어가는 대학을 자신은 5년이나 걸려 간신히 들어간 것이고 수석은 그 과정에서 얻은 '덤'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160cm, 52kg의 왜소한 체격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현장에서 구박깨나 받았다. 어쨌든 공사장에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같이 일 못해 먹겠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삽질에 매달리고 무거운 돌을 열심히 날랐다. 그러다 보니 이젠 어디 내놔도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노가다꾼'이 되었다.
그는 말한다. 자신이 키도 크고 힘도 좋았다면 공사장에서 그렇게까지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고. 그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조건이 열등했고 그 몸으로 일 잘하려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이치로 자신이 타고난 머리도 좋고 쌓아놓은 실력도 있었다면 그렇게 힘들게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머리도 특별히 좋지 않고 기초 실력도 없으니 그 조건으로 공부를 하려면 막무가내로 덤벼들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부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가 알게 된 것은 공부는 세상의 어떤 놀이보다 신나고 재미있다는 거였다. 책을 통해 얻는 지식 하나하나가 엄청난 발견의 기쁨을 주었고 이것은 과거 술집이나 당구장에서 느껴볼 수 없던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런던이 서울보다 훨씬 더 북쪽에 있는데도 왜 겨울 날씨는 서울이 더 추운가'에 대해 런던이 해양성 기후라서 따뜻한 편서풍과 멕시코 난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리 공부를 하면서 알았을 때, 술 마신 다음날 갈증이 심하게 나는 이유가 알콜이 간뇌의 활동을 방해하여 신장의 세뇨관에서 수분 재흡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물 공부를 하면서 알았을 때, 이런 일상의 궁금증들이 자신의 지식으로 해결된다는 것이 그저 즐겁고 감격스러울 따름이었다.
스무살이 넘어서야 자신이 가장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것을 찾은 셈이었다. 좋아서 하는 일에는 능률도 더 나기 마련이다. 입시학원을 다니던 첫해 모의 학력 고사를 처음 보았을 때 200점을 간신히 받아 4년제 하위권 대학을 갈 성적이던 것이 여름에는 중위권 대학, 겨울에는 연고대 정도를 갈 성적으로 뛰었다. 이런 학습 성과에 대해 그는 자신이 공부에 선천적인 자질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열심히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 얘기한다. 뭐든지 좋아하면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쉬워진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공부가 쉬웠다'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아니라 공부에 매달리면서 '얻어낸'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장승수가 공부만이 최상의 가치이고 모든 사람들이 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따로 있다. 다만 장승수의 경우엔 공부가 가장 재미있고 매달려 볼만한 것이었기에,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가진 능력의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의 힘은 쓰면 쓸수록 커진다
처음 공사판에 나갔을 때는 하루도 채 버티지 못해 비실거려야 했던 그가 나중엔 어떤 공사장에 가서도 누구 못지 않게 일을 해낼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 처음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첫 모의 학력 고사에서 200점을 받고도 감격스러워 했던 그가 비록 5년이란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입시 공부 하나만은 그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서울대 수석 합격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지난 몇 년간 장승수는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사람의 정신과 육체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터득하고 확신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 자리 수 암산에도 헤매던 그가 지금은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두 자리 수 곱셈쯤은 어렵지 않게 암산하고 복잡한 4차원 도형문제까지 풀어낸다.
이러한 성과는 모든 평범한 보통 사람들도 다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사람의 능력은 다 오십보백보이고, 연습과 개발에 따라 얼마든지 그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땐 힘들지만 점차 실력이 쌓여감에 따라 더 힘든 일, 더 복잡한 공부도 해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장승수는 '자유'라고 표현한다. 도저히 해낼 수 없던 힘든 일을 해내고 풀 수 없던 문제를 풀어냄으로서 얻게 되는 자유. 한계라는 벽에 부딪쳐 답답하게 꽉 막혀있다가 그것을 뚫어냄으로써 확 트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자유. 누구나 자신의 힘을 단련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유를 얻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자유론'이다.

밑바닥 직업을 전전한 젊은이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눈
장승수는 26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꽤 다양한 인생을 경험했다. 탈선 고교생에서 막노동꾼으로 다시 서울대 수석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도 그렇지만, 그 동안 종사한 직업만도 포크레인 조수, 오락실 홀맨, 신문배달, 물수건 배달, 가스 배달, 택시기사, 조경공사장 인부, 토목공사장 인부 등 열 손가락을 거의 다 채울만큼 복잡하다. 이런 다양한 사회체험 속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책 속에는 이런 자신의 독특한 이력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갖게 된 나름대로의 사회관과 가치관들이 진지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을 출발점에 세워준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따금 노력하지 않고도 성공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경우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별로 노력하지 않은 것 같지만, 정작 본인은 뼈빠지게 노력한 경우. 또 하나는 비록 겉보기에 성공한 것 같지만, 정작은 성공이 아닌 경우."

"막노동판을 쫓아다니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실공사 문제였다. 가만히 앉아서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 드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남기려 드는 자들에게서 부실공사의 근원들이 생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인간에게 있다. 사람이 바뀌지 않고서는 부실공사를 비롯한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본질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노가다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내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쓰면 없던 건물이 올라가고 다리가 생긴다. 생각이란 끼여들 틈이 없다. 어차피 원시시대에는 누구나 육체노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따라서 막노동이야말로 가장 자연에 가까운 행동이고, 나도 그 단순함과 원시성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더운 여름날이면 땀을 많이 흘리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굵은 소금을 준비해 다니며 모자란 염분을 보충해야 했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함께 일했던 성실한 아저씨들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오히려 땀을 흘리려고 골프장에 나와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소금을 삼킬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무리 정당한 노력으로 번 돈이라 해도 무절제한 사치는 합리화 될 수 없을 것 같다. 유한한 지구의 자원을 가지고 누군가가 지나치게 많이 누린다면, 그만큼 소외된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부유하다는 것과 가난하다는 것,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과 그렇지 못하다는 것. 그래서 삶의 모습에 편차가 생기는 것을 과연 그 사람의 후천적인 삶의 태도로만 환원시켜서 설명하고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보다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경우의 수'들이 오늘날 서로 다른 삶의 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남다른 노력과 재능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 해도, 운 나쁘게 그 시대와 사회에 적절하지 못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서 그 같은 성공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진정어린 우호와 동정의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초 본성적인 윤리의식이 제도화되어, 모든 사람이 자신이 가진 능력껏 열심히 살아가기만 하면 그 노력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두 잘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이상으로 꿈꾸어 볼만한 세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